10여년 전 쯤에 보고 그동안 소식이 없었던 친구에게 메일이 왔었습니다.
애도누이...
언제 흐린 탁주 집에서 만나 한 잔 합시다.
갚아야 할 빚도 있고...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최고의 휴머니스트입니다.
그래서 대학 다닐 때는 늘 이시대 마지막 휴머니스트야 어쩌구 하면서 유달리 아끼고 좋아했었던 친구였지요.
그때는 늘 이 험한 세상에 산다는 것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에 힘겨워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강의 시간에 어깨 톡톡 건드리며 누이 끝나고 막걸리 한 잔 합시다. -나이도 겨우 나보다 한 살 적으면서 호칭은 꼭 누나 아니면 누님 아니면 누이입니다.-
하면 둘이 실실 마주앉아서 세상과 삶에 대해 힘들다는 요지의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뭐 나는 술을 거의 못 먹었던 터라 술 잔 앞에 놓고 김치전이나 설렁설렁 집어먹으며 대작을 했었습니다. 그 친구는 술이 취하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다는 듯이 꺽인 고개를 가로 젓는 독특한 버릇이 있었는데 역시나 아직도 그 버릇은 여전했습니다.
어쨋거나, 그때는 저리 삶과 존재와 사람들에 견딜 수 없어 해서야 어디 사는데 고달프지 않을까 싶어 걱정을 했었는데 굉장히 자알 살고 있었습니다.
뭐 십년 세월에 견디기 힘든 신산함이 없지 않았겠지만 내가 무슨 친 누나도 아니면서 그렇게 자알 사는 걸 보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하던지요.
음 우리나라 최고의 광고회사에서 감독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역시나 사람의 성향은 변하지 않는지라 일하는 얘길 들어보니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그래도 세상이 살만한 것은 그렇게 좋은 성향을 가진 사람은 누구에게나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배경이나 학벌 따위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퍼스낼리티의 미덕으로써 말입니다.
어쨋거나 우린 일차로 맥주, 이차로 청주, 삼차로 양주집엘 갔습니다. 중간에 당시에 귀엽고 팔팔했으나 이젠 노처녀 대열에 들어선 후배 하나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에고...
옛날 버릇처럼 역시나 둘이 너무 취해 결국 내가 택시 태워 보내고 토하는 것 휴지통 대주고 했습니다. ㅠㅠ
누이...
왜...
내가 지금까지 제일 좋아하는 누나가 딱 두사람 있어.
그래? 누군데...
임순례누나 알어요?
영화감독? 세친구의
어... 그 순례누나하고 애도누나야...
크윽.. 그려? 그 누나는 주류 속의 비주류고 나는 비주류 속의 재야네...킬킬
아저씨 사랑밖에 난 몰라 부탁해요...
중간에 그의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요?
글쎄요...
에이... 내가 이 친구 좋아한다는 것 우리 과에서 모르면 간첩이었는데...
아... 애도 언니... 안그래도 얘기 많이 했었어요.
이 친구가 마누라한테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하던데 정말 잘 못해줘요?
(웃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는 여러 형태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남녀 간의 사랑위주의 담론이 사회를 지배하는 터라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 본질과는 달리 편견과 왜곡의 단어가 되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 그러나 누가 뭐라든 나는 그 친구를 사랑합니다. 그의 휴머니즘을 사랑합니다. 그리하여 그가 이 험한 세상에서 그 견딜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과 얍삽한 인간들로 인해 그것들이 퇴색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앞으로 십년 후쯤에 또다시 이렇게 느닷없이 만나도 그 친구가 여전이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애도누이...
언제 흐린 탁주 집에서 만나 한 잔 합시다.
갚아야 할 빚도 있고...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최고의 휴머니스트입니다.
그래서 대학 다닐 때는 늘 이시대 마지막 휴머니스트야 어쩌구 하면서 유달리 아끼고 좋아했었던 친구였지요.
그때는 늘 이 험한 세상에 산다는 것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에 힘겨워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강의 시간에 어깨 톡톡 건드리며 누이 끝나고 막걸리 한 잔 합시다. -나이도 겨우 나보다 한 살 적으면서 호칭은 꼭 누나 아니면 누님 아니면 누이입니다.-
하면 둘이 실실 마주앉아서 세상과 삶에 대해 힘들다는 요지의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뭐 나는 술을 거의 못 먹었던 터라 술 잔 앞에 놓고 김치전이나 설렁설렁 집어먹으며 대작을 했었습니다. 그 친구는 술이 취하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다는 듯이 꺽인 고개를 가로 젓는 독특한 버릇이 있었는데 역시나 아직도 그 버릇은 여전했습니다.
어쨋거나, 그때는 저리 삶과 존재와 사람들에 견딜 수 없어 해서야 어디 사는데 고달프지 않을까 싶어 걱정을 했었는데 굉장히 자알 살고 있었습니다.
뭐 십년 세월에 견디기 힘든 신산함이 없지 않았겠지만 내가 무슨 친 누나도 아니면서 그렇게 자알 사는 걸 보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하던지요.
음 우리나라 최고의 광고회사에서 감독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역시나 사람의 성향은 변하지 않는지라 일하는 얘길 들어보니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그래도 세상이 살만한 것은 그렇게 좋은 성향을 가진 사람은 누구에게나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배경이나 학벌 따위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퍼스낼리티의 미덕으로써 말입니다.
어쨋거나 우린 일차로 맥주, 이차로 청주, 삼차로 양주집엘 갔습니다. 중간에 당시에 귀엽고 팔팔했으나 이젠 노처녀 대열에 들어선 후배 하나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에고...
옛날 버릇처럼 역시나 둘이 너무 취해 결국 내가 택시 태워 보내고 토하는 것 휴지통 대주고 했습니다. ㅠㅠ
누이...
왜...
내가 지금까지 제일 좋아하는 누나가 딱 두사람 있어.
그래? 누군데...
임순례누나 알어요?
영화감독? 세친구의
어... 그 순례누나하고 애도누나야...
크윽.. 그려? 그 누나는 주류 속의 비주류고 나는 비주류 속의 재야네...킬킬
아저씨 사랑밖에 난 몰라 부탁해요...
중간에 그의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요?
글쎄요...
에이... 내가 이 친구 좋아한다는 것 우리 과에서 모르면 간첩이었는데...
아... 애도 언니... 안그래도 얘기 많이 했었어요.
이 친구가 마누라한테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하던데 정말 잘 못해줘요?
(웃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는 여러 형태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남녀 간의 사랑위주의 담론이 사회를 지배하는 터라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 본질과는 달리 편견과 왜곡의 단어가 되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 그러나 누가 뭐라든 나는 그 친구를 사랑합니다. 그의 휴머니즘을 사랑합니다. 그리하여 그가 이 험한 세상에서 그 견딜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과 얍삽한 인간들로 인해 그것들이 퇴색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앞으로 십년 후쯤에 또다시 이렇게 느닷없이 만나도 그 친구가 여전이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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