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닷새 동안 거의 집안에 박혀 고물고물 바느질만 했다.
이건 수 놓는 연습...ㅋㅋ. 레드웍은 아니지만 어쨌든 감을 잃어서 영... -감이 있긴 있었나?- 한참 전에 수 가방 만들 때는 백스티치만 열심히 했던 기억. 헤링본 스티치는 지퍼 마무리 새발뜨기랑 같은데 저렇게 하니까 어째 꼴이 우습다. 지퍼 마무리는 그림같이 했는데...
롱앤숏하고 새틴하고 뭐가 다른지 해보니까 알 것 같고 백스티치보다는 아우트라인 스티치가 훨씬 또렷해 보인다. 사실 건성건성 봤을 땐 아우트라인 스티치 이해가 안 갔었다. 레지데이지 스티치는 처음엔 정말 꼴이 우스웠는데 자꾸 해보니까 나아졌다. 연습이 역시 최고다.
본격적으로 그림 그려 해 볼 생각.
이건 제자아이가 그린 것인데 굉장히 재치가 있고 유니크해서 저런 걸 갖고 수를 놓으면 어떨까 생각 중...
초록색 그림. ..눈이 높다.-뿔처럼 보이는 것은 눈-
말이 씨가 되다.-새싹 밑에 말이 들어가 있다. 뿌리와 함께.-
말이 예쁘다. 사람: 너 이뻐... 말:-얼굴 붉어진 말- 정말?
달인-??- 선생 덕에 관용구 해석도 뛰어나다. ㅋㅋㅋ
이 아이는 나중에 대성할 듯... ㅋㅋㅋ
퀼트 패키지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베갯잇 만들기를 했다.
이전에 스크랩이불 만든다고 수백 조각으로 잘라놓은 꽃무늬에서 골라 잇는데 한참 보고 있으니까 우욱!! 꽃무늬 멀미가...
바탕천 계산 잘못해서 생짜로 다시 재단하고 어쩌고 해서 겨우 탑만 완성... 어차피 크게 신경 안 쓰고 만들기로 했으니까... 하면서 설렁설렁 했더니 얘가 단단히 골탕을 먹였다. 예전의 원작은 나달나달해져서 벗겨내고 수건 깔고 베고 있었다는... ㅋㅋ
사실 이게 훨씬 필요한 것인데 언제 완성할 지는 모르겠다.
이건 체크 지갑...
다 만들었다. 실제가 사진보다 훨씬 예쁘고 고급스럽다. 의외로 간단한 건데 쓸데없는 거에 고집을 피우느라 이틀이나 걸렸다. 천이 남아서 하나 더 만드는 중...
퀼트 지갑의 미덕은 미안하리만치 혹은 고마우리만치 가볍고 폭신폭신하는 것.
이건 지갑 안...
동전 파트도 있다. ㅋㅋ. 역시 계산 착오인지 실수인지 카드가 들어갈 때 뻑뻑하다는 것. 흠...
이건 카페파셋 가방인데 아직 손도 안 댔다. 이제부터 실실 작업해야지.
온 집안에 실밥과 헝겊이 돌아다닌다.
어쨌거나 바느질 곰실곰실 하면서 머릿속은 이것저것 생각이 많다. 올 해는 뭔가 으쌰~~ 하고 해야할 것이 많을 듯 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시작할 지 곰곰히 바늘에 손 찔려 가며 생각 중이다.
그나마 바느질을 할 수 있고 좋아한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수많은 천들을 보면서 문득 내가 아끼는 혹은 나를 아끼는 사람들 위해 뭔가 하나씩 만들어 줘야지... 하는 착한 생각이 들었다. 얕은 게으름이 발동 걸리지 않으면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모르겠다.
바느질을 하고 있으면 시간은 묶음으로 세는 단위처럼 지나간다. 뭉텅뭉텅... 시간의 절대적 기준은 정말 맞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