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그렇게 삶은 웃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오애도 2015. 1. 19. 20:14

 고향 마을에 저게 걸렸습니다.

하하하!!!

참 시골스러운-??- 풍경입니다. 저 현수막 밑의 왼쪽 빨간 지붕이 울엄니 사시는 집입니다. 지금은 물론 내 집에 와 계시지만...

방송되는 날 동네 어르신들 엄니한테 축하 전화 많이 해주셨지요.

엄니, 처음으로 목이 메셔서 말을 잇지 못하셨지요.

아프시고 나서 감정표현이 많이 무뎌지셔서 화들짝 좋아하시는 얼굴도 못 지으셨는데 말입니다.

 

저한테 어느 분이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그래, 장하다... 고맙다...

그 고맙다는 말씀에 맘이 뭉클했습니다.

그 분들은 어쨌거나 내가 어떻게 자랐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분들이니까 그 고맙다는 말에 담긴 진심어린 축하의 농도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70년대 경제의 고도성장의 근간-??-을 이뤘던 노동집약적 산업에 청춘을 바쳤던 성실하고 슬픈 누이들이 제법 흔했던 시대였습니다. 중학교에 가는 대신 서울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던 그때... 그렇게 나는 고향을, 엄니 아부지의 슬하를 떠나 왔지요. 남들은 고생이라고 했지만 좀 특이하게 산 것이지 뭐 그다지 크게 고생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안 합니다. 어디서 어떻게 살았든 그 정도의 일도 안 하고 살 수는 없는 법.

뭐 어쨌든 철학과를 나와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어서 혼자 공부를 했습니다. 정말 순수하게 책으로만... 그것도 없는 책은 없이 있는 책만으로... ㅋㅋ.

그렇게 중 고등과정을 끝내고 대학엘 갔지요. 뭐 그게 전부입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가 그 당시 부모님 주소지로 대학 성적표와 장학금 통지서가 보내졌는데 잘못해서 아부지랑 이름이 같은 집으로 배달되는 바람에 성적과 차석 장학금 통지서가 공개돼서 화제가 됐었답니다. 얘는 중학교도 안 갔는데 대학에서 2등 해서 장학금도 탔다고.... 

 전화로 잘했다... 고맙다... 고 한 바로 그 집입니다. ^^  

 

가만히 그 동안을 돌아보면 내게 삶은 그저 늘 빙그레 웃어주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내 맘이 비틀리고 건방지고 헛된 욕심으로 차 있을 때는 물론 그런 미소 따위 보이지도 볼 수도 볼 생각도 못 했겠지요. 내 맘이 비틀리면 그렇게 일상이 보내는 미소가 보일 리 없습니다.

욕심으로 눈이 흐려지면 한쪽 눈 찡긋하며 보내는 삶의 유쾌한 웃음도 못 알아채겠지요.

내 마음이 바닥을 헤매고 있을 때 삶은 이전에 보낸 미소와 웃음에 지쳐 쓰게 웃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파안대소를 보여 주기도 합니다.

착하고 고마운 삶이 내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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