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
그리고 내 생일.
엄니 모시고 시골 갔다 왔다.
엄니는 불편한 몸으로 굉장히 힘드셨을 터이고 나는 불편한 엄니 모시고 다니느라 또한 힘들었다.
엄니는 힘들다고 투덜대셨고 나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엄니는 영영 나가는 일이 불가능할 거여요라고 우겼다.
아침에 간단히 미역국 끓이고 전날에, 혼자 있을 때도 거의 해 본 적 없는, 시장 반찬이 세 팩에 오천원이라길레 사갖고 왔다. 밥상은 제법 푸짐했다. ㅎㅎ
아침 일찍 나가느라 서둘러 아침을 먹으며 엄니도 나도 말이 없었다.
엄니는 고향에 가셔서 만 오천원에 염색까지 해 주는 30년 단골 미장원에서 파마도 하셨고 투표도 하셨고 집에 들러서 여름옷도 챙겼다. 극진한 막내 외삼촌 내외와 조우도 하셨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우셨는지는 모르겠다.
엄니는 요새 며칠 우울모드셨다. 그러면서 기운이 다시 많이 빠지셨다.
난 우울하진 않았는데 돌아와 책상 앞에 앉으니 우울하고 쓸쓸해졌다. 아프신 엄니가 불쌍해서 쓸쓸하고 산다는 게 쓸쓸해서 슬프고...
어느 날 더 나이 먹고 엄니조차 안 계시면 뭐 그닥 중요할 거 따위는 없는 생일상 위에 쓸쓸함 한 접시. 눈물 한 종지, 서러움 한 보시기, 외로움 한 사발, 통곡 한 대접이 오르는 날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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