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한복판을 지나 후반부로 가는 중... 내 생의 위치와도 비슷한 때. 생각은 정체이거나 지체.
그동안 정말 한참만에 영화를 두 편 정도 봤고-관상, 블루 재스민- 또 정말 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을 읽었다. -오랫동안 가르쳤던 아이가 그만두면서 감사인사로 선물해줬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소설이 아니라 선물이... 고마워, 진우야.-
친구 만나 술도 여러번 마셨고 우리말 겨루기 달인한테 마블링 가득한 꽃등심도 얻어 먹었다. 1:100 녹화도 했었고...
추석에 안 내려간 대신 고향엘 다녀왔다. 전화 하는데 울엄니... 말씀하셨었다. 보고 싶은디....
내려가서 삼 년 만에 아부지 산소엘 다녀왔다. 산소가 있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서 시위처럼 눈물이 솟았었다. 괜히 응석부리듯 산소 앞에서 잠깐 끅끅 울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에게건 응석, 어리광 이런 거 한 번 부려본 기억 없는데 고단한 일상 핑계 삼아,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는 핑계 삼아 잠시 어딘가 어깨 기대고 울고 싶었는지도...
삼 년 전에 어깨 툭툭 두드려주시며 이제 됐다... 고 해 주신 게 분명했었는데 울아부지 내가 보고 싶으셨었나.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인연의 끈히 희미해졌다는 것은 느꼈다.
아부지, 다음 생에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날 지는 모르겠지만 씩씩하게 살겠습니다. 하고 소리 내어 말하고 내려왔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드라마에 빠졌었는데 굿닥터~~ 주인공 주원한테 홀릭해서 집요하게 며칠 동안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검색해서 보느라 밤을 샜다는... 각시탈, 굿닥터, 7급공무원, 그리고 유투브의 동영상들... 나란 인간이 워낙 집요해서 드라마는 최소한 다섯 번씩은 보고 있다.
우와~ 난 남자들 신체 멋있는 거 관심 없었는데 굿닥터의 시온의 셔츠 패션이 하도 멋있어서 다른 드라마 보면서 내내 스타일만 유심히 봤었다는...ㅋㅋ
글케 드레스셔츠건 버튼다운셔츠건 스포츠셔츠건 차이니지칼라 셔츠건 대박!!으로 잘 어울리다니... 재킷도 싱글이나 더블버튼, 모직이나 가죽, 트위드 스타일과 소재를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리고... 니트도 잘 어울리고... 이건 안구정화다.
연말에 뮤지컬에 출연한다니 가 봐야지.
멋있다. 스타일도 좋고 얼굴도 잘 생겼고 인간성도 좋은 것 같고-이건 관상과 수상을 근거로-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뛰어난 재주도 있고... 아들 낳아 글케 키우면 정말 최고겠지.
요즘 내 일상 최고의 즐거움이자 활력소다. ㅋㅋㅋㅋ
한동안 이것저것 의욕만 충만이었다가 다시 아무 생각 없이 살아지는 날들. 평화가 아닌 침잠...
모든 것과 모든 시간은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