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토요일에 꿈을 꾸었다. 세 개를 단편적으로 꾸었는데 깨기 직전에 꾸었던 것이라 너무나 선명하고 기분 좋은 꿈들이었다.
첫번 째 꿈은 친구의 동생이 내게 신발 한켤레를 주는 꿈이었다. 신발은 빨간 색이었고 새 신발이 아니라 신던 신발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싸이즈가 달라서 한 쪽은 245mm, 한쪽은 250mm였다. 게다가 밑 창을 떼어내면 단화가 되고 다시 붙이면 앵클 부츠가 되는 묘한 분위기의 신발이었다. 뭐 어쨌든 빨간색이 인상적이었다.
두번 째 꿈은 내가 아주 예쁘고 고급스러운 발레슈즈 같은 덧신을 신고 있는 꿈이었다. 덧신은 분홍빛 공단으로 만들어져서 나는 신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신으면 때도 많이 타고 체중이 많이 나가 금방 해질텐데...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두툼하고 폭신한 것이 발이 편하다는 생각.
세번 째 꿈은... 이게 압권인데, 길을 가다가 땅콩밭을 지나게 되었는데 정말 자알 여문 땅콩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흙 밖으로 나와 있었다. 정말 보기에서 튼실하게 여물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게다가 알맹이가 죄다 세 개씩 들어 있는 것이었다. 나는 흙을 털고 잔뜩 주머니에 담았다. 그런데 어? 땅콩밭 옆에 호두나무도 한 그루 있어서 정말 잘 여문 호두들도 땅콩 옆에 우수수 떨어져 있길레 그것도 잔뜩 주워 반대쪽 주머니에 넣고 흐뭇해 하면서 깼다. 깨고 나서 괜히 기분이 좋았는데 그렇게 자알 여문 열매를 주머니 두둑하게 넣는다는 것은 아주 좋은 꿈이기 때문이다. 자알 여물었으니 당연히 어떤 것이 결실이 풍성할 것이거나 소소한 재물이거나 뭐 그런 꿈이어서 종일 기분이 좋았었다. 그도 아니면 주위 누군가의 태몽이기도 하다.
검색을 해 보니 역시 오랫동안의 일이 결실을 맺을 꿈이다...라든가 태몽이다...는 게 대부분의 해몽이었다. -하지만 땅콩이나 호두이 갯수가 많아서 태몽일 확률은 그닥 없었다. -한참 전에 은행 다섯알을 한 손에 주워든 꿈을 꾸고 샤넬 No5 큼지막한 향수를 선물 받았던 기억도 떠올랐다. 어쨌거나 그리하여 집에 있는 땅콩 아몬드 호두 들어있는 견과류에는 눈길도 안 주고 일부러 보여도 외면했는데 괜히 그런 소소한 걸로 꿈땜을 하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그 날 저녁 아이가 오면서 빠알간 김치 두 통을 들고 왔다. 이건 앞에 그 신발 꿈땜이다. 김치색깔이랑 신발 색깔이 정확하게 오버랩 된 데다가 똑같은 통인데 하나는 거의 넘칠만큼 김치가 들어 있었고 한 통은 그것보다는 조금 적에 들어있어서 사이즈 다른 신발의 의미도 해석됐다. 친구의 동생이라는 것은 두 자매가 다니다가 큰 애는 이번에 졸업을 했고 동생이 들고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뗐다 붙였다 하는 신발의 의미는 특이하게도 김치 담아 온 통의 뚜껑이 반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반만 열거나 다아 열거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뭐 어쨌거나 이건 땅콩, 호두의 꿈은 아닌 듯 싶었다.
나는 그 땅콩 꿈 덕분에 다음 주의 거래에서는 제법 대박을 치려나 기대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는 다음 날 두 아이가 수업을 하러 왔는데 한 아이가 자그마한 쇼핑백을 하나 들고 왔다.
이거 엄마가 갖다 드리래요. 드시면 몸에 좋다구요...
그런데 거기서 나온 것은?????
바로 이것!!!!!!! 그것도 두 팩!!!
나는 너무나 절묘하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 실망-??-도 되고 정말 어이가 없기도 해서 보는 순간 미친듯이 웃었다. 하하하하!!!
당연히 애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위에 피땅콩이랑 호두사진이 꿈에서 본 거랑 굉장히 비슷했다. 그럼 어째서 땅콩이 피 속에 세 개씩 있었는가는 내용물을 꺼내보고 깨달았다.
안에 있는 스틱에는 저렇게 세 종류의 이름이 써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하도 어이없어 하니까 저녁에 온 아이가 선생님 땅콩 세알의 의미가 저거라면 아직 호두의 꿈이 남아 있을 거에요... 했다.
물론 그것도 역시 이루어졌다. 그 다음 주에 다른 아이가 퇴원했다고 호두 아몬드 두유를 한 박스 들고 왔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리고... 나머지 핑크색 덧신 꿈은 아마 이것이 아닌가 싶다. 그 날 낮에 이마트에 들러 땡처리를 하길레 정리함을 하나 사왔는데 꿈에 신발 색깔이랑 똑같다. 사면서 때가 좀 타겠는 걸... 했으니 꿈에서 이렇게 신으면 때가 타겠는 걸... 하는 생각과 비슷하다.
어쨌거나 꿈의 상징은 굉장히 왜곡되거나 비틀리거나 과장된 형식을 취한다. 그걸 해석하는 것은 수능문제의 시를 해석하는 것 만큼이나 재밌다. 그리고 언어의 형식과 내용 두 개를 다아 포괄하는 터라 그 절묘함은 읽어낼 수 있는 사람만이 느끼는 즐거움이다.
입원하기 한 달 전 쯤에 뱀에 물려 독이 퍼져서 앰뷸런스에 실려있는 꿈을 꾸었다. 옆에는 엄니랑 큰오빠 내외가 있었고 잠시 후 꿈은 점핑을 해서 내가 북한으로 납치를 당해 관광호텔에서 서빙을 하고 있었다. 깨고 나서 거 참 절묘하네... 하고 다른 것으로 해석을 했더만 나중에 수술하고 보니 그것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서 복강경 수술 받을 꿈이었다. 왜 그렇게 해석이 되는 지는 앰뷸런스 입원 북한 관광호텔이라는 단어의 초성 자음을 조합해보면 앞의 말하고 거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엄니랑 큰오빠 내외도 다녀갔고... 어쨌거나 난 이러저러하게 손님 접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호텔은 병원의 바꿔놓기... 둘 다 오래 머물거나 영원히 머무는 곳이 아니라는 공통점.
이건 언어의 형식에서 빌려온 예지몽이고 두 번째 꿈은 입원하기 열흘 전 쯤에 꾸었는데 우리 집 싱크대의 하수구가 막혀 물이 내려가질 않는 것이었다. 나는 하수관이 있는 싱크대를 열었고 실재로도 개수대 밑의 싱크장에는 정수기용 상수도 관이랑 당연히 개수대의 하수관이 몇 개 같이 있다.
뭐 어쨌거나 그 중에 관이 하나 터졌는지 막혔는지 거품이 부글부글 나다가 종국에는 수도관이 터져 집안이 물바다가 되었다. 물은 발목까지 차 있다가 조금 후 바닥의 먼지며 머리칼 같은 둥둥 떠있던 불순물과 함께 하수구로 쏴악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잠시후 어딘 지 모르는 찰랑찰랑 한 물이 가득 고인 호수같은 것을 본 기억으로 꿈은 끝났다.
뭐 나름 해석하기를 수도관이 터져 물바다가 되는 꿈은 길몽이라니까 좋은 꿈이려니... 했었다. 물론 그렇게 믿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지만 뭐... 사람이란 원래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보는 존재가 아닌가.
거기서 언어의 상징성, 즉 막히다. 하수구, 거품, 불순물, 하수관과 상수관이 같이 있던 싱크 내부 따위의 시적-?? 함축성- 언어를 자알 해석했어야 했다.
간에서 생산한 담즙이 상수도라면 그것이 아래로 내려와 담낭에 저장되어 있다가 소화액으로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과정은 하수의 작용과 비슷하다. 거기에 거품이 끼어 내려갈 것이 못 내려가 터졌으니 담석으로 막히다 상처입은 담관의 의미다. 다행이 터져서 깨끗한 물이 나왔고 다른 불순물까지 다아 내려갔으니 뭐 부엌-즉 소화기-이 깨끗해진 것이다.
물론 저 꿈 중에 어떤 것들은 다중적이고 중첩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 저렇게 단순히 실현되지 않고 정말 다른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많은 결실이 맺어질 지도 모르고 고급스런 실내 덧신의 의미가 고급스런 주거지의 의미도 있으니까 언젠간 깔끔하고 고급스럽고 예쁜 주거지로 이사를 가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지나치게 꿈만 믿고 헤벌레~ 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정말 저렇게 사소한-??- 땜을 하게 했는지도...
'어젯밤 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라운 걸. (0) | 2013.05.25 |
---|---|
흠...꿈... (0) | 2012.12.20 |
태풍 속에서... (0) | 2012.08.28 |
살만 빼믄...된다. (0) | 2012.06.13 |
꿈꾸는 것은 즐겁다. (0) | 2012.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