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마트엘 갔다가 그만 호주산 갈비가 하도 실하고 싸길레 미쳤지!! 그걸 두 팩이나 사 왔다. 백숙용 어린 토종닭도 한 마리 샀는데 내가 단백질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그저 넘의 살이 땡겨서인지는 모르겠다.
울엄니 생신이면 똑같은 갈비를 사다가 일일히 손질해서 핏물을 빼고 밤을 깎아 넣고 해서는 시골갈 때 들고 가긴 했지만 사실 나 먹자고 그걸 사다니 참 뻘쭘한 일이지 아닐 수 없다.
하여 오늘은 백숙을 해서 찹쌀로 밥까지 지어 자알 먹었다. 사실 책상 앞에 혼자 앉아서 닭다리 따위를 뜯고 있자면 뭔가 스스로 대단히 전투적이거나 적극적으로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거나 갈비찜을 하긴 해야겠는데 이걸 해서 나 혼자 아구아구 먹어대는 것도 짐승스럽고 해서 어제 친구집 모임에 갔다가 주말에 우리 집에서 다시 모여 갈비찜 파티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걸 사면서 먹는 것에 초점을 맞춘게 아니라 그저 뭔가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을 들이고 마음을 다해 하는 일이 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종종 만두를 빚거나 칼국수를 미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 '나'를 위해 마음을 다하는 '과정'의 사치를 누리기 위한 것인지도...
나는, 누가 뭐라든 자신을 위해 마음을 다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음을 다 하는 일도 서툴다고 믿는 인간이다. 물론 '나만' 위해서 혹은 '내 것'만 위해서는 빼고 말이다.
여하간 숙제처럼 냉장고엔 호주산 찜갈비용 팩이 두 개나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앞으로 살면서 '나'를 위해 마음을 다해 사치를 누릴 일은 얼마나 많은가.... 음식도 운동도 바느질도 뜨개질도 공부도 정말 무궁무진해서 다 하고 살다가 죽기는 할지 걱정이다. ㅋㅋ.
장 보는-??- 일만 아니라면 어디 부산이나 속초 같은 데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맘이 굴뚝이다.
바깥은 덥고 나는 평화롭고 시간은 아깝게 후딱후딱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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