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대함과 미세함 사이의 초라

<줄리 앤 줄리아>삶에서 중요한 것은 열정이다.

오애도 2009. 12. 24. 01:32

모처럼 영화를 봤습니다. 줄리 앤 줄리아...

시내 영화관에서는 대부분 종영을 했던 탓에 검색에 검색을 거듭헤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봤습니다.

갈등 상황이나 스릴 같은 것은 하나도 없고,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대단한 장경도 없습니다. 거기다 요리영화라서 등장하는 음식도 '음식남녀'나 '바베트의 만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결국 줄리 앤 줄리아는 음식영화는 아니라는 얘기겠지요. 

분명 요리하는 여자가 주인공이고 모티프도 요리이지만 글쎄요....  이 영화는 삶에 있어서 열정과 애정이 삶을 어떻게 바꾸어가는지를 보여 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교관 부인으로써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요리를 시작한 줄리아나 목표는 작가이지만 제대로 끝까지 해 내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자괴감에 빠져있는 임시직 공무원인 줄리 두 사람은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진심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지요. 영화에서 요리는 단지 그러한 매개의 역할이지 요리가 얼마나 훌륭하고 요리할 때 어떤 자세로 해야하는가 아니면 인간관계에서 음식이 주는 역할 따위를 논하자고 대들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그것은 굳이 음식이 소재가 아니어도 되었을 것입니다.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분명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 쯤이 되겠지요. 마흔이 넘어 결혼했으니까 분명 오십 가까운 나이에 시작했을 요리가 어떻게 그녀의 삶을 빛나게 했는지는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고 시대를 뛰어넘어 줄리의 레시피를 통해서만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여 나는 꿈꾸는 자가 얼마나 행복하며 가능성이 있고 지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새삼 확인했을 뿐입니다.

 사실 지금 시작해도 이룰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짐작조차 안됩니다. 물론  철인 오종경기나 단거리 육상이나 마라톤 같은 걸 배워 올림픽 선수로 나가는 일 따위야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

 수학이나 역사, 문화 인류학이라든가 생물학, 골프나 테니스 여러가지 외국어나 학위를 따는 일 같은 것은 물론이고 요리사가 되거나 미싱사가 되는 일도 분명 할 수 있겠지요. 그저 핑계가 많고 게을러서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하여 영화는 내게 또 다른 가능성을 믿고 나아가라고 힘차게 속삭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