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마음이 가라앉았다.
스멀스멀 짜증이 일기도 하는 것이 꼭 달거리 일주일 쯤 남겨놓고 오는 증상 같다. 그럴 땐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상한 옷차림이나 티비 출연자들의 말에도 불쑥 화가 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유를 알기 때문에 쓰윽 마음을 가라 앉히면 된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날도 아니고, 아침에 줄기차게 아팠던 두통도 사라져서 그저 곰실곰실 바느질을 하거나 쓰레기를 버리거나 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푸욱 가라앉아 있다. 누구에게건 한 마디도 안하지만 골난사람처럼 푸욱 내 마음이 밑바닥에 붙어 있다는 것을 절절히 실감하고 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때 마음을 다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던 친구도 생각나고 , 얼마전 가당찮은 오해로 감히-????!!!!!- 고모에게 악담을 했던 조카 녀석도 떠오르고 오전에 주문하면 그날바로 배송하는 퀼트 쇼핑몰에서 아직까지 입금 확인이라는 메세지가 떠 있는 것도 화악!!! 불쾌했다. 그래서 어째 배송이 늦냐고 한 마디 게시판에 쓸까?? 하다가 참았다. -보통때 같았으면 오늘 받았을 것이다.- 어떤 녀석이 공부하러 온다는 것도 아프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이상하게 마음이 저 혼자 불편하다.
오늘의 운세다.
몸이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약기운 탓에 그렁저렁 견딜만 한데 이건 아파서가 아니다.
하여 그나마 아무도 안 만나고 누구와도 얘기할 필요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이럴 땐 분명 별 거 아닌일도 마음 상하는 일이 당연히 생길 것이다.
요즘 들어 수양을 위해 산 속에 들어가는 불가의 수행자들을 정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늘상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분명 마음의 죄도 많이 지을 것이고 삶의 번뇌도 당연히 부지기수일테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 속에서 북닥이며 살지 않아도 되어서,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 적성에 맞아서 참으로 감사하다.
뭔가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르겠어서 따뜻한 밥을 짓고, 알 밴 굴비도 두 마리나 굽고 있다.
따뜻한 밥 먹고 나면 또 다른 시간이 기다리겠지...
아직은 마음이 저 혼자 삐져 있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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