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보자!!

소소한 가을의 일상들...

오애도 2008. 9. 19. 13:30

 명절 전부터 조물거리며 만드는 깅엄체크 민소매 셔츠다. 사놓기는 봄에 산 거 같은데 싸이즈 별, 본 만들기 귀찮아 손도 안 대고 있었다.

속에 오바로크 치는 것만 아니면 버얼써 끝마쳤을 걸 하나에서 걸리니까 몽그작몽그작...

어제 일찍 잔 덕분에 새벽에 일어나, 선적 날짜 맞춰야 하는 봉제수출업체 직공도 아니면서 바늘을 잡아 오전에 거의 끝냈다. 아직 오버로크도 안 치고 단추도 안 달았지만 오늘 내로 끝나겠지. 앞섶이 반대로 되는 바람에 다시 튿어내고 꿰맸다는...

올 해 입기는 그른 일일테고 입어보니 가볍기 한이 없고 촉감 좋은 게 말할 수 없다. 연습 한 번 해봤으니까 내년엔 럭셔리 레이스 원단 사서 만들어 봐야겠다. 한 싸이즈 줄여서 만들었는데 내년엔 제발 서너 싸이즈 줄여 44 싸이즈가 되길... 입어보니 제법 사랑스런 디자인이다. 하하.

 

 

 이건 펠리시타 샬랄라 스커트... 역시 오버로크가 안 된 터라 고무줄 넣는 거 하고 밑단 꿰매는 거 마지막 눌러박기가 안 끝났다. 가운데 분홍체크가 생뚱맞기는 한데 그걸 나름 멋이라고 믿으면 된다. 내년에나 역시 입어야 할 듯... 깨애끗한 분홍이나 흰색 민소매 셔츠 하나 만들어 같이 입으면 이쁘겠지...

 

 

 

 할일없는 인간도 아니면서 잔뜩 퀼트 천이랑 책이랑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천이 없어서 바느질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강박증이나 편집증 환자처럼 열심히 바느질거리만 생각한다.

얼마 안 지나 시험기간일테고 마음은 바쁜데 말이다. 할 것이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일상이 소풍이나 명절 기다리는 것 만큼이나 늘 설렌다. 그렇게 시간은 늘 모자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제 산에 갔다가 주워 온 도토리와 밤... 저렇게 잘 여문 도토리를 보면 울엄니 생각이 난다.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보면, 사랑스럽다.... 고 말씀하시는 이제는 기운 많이 빠지신 울엄니... 그런 이유로 올 해는 아마 저걸 주우러 산에 오르시는 일이 어려울 것이다.

청계산에 지천으로 널려있어서  산에 오르는 내에 엄니 생각을 했다는....

 

 

조카 녀석들...

사촌지간이며 형제 지간이다.

그러나 쓸쓸한 것은, 형제라는 게 남이 되는 것의 시작이라는 것....

오랜 세월 지나 너희들은 그렇게 멀어지고 떨어지게 될 것이다.

내 어머니 아버지에서 비롯된 '가계'의 시작은 그렇게 타인으로써의 출발점이라는 것...

 

 

 

이번에 보니 많이 야위어서 내가 찐조기대가리라고 놀렸다. 밥 좀 많이 묵그라. 식욕이 삶의 의욕이란다... ^^

 

 

 

오빠 이리 줘 봐봐...

 

믿어지지 않을만큼 사촌들끼리 사이가 좋은 녀석들이다.

 

 

오잉??

잘못됐는데??

 

 

 

영화 맘마미아 보고 내년 여름방학엔 지중해 쪽으로 한달 쯤 여행을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불쑥 적금 하나를 인터넷으로 들었다. 지난 번에 일년동안 열심히 일한 상으로 그곳에 다녀온 언니가 찍어온 사진을 보면서  침 질질 흘렸는데 뭐 못 할 것도 없지...

마흔 다섯까지 자알... 세상에 눈흘기거나 투덜대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왔으니까 뭐 그정도는 스스로 상을 줄만 하지 않을까? 하하.

흠... 그런데 경제가 좀 어떻게 살아나야지 싶다.

예전에 유럽 여행 갔다와서는 바로 아엠에프 사태 터졌었다.

 일상이나 경제나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법... 오르막에서 내리막을 경계하지 않으면 굴러떨어지듯이 내리막에서 오르막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길게 보면 삶은 그렇게 정해진 사이클대로 굴러가는 것이다.

 

 

아침 내에 맘마미아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 들으며 바느질 중에 생각한 것은 수영장엘 모처럼 가자!! 였는데 또 뭉그작거리고 있다. 세탁소에 들려 오버로크를 치고, 은행에 들러 돈을 집어 넣고, 날 저물면 양재천이나 가 봐야지.

 만들다 만 이불이나 꿰매고 필통을 다 만들어 치워야겠다.

 

울엄니 보낸 택배에서 세 가지의 김치가 나왔고 막 따낸 애호박, 가지, 깻잎절임, 고구마... 여기저기서 얻은 과일들로 냉장고가 그들먹하고,  바느질 할 거리도 잔뜩이다.   가난한 친정 가는 것보다 가을 들에 나가는 것이 낫다는 말처럼 그저 풍성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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