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새벽,머리맡에서 추적이는 빗소리에 깨어 다시 잠들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실패하고 중요한 약속이나 있는 듯, 아니 누군가를 위하여 아침 준비라도 해야 할 것처럼 일어났습니다.
그 새벽녘 빗소리와 별다르게 달라지지 않은 소리로 지금까지 비는 내리고 있습니다.
가끔 부슬거렸다가, 더러 주룩주룩이었다가 또 때로는 바람과 함께 후둑거리며 지치지도 않고 종일 내리더군요. 일요일을 열심히 일하면서 보내고 나면 월요일과 화요일은 뚜껑 열지 않은 좋아하는 음료수마냥 마음이 설렙니다.
날이 좋으면 이불 빨래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며칠 수건과 면빤쓰 따위를 삶아 빠는 일이 재밌습니다. 눅눅한 이불을 죄 꺼내 빨아 말릴 생각이었고, 어항청소를 하고 물고기를 사올 생각이었지요. 빨래는 못했지만 어항 청소를 하고 새로 물고기를 사다 넣는 일까지는 했습니다. 손자까지 키웠던 구피는 아이들이 장난삼아 먹이 뭉텅 넣어준 이래로 그만 횡사를 하는 바람에 한동안 어항은 생명 없는채로 필터만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지요.
어젯밤 손님이 찾아와 이러저런 얘기를 하는 도중에 그만 그 버려진-??- 어항에 눈이 갔던 것입니다. 물은 탁해졌고, 형광등은 나갔고, 위에 먼지는 쌓였고... 하여 얘기 도중에 벌떡 일어나 쌓인 먼지를 닦아냈습니다. 그리고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항청소를 하고 미리 물을 받아 놓고는 비는 추적추적 오는데 우산 받쳐들고 하나로 마트까지 가서 새로 물고기를 사다 넣었습니다.
이제 그곳에서는 제법 생기 퐁퐁입니다. 아마 생명현상이겠지요. 병원엘 잠시 다녀오고, 모처럼 밥을 지어 굴비를 구워 먹었습니다. 햇동부밥이 환장하게 맛있는 때입니다. 그냥 밥만 먹어도 맛있지요. 카레라이스를 해 먹으려고 닭가슴살 한 팩을 샀고, 어릴 때 먹던 생각이 나서 여름도 다아 갔는데 조개젓 작은 것을 한 통 샀습니다. 비린내 안 나게 양념해 먹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사과 한 봉지를 샀습니다. 그리고 물고기 담긴 봉지까지... 비는 오는데 낑낑 그걸 들고 버스타고 오고 있지니까 작고 낡은 고물차 한 대라도 사서 시장용 캇트로 써?? 하는 생각도 잠시 들더군요.
그리고 나머지 시간엔 크레이지 모노백의 페더스티치를 하고 있습니다. 내일 쯤 다아 만들게 되지 않을까합니다. 며칠 째 우중충한 모노톤의 헝겁만 만지고 있자니 화려한 꽃무늬 천이 그립습니다.
살은 제법 내려서 한참전에 코스트코에서 샀던 싸이즈 작은 DKNY 청바지가 어?? 맞습니다. ^0^ 병원가서 의사한테 칭찬까지 들었지요. 하하. 이러다간 겨울에 그거 커서 못 입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저녁엔 친구 만나 매운 닭발이랑 돼지껍데기랑 소주 한 잔 하고 왔습니다.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빗소리는 여전히 추적입니다.
평화롭고 무난한 밤입니다.
일찍 자야겠습니다.
새벽에 일어났더니 술기운처럼 졸음이 온몸에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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