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덕틸 먹은 지 나흘 지났다. 일요일 계모임에서 친구들 모였을 때 두어 알씩 나눠주고 이왕 뜯은 거 먹어보자 해서 월요일부터 먹기 시작했다. 뭐 강남의 아저씨들은 모여서 비아그라를 나눠먹고 아줌마들은 리덕틸 나눠먹는다는 말이 있기도 하단다.
뭐 어쨌거나
식욕은 있는데 먹고 싶지 않은 참으로 기이한 경험을 한다. 아니 먹고 싶지 않은게 아니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잘 안든다.
나름 과학적이고 조직적인 인간인 나는 아침에 일어나 대사를 위해 커피, 크림, 설탕 넣은 막커피 한 잔은 마시는데 이걸 먹고 나면 땀이 제법 좌악 난다. 우리 몸이라는게 음식이 들어와야 뭔 대사를 시작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약 한 알 먹고, 이것 저것 하다가 밥 삼분의 일 공기 안되게 먹는다. 소화가 다 될 무렵 수영을 한 시간 정도 쉬지 않고 하는데 놀라운 것은 하나도 힘들지 않다는 것이다. 이럴 수도 있남? 뭐 물론 배는 고프다. 말하자면 속이 비어서 약간 쓰린 듯한 느낌이 들거나 꼬르륵 소리가 나기도 하는데 기운이 없거나 하지도 않은데다 집에 와서도 미친듯이 먹어야겟다는 생각이 안 든다는 것이다. 음식이 맛 없는 것도 아닌데 수저 놓는게 하나도 안 아쉽다.
나중을 대비해 단백질 섭취때문에 저지방 우유에 유청 단백 한 스푼 넣어서 먹고 과일 뭐 이런 것 먹는다. 영양제도 한 알 먹고 차도 마시고...
운동은 수영 안 하는 날은 두 시간 양재천 걷고 술은 마시지만 반 잔 정도가 전부이다.
하여 결론은 오늘까지 저울 상 3킬로그램 감소했다.
사실 약먹기 전에 생리가 끝나서 1.5킬로그램 줄었었고, 그동안 운동하고 노력햇던 것이 서서히 나타나는 찰라에 가속도가 붙지 않았나 싶다.
하루에 댓 번 정도 화악 더워지고 땀이 나는데 이게 대사율증가가 아닌가 싶다. 입이 말라서 물을 많이 먹게 되는게 뭐 그다지 괴롭진 않다. 불면증이나 편두통이 올 수도 있다고 했는데 대사율이 높아져서 그런지 잠은 훨씬 잘 잔다. 두통은 원래 없는 인간이고...
운동 안하고 굶거나 초 절식으로 하루 이틀에 2,3킬로그램 줄어 드는 것은 사실 수분이거나 전해질 따위가 빠져서 그렇다는 것을 안다. 아니면 근육 손실이거나... 나야 한번도 그래본 적 없는데 문제는 맘 먹으면 한 끼도 안 먹어도 버틸 것 같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나흘 동안 운동으로 소비한 칼로리가 하루에 700칼로리면 토탈 2800 칼로리 정도 될 것이고, 식사량에서 모자라는 칼로리는 2000칼로리가 하루 권장 섭취량인데 분명 1000칼로리도 안 되게 먹었을테니 4000 칼로리, 그리고 분명 대사율 업그레이드로 하루에 300칼로리 정도 올랐을 테니 1200칼로리... 지방 1킬로그램이 8000킬로 칼로리니까 뭐 수분 아니래도 1킬로 그램은 분명 지방이 줄었을 것에다. 제법 배가 홀쭉해 지는 걸 보면 말이다. 하하.
이런 속도로 가다가는 한 달에 10킬로는 문제 없을 것이겠지만 뭐 그러길 바라지는 않는다.
하여 적당히 챙겨먹고, 운동한다.
이렇게 약발 잘 받는 것은, 이런 시도가 처음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맨날 살빼자 뭐 노래를 부르기는 하지만 한 번도 약이나 식품이나 침 같은 걸 시도해본 적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내게 있어서 다이어트는 그냥 재미삼아 부르는 삶의 노동요 쯤이 아니었나 싶다. ㅋㅋ.
운동과 소식이라는 정공법에 대한 집착의 실패를 체질상의 문제라고 치부하고는 편법에 눈을 돌렸는데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하하
유럽의 중세 기사계급의 몰락원인 중의 하나가 화약과 총포술의 발명이었는데 검을 아무리 잘 쓴다 해도 한 방 총의 위력 앞에서 그것은 얼마나 무력했겠는가!! 죽어라 운동하고 나름 신경 써 먹었던 지난 날들이 꼭 총 앞에서 검 빼든 노련한 기사같은 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하여 결론은 내가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과하게 먹어대고 있었다는 말인가!!
넘쳐나는 에너지 저장창고에서 꺼내 쓰기 위해서는 몸에 공급하는 에너지의 양을 줄일 수 밖에 없는데 알고 보면 늘 넘치게 혹은 알맞게 넣어 줬는지도 모른다.
신체의 기아대비 능력과의 싸움에서 나는 철저하게 패배해, 한 방 미사일로 칼든 기사를 초토화 시키는 중이다.
현대 무기의 가공할 능력에 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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