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울 아부지가 들어 있는 그림!!

오애도 2002. 3. 29. 00:29
지금은 다 나았지만 어렸을 적 내손은 겨울이면 동상으로 늘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에 걸렸던 동상은 그 후 오랫동안 날 괴롭혔었습니다.

집 떠나 있을 때 엄마는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좋다는 약은 무엇이든 다 해 주셨습니다.

일년에 한 번 겨울에 설 쇠러 내려갈 때면 어느 땐 말린 쇠똥을, 어느땐 버들개지 뿌리를 캐다가 삶아 놓거나 마늘대, 황 녹인 물, 찐 무우등 온갖 민간요법의 약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중엔 커다란 침을 맞고 한 대접이나 피를 빼 낸 후에 기적처럼 내 손은 나아 지금은 토실하고 보드라운 본래의 내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지금도 어떤 것이 그 오래되고 깊은 동상을 낫게 했는지는 모릅니다.

그 동상이 걸린 초창기에 가끔 동네 어귀나 가게 앞에서 아버지와 부딪히면 멀리서 아버지는 애도야 이리 와 봐... 하고 부르셨습니다. 어린 나와 키를 맟추느나 길가에 쭈그리고 앉으신 울 아부지는 손을 내밀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어린 딸의 부어오른 손가락 마디를 꾹꾹 눌러 보시거나 손바닥을 뒤집어 보거나 하시면서 어쩌다가 동상이 걸렸나고 쯧쯧 하셨습니다.

가끔 아프신 울 아부지 가엾고 안됐다는 생각 들 때마다 떠오르는 선명한 그림입니다.

아부지 돌아가시고, 날 가장 울게 만든 그림이기도 합니다.

그때 그 울아부지 마음은 지금 쯤 어딜 헤맬까요?

아니면 그런 마음도 오래되면 삭아 없어지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