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모두가 예수... 내 마음이 부처...??!!

오애도 2007. 11. 26. 12:29

"그럼 당신의 내부 깊숙한 곳에서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프란치스코 형제? 하나님이 말씀해주시기 전에 그걸 찾아낼 수 있겠어요?"

프란치스코는 어떤 소리를 엿듣는 자세로 머리를 숙였다.

" 알아낼 수가 없군요." 한참만에 고백하는 그의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 나왔다. " 내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는 알려줍니다. 그런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건 모르겠군요"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요? 프란치스코 형제? 무엇보다 밉고 무엇보다 더 두려운 일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겠어요? 이렇게 묻는 나를 용서하시오."

프란치스코는 잠시 머뭇거렸다.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마침내 말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문둥이요. 나는 그게 제일 싫어요. 문둥이를 보기만 해도 견딜 수가 없거든요. 행인들이게 안전한 거리로 길을 비키도록 경고하기 위해서 메고 다니는 그들의 지팡이에 걸린 방울 소리만 멀리서 들려도 까무러칠 것 같거든요. 하나님 저를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이 세상에문둥이보다 징그러운 것은 없습니다."

 

그날밤 프란치스코는 그분의 음성을 듣지요.

'이제 날이 밝았느니라. 일어나 길을 떠나게. 자네를 위해서 비를 멎게 하겠네. 길을 떠나서 가다 보면 머지 않아 방울소리를 들을 걸세. 그건 내가 자네에게 보내는 문둥이라네. 그에게로 달려가 끌어안고 입을 맞추게... 내 말 알아듣겟는가? 그대는 마치 내말을 못 들은 체 하긴가? 왜 대답이 없지?'

 

'당신은 내 아버지가 아닙니다. 당신은 인류를 사랑하지도 않아요. 당신은 무자비하고 힘만 내세워 우리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따름이예요. 조금 전에 당신은 내가 친구와 길을 걸으며 징그러워서 문둥이 곁에도 못 간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지요. 그 소릴 듣기가 무섭게 나더러 문둥이 품에 안기어 주었으면 하고 주문하는 거죠? 그 밖에는 제가 나갈 길이 없다는 이야긴가요? 좀 쉬운 길이 없다는 말인가요. 가난하고 보잘것 없는 인간이 당신을 찾아가서 만날 수 있는 좀 더 편안한 방법은 없다는 뜻인가요?" 

 

다음 날 정말 프란치스코는 온몸이 썩어 문드러진 문둥이를 찾아내어 그를 얼싸안고 입을 맞춥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한참을 걷다가 문득 보니 문둥이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그때 프란치스코와 서술자인 친구는 깨닫게 됩니다.

"레오 형제,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런 것 같아요. 모든 문둥이, 병신, 죄인이 말입니다. 입에다 키스를 해 준다면 그들은 모두, .... 예수가 된다는 얘기지요."

 

스물 한 살 때 쯤...

N 카잔차키스의 성 프란치스코를 읽었습니다.

그 스무살 무렵 내 사유의 화두는 분명 종교 혹은 신앙 혹은 삶의 진리 따위였습니다. 성경과 니체와 사르트르와 법화경과 불교설화 따위를 동시에 읽어재낄 때였지요. -고백하건데 깨달은 건 하나도 없다-

혼란과 혼돈으로 이해하고 있던 성경과 어떻게 카톨릭이 오늘날의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되었는지에 대한 정리는, 누가 뭐라든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과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성 프란치스코를 읽고 이루어졌습니다.

문학의 힘이지요. 션찮은 독서에 몇권 읽지도 않은 책에서 얻은 깨달음은 그러나 얼마나 소중한 지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절대 기독교인이 아닙니다.

뭐 그렇다고 불교신자도 아닙니다.

그저 세상이 다아 예수이고, 내 마음이 다 부처라고 믿고 있을 뿐입니다. 어떤 것을 믿고 선택해서 신앙으로 삼느냐는 각자의 취향과 선택일 뿐입니다.

 

성프란치스코는 기독교적인 인물이 주인공이었지만 절대로  선교용, 혹은 폐쇄적인  기독교 유일신 사상의 집착을 보이는 소설이 아닙니다. 거기엔 고뇌하는 인간의 아름다움, 진정한 신앙이 무엇인가-그게 어떤 신앙이든 상관없다- 그리고 오래 묵은 삶에서 오는 깊은 통찰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스무살 무렵의 깊은 감동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걸 다시 꺼내서 읽습니다. 푸른 색연필로 밑줄이 그거 있는 걸 보면서 어떤 마음으로 밑줄을 그었을까를 짐작하고 혼자 웃습니다.

 

일체 유심조의 원효대사의 일화도 물론 감동적입니다.

나는 종종 무엇이 예수이고, 어떤 게 부처일까를 생각합니다.

고통과 환멸이나 밉고 싫고 두려운 것들이 어쩌면 그렇게 부처의 다른 모습, 예수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다분히 사이비 도 튼 인간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거기에 입맞추는 일이 쉽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그렇게 고뇌에 차서 살아가는 지도 모릅니다. ^^

 

엊그제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누구세요... 했더니 동냥 좀 하려구요... 하더군요. 잠시 망설이다, 지폐가 없길레 오백원 짜리 동전 두 개를 들고 문을 열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여인네가 서 있더군요. 동전을 내밀었더니 이런 거 말고 참치나 라면 같은 거 없나요? 하더군요. 나는 순간 뻥!!! 해서는 그런 건 없네요... 했더니 그럼 빗물좀 닦게 -비오는 날이었다- 수건 같은 것 좀 주세요.. 합니다. 하여 두루마리 화장지를 잘라서 줬더니 이런 거 말고 수건을 달라더군요. 그것도 많이... ??????? 어쨌거나 잘 빨아서 삼단으로 접어놓은 수건을 줬는데 더 달라라고 하길레 어디 쓰시려구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냥... 쓸 데가 있어서요.

나는 아 이제 됐습니다. 하고 문을 닫으려는데 자신이 엑스로 맨 가방을 가리키며 혹시 이것보다 더 큰 가방같은 건 없나요? 합니다. 그래도 잠시 망설이다 가방을 찾았습니다. 안 쓰는 것을 찾아 문앞으로 가려다가 갑자기 이상한 짜증이 밀려왔습니다. 하여 그냥 문 열고 없으니 그냥 돌아가십셔~~ 했습니다. 뒤돌아 가는데 보니 배낭에 잔뜩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었다는...

 

하여 결론은 참 특이한 예수님 모습이구나-^^;;-로 잠깐 생각했고, 내 마음의 부처님의 한계를 느꼈다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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