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침묵도 엘리베이트한다!

오애도 2002. 1. 27. 00:55

열 일곱 개의 가벼운 영혼과 무거운 침묵이 내렸다.
우루루 사람들이 내린다.
문이 열린다.
6층입니다.
6 ......
5 ......
4 ......
3 ......
2 ......
1 ......
문이 닫힌다.
우린 성냥갑 속의 잘 꽂아진 성냥처럼 반듯하게 섰다.
노란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남자가 내린다.
만원입니다.
띠이익!!
열 여덟 번째로, 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어깨를 좁히며 탄다.
모두 열 일곱 명이다.
6층을 향하는 사람들이 탄다.
빈 엘리베이터에
성냥이 쏟아지듯 사람들이 내린다.
우루루
문이 열린다.
1층입니다.
딩동!!
다섯 번째에 나는 서 있다.
그것을 타기 위한 긴 줄의
6층 전용 엘리베이터

6층 전용 엘리베이터
그것을 타기 위한 긴 줄의
아홉 번째에 나는 서 있다.
딩동!!
6층입니다.
문이 열린다.
우루루
성냥이 쏟아지듯 사람들이 내린다.
빈 엘리베이터에
1층을 향하는 사람들이 탄다.
모두 열 일곱 명이다.
열 여덟 번째로, 역시 노란색 머리를 가진 여자가 어깨를 좁히며 탄다.
띠이익!!
만원입니다.
노란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여자가 내린다.
우린 다시 성냥갑 속의 잘 꽂아진 성냥처럼 반듯하게 섰다.
문이 닫힌다.
6 ......
5 ......
4 ......
3 ......
2 ......
1 ......
1층입니다
문이 열린다.
우루루 사람들이 내린다.
열 일곱 개의 가벼운 영혼과 무거운 침묵이 내렸다.

삶에서도 오르내릴 수 있을까
그렇게 겸손하게 혹은 조용하게.


내가 다니는 영어학원은 6층에 있습니다.
길게 줄을 섰다가 타면 늘 만원입니다.
그렇게 꽉 찬 엘리베이터 안은 그것이 6층까지 오르는 동안 열에 아홉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만큼 무거운 침묵까지 함께 싣고 올라갑니다.
왜 그렇게 조용한 걸까요? 사람들은 엘리베이터에 타는 순간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고 숨을 죽입니다.
그 이상한 침묵은 내가 만약 눈을 감는다면 누구도 타지 않았다고 느낄만큼 대단한 대단한 적막입니다.

사람은 그렇게 고독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빽빽한 사람들 틈에서 물리적인 번잡스러움과는 다르게 우린 얼마나 마음을 열고 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