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오늘부터 시험 시작이라서 지난 주는 집에 갔다온 이래로 매일 열 두시까지 내리 보충이었다.
짬짬이 산에 가는 일 외에는 한 일도 없다. 준비해 놓은 바느질거리는 손도 못대고 있고, 삶아야지 해 놓은 빨래도 그대로이고 여름 옷 정리도 못했다. 운 나쁘게 휴일 턱!!! 끼고 시험일이 있어서 휴일도 반납이다.
사실 투덜대긴 해도 뭐 그리 나쁘지 않다. ^^ 가르치는 게 즐거울만큼 배우는 아이들이 눈 빛내며 즐거워 하니 말이다.
가을날씨답지 않게 내리 우중충이다.
일주일 날씨를 보아하니 이번 주도 내리 우중충이다. 농사꾼도 아니면서 걱정이다. 일조량 부족해서 분명 단풍도 별로일 것이다.
날씨건 사람이건 제 모습 보여주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용한 집안공기를 가르며 커피물 올려놓을 때가 마약처럼 행복하다.
요즘 며칠 새벽-??-에 일어난다. 신문과 우유를 들여오고 물을 한 잔 마시고 컴퓨터를 켜고 그리고는 커피를 한 잔 끓여 마시는 것이다. 그 조용한 움직임 속에 녹아 있는 평화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은 대신 아이들 시험준비를 해 주느라 죽어라 지도를 들여다보고 역사책을 들춘다. 그렇게 새롭게 들어오는 지식들은 이제 전혀 꺼글꺼끌하지 않고 매끄럽다. 대신 소화도 빨라서 더 이상 영양분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인격이나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공부라는 게 때가 있다는 걸 실감한다.
사람은 어쩌면 정말 20대까지 배우고 형성된 것들로 평생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때 형성된 것들이 굳어지고 견고해지는 과정이 있을 뿐...
나이 먹어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저 필요에 의한 취사 탓인지도 모른다. 하여 나이 먹어 점점 아름답지 않은 바닥이 드러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생각해보니 나이 먹고 오래 될수록 좋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점점 껄끄럽고 경원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흠...... 찬밥에 물말아 멸치고추조림하고 밥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며 하는 고민 치고는 심각하군. ㅋㅋ
차 한 잔을 더 마시고 시일 산에나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