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와 맥주를 마시고 왔습니다.
사람들로 득시글거리는 맥주집에서 우리는 시끄러운 음악과 여러 사람들이 떠드는 속에서 목이 쉬도록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는 늦은 밤의 명동 거리를 쏘다녔습니다.
아이가 둘인 친구는 아이들을 신랑한테 맡겨놓고 모처럼만에 나온 터라, 와 이리 시간이 빨리 가노 하면서 아쉬워했습니다.
집에서 하루종일 알라들과 있다 보면 넌덜머리가 나게 시간이 안 가는데 말야...-참고로 이 친구는 연년생으로 예쁜 딸만 둘입니다. -
사실 그렇게 투덜대기는 해도 놀라우리만치 아이들한테 쏟는 애정은 남다릅니다.
각설하고,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속도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속도를 극명하게 실감하게 하는 것이 아마 나이가 아닐런지...
나이가 들 수록 그 시간에는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실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십대 때의 시간의 속도와 서른을 넘긴 나이의 시간의 속도의 차이는 아마 다섯 배 쯤이 아닐까요?
열 일곱 무렵, 그때 삼십대 중반을 달리던 아줌씨가 그러더군요.
지금 니 나이때가 시간이 가장 더디게 가는 때야. 스물만 넘어봐 '어...어' 하면 서른이고 어? 하면 서른 다섯이야...
자고로 옛말 그른 것 없습니다.
지금 나는...
그때는 절대 안 올 것 같은 삼십대의 끝을 달리고 있습니다.
머잖아 사십대입니다.
아마 사십대는 더 빠른 속도로 달리게 되겠지요?
우린 그 시간의 속도에 발맞추느라 또 얼마나 헉헉댈지를 생각해 봅니다. 아니 발 따위는 맞추지도 못하고 여전히 시간과 세월의 꽁무니만 따라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착은 역시 같겠지요?
한 해의 끝입니다.
그리고 이 며칠이 지나면 삼십대 끝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별로 이루어놓은 것이 없어서 쓸쓸하지만 그래도 잘 살았다고, 잘 살고 있다고, 잘 살 것이라고 믿어야겠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쉬지 않고, 영원히 정지되어 있는 과거 속에 차곡차곡 오늘을 넣고 있군요.
가끔, 늘 만나던 친구의 얼굴에서 풋풋함이 사라졌음을 느낄 때 속절없이 시간의 속도를 생각하게 됩니다.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십시오.
사족: 아래 시는 삼십대 초반부터 제가 좋아하는 시라서 가끔 타이프로 쳐서 책상 위의 유리 밑에 끼워놓고 보던 시입니다.
왜 그 삼십대의 시작 무렵에 이 시를 좋아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사십대가 머잖았군요.
시인 고정희는 이 시를 쓰고 얼마 후 사십대의 나이에 산에서 삶을 접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 쓸쓸하고 슬픈 느낌이 듭니다.
사십대
고정희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사람들로 득시글거리는 맥주집에서 우리는 시끄러운 음악과 여러 사람들이 떠드는 속에서 목이 쉬도록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는 늦은 밤의 명동 거리를 쏘다녔습니다.
아이가 둘인 친구는 아이들을 신랑한테 맡겨놓고 모처럼만에 나온 터라, 와 이리 시간이 빨리 가노 하면서 아쉬워했습니다.
집에서 하루종일 알라들과 있다 보면 넌덜머리가 나게 시간이 안 가는데 말야...-참고로 이 친구는 연년생으로 예쁜 딸만 둘입니다. -
사실 그렇게 투덜대기는 해도 놀라우리만치 아이들한테 쏟는 애정은 남다릅니다.
각설하고,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속도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속도를 극명하게 실감하게 하는 것이 아마 나이가 아닐런지...
나이가 들 수록 그 시간에는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실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십대 때의 시간의 속도와 서른을 넘긴 나이의 시간의 속도의 차이는 아마 다섯 배 쯤이 아닐까요?
열 일곱 무렵, 그때 삼십대 중반을 달리던 아줌씨가 그러더군요.
지금 니 나이때가 시간이 가장 더디게 가는 때야. 스물만 넘어봐 '어...어' 하면 서른이고 어? 하면 서른 다섯이야...
자고로 옛말 그른 것 없습니다.
지금 나는...
그때는 절대 안 올 것 같은 삼십대의 끝을 달리고 있습니다.
머잖아 사십대입니다.
아마 사십대는 더 빠른 속도로 달리게 되겠지요?
우린 그 시간의 속도에 발맞추느라 또 얼마나 헉헉댈지를 생각해 봅니다. 아니 발 따위는 맞추지도 못하고 여전히 시간과 세월의 꽁무니만 따라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착은 역시 같겠지요?
한 해의 끝입니다.
그리고 이 며칠이 지나면 삼십대 끝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별로 이루어놓은 것이 없어서 쓸쓸하지만 그래도 잘 살았다고, 잘 살고 있다고, 잘 살 것이라고 믿어야겠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쉬지 않고, 영원히 정지되어 있는 과거 속에 차곡차곡 오늘을 넣고 있군요.
가끔, 늘 만나던 친구의 얼굴에서 풋풋함이 사라졌음을 느낄 때 속절없이 시간의 속도를 생각하게 됩니다.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십시오.
사족: 아래 시는 삼십대 초반부터 제가 좋아하는 시라서 가끔 타이프로 쳐서 책상 위의 유리 밑에 끼워놓고 보던 시입니다.
왜 그 삼십대의 시작 무렵에 이 시를 좋아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사십대가 머잖았군요.
시인 고정희는 이 시를 쓰고 얼마 후 사십대의 나이에 산에서 삶을 접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 쓸쓸하고 슬픈 느낌이 듭니다.
사십대
고정희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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