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저러하게 무지 바빴던 날들... 입니다.
물처럼-??- 조용히 고요하게 사는 걸 지향하는 인간인데 요즘은 여전히 조용히 살지만-뭐 크게 사회적으로 활동을 하며 살지는 않으니까- 고요하게 살아지지는 않습니다.
오랜 시간을 끈질기게 붙어 있는 암과 지내고 있는 사촌 동생이 오늘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교외의 요양병원에 적을 두고 7년이나 씩씩하게 지내고 있던 동생은 뼈로 전이된 데 이어 세번 째 폐로 전이된 이후 고생을 하다가 두달 전 우리 집 앞에 있는 한방병원으로 옮겨 왔었습니다.
두달 가까이, 나는 일하러 갔다가 오는 길에 자주 들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돌아왔었습니다. 지난 주부터 면회가 금지되는 바람에 어제 간신히 반시간 남짓 얼굴을 봤습니다.
많이 말라서 보기에 참혹하지만 그래도 자주 얼굴을 활짝 펴며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웃음만큼이나 좋은 치료제는 없단다... 라고 얘기를 해 주기도 했지요.
어젯밤에 돌아오면서 원망도 체념도 아닌 마음으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부디 좋아져서 다시 나오니라. 수영아.
하느님, 외삼촌 부디 도와주십셔~ 저만큼 열심히 살았으면 누리는 날이 있어야 하는 거인디 삶이 허구한날 견디는 일만 있다면 그거 참혹해서 어찌 사는가요?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바이러스 탓에 뒤숭숭한 분위기도 심란합니다.
나란 인간은 원래 꽤 무덤덤한 인간인지라 지나친 공포나 과한 호들갑이나 쓸데없는 걱정이 잘 안 생깁니다.
그렇다고 현상을 모른다거나 무시해서가 아니라 현상에 대한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 대응이나 대처에 있어서 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 있는데 오래 전에 사스 때인가... 이런 맥락으로 포털에 글썼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기억이!!! ㅎ
오죽하면 백혈병 진단 받았을 때 베사노이드 처방받고 약 검색해 본 후 백혈병의 기전과 내 상태를 분석해 보고 음 괜찮겠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내 상태라는 게 백혈구 수치가 표준보다 오히려 낮다는 것은 흔히 암세포로 불리는 미성숙 세포의 양이 적다는 의미일 테고 백혈구 수치가 적으니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 해도 열이 오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며 -실제로 열은 1도 안 났음- 그 얘기는 감염위험이 낮다는 의미이고 특정 약이 특정의 아형에만 쓰인다면 표적치료제일 테고 표적치료제가 있다는 것은 거의 나을 수 있을 것이다...
의사의 설명 따위는 1도 없었지만 그야말로 한큐에 알아지더군요.
그 후로 나보다 훨씬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한 얘기는 괜찮어, 난 괜찮어. 증말 괜찮을 겨...
게다가 성향상 엄살, 징징거림, 호들갑 이런 걸 떨어대는 짓을 잘 못하는 지라...
하여 나는 늘 내가 갖고 있는 현상에 대한 시답잖은 통찰에 감사하며 삽니다. 하하.
어쨌거나 하루빨리 나라와 사회가 안녕해지고 사람들이 평정심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새 며칠 다섯 살-이라고는 하지만 만 세살이 지난- 사내아이와 열시간 가까이 온몸으로 놀아주기도 했고, 하루에 한 권씩 책도 세권이나 읽어 치웠고 일주 일에 두 번은 단식을 했으며 지방에 사는 오랜 친구에게도 다녀왔고 그 와중에 소소한 약속에 모임도 있었고 -이시국씨 등판!!-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볼까? 공부를 다시 해볼까? 등등 이런저런 생각까지 겹쳐 하게 돼서 꽤 강행군이었습니다.
몸보다는 마음과 생각에 피로와 피곤 가득입니다. 허허허
2월의 끝자락입니다.
올해는 일단 한국어 능력시험이랑 한국사 시험이랑 운전면허 같은 국가 자격증 같은 걸 따 볼 생각입니다.
이 나이에 자격증 같은 건 1도 없는 1인.
조용히 앉아서 이것저것 책읽고 공부나 하는 시간이 최고!!인디... 요즘은 그저 동동거리는 중.
어제 점심 이후로 단식... 맛있는 저녁이나 먹어야겠습니다.
행복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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