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핫 팩 다섯 개, 휴대용 손난로 한 개, 일회용 비옷 두 벌, 여행 안내할 때 일인용 전기 담요나 방석 갖고 오라길래 굳이 전기 방석 하나 주문, 내의는 하의만 두 장, 경량패딩 조끼, 장갑, 비니랑 면으로 된 항암용 모자, 우산-소형에 경량으로 하나 주문- 커피포트가 없는 호텔이 많다고 해서 휴대횽 포트-이야~ 참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던...- 보온병...
우기인 동유럽 겨울의 추위와 비에 대비해 들고 갔던 물건들입니다.
결론은... 여행 다니던 6일 동안 비는 한방울도 안 왔고 구름도 거의 없었던 맑고 쾌청한 날씨.
현지 가이드 얘기로는 이전에는 30일 중에 25일이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여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갖고 있다던데 근래에는 기후 변화에 의해 맑은 날이 많아졌답니다.
하여, 비옷, 우산은 꺼내보지도 않았고, 핫팩이나 손난로는 -내가 추위를 별로 안 타서- 같이 다녔던 젊은 처자들에게 다아 나눠주고-들고 다니기 무거우니 제발 써 달라며- 장갑도 안꼈고 전기 방석도 딱 한 번, 깔고
따뜻하게 자면 잠이 잘 올까 싶어서 켜 본 것 외에 안 썼고, 보온병도 부다페스타 야경 볼 때 추울 거 대비해 둥굴레차 끓여간 게 전부-이건 아주 유용했음. 내가 마시기보다는 다른 사람들 한 잔씩 따라주는 걸로...-
다만 털실로 짠 모자만 주야장천 썼는데 추워서라기보다는 머리가 너무 짧아 보기가 영 벌로였기 때문입니다. 나중엔 주위에서, 선생님, 트리이드 마크 같아요... 해서 그냥 쓰고 다녔습니다. 하하하.
어쨌거나 6일 동안 날씨 축복 대박으로 받았다는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여긴 센텐드레라는 도나우 강변의 소도시...인데 여행 내에 쓰고 다닌 모자...ㅋㅋㅋ
다시 첫날로 돌아가서...
부다페스트 공항에서 호텔이 있는 브르노까지는 네 시간 반이 걸리는데 그 동네는 네 시간 운전을 하면 운전사는 반드시 꼭 45분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게 법이랍니다.
그래서 두 시간 남짓 달린 후 45분간을 칼같이 쉬는 운전기사 덕분에 휴게소에서 슬렁슬렁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동유럽의 대부분 나라가 화장실이 유료라 5 유로 넣고 동전을 바꿨더니 그 동네 동전인 포린트로 다섯 개...
하나는 내가 쓰고 두 개는 비행기부터 같은 좌석에 앉아서 친해진 모녀에게 쓰라고 주었습니다. -나중에 하나 남은 건 성당의 헌금함에 넣음-
어쨌거나 어슬렁어슬렁 휴게소 구경도 하고 동전 준 모녀 멤버가 산 빵도 얻어 먹고- 여행 내내 빵들이 정말 맛있었다-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휴게소에서의 45분은 꽤 길게 느껴집니다. 어떤 시간은 장소나 상황에 따라 그 체감의 길이가 분명 다르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휴게소 앞에 있던 소 조형물의 색깔이 재밌어서 찰칵!! 이런 걸 보면 비로소 내가 다른 나라와 와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어떤 유명 관광지보다 훨씬.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멀리 노을이 이뻐서 찍었건만...
눈으로 보는 것과 카메라 렌즈에 담긴 사물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정서가 반영됐는가의 여부일 겁니다.
아무리 멋지다고 생각해도 기계는 있는 그대로...
멋지다는 것은 인간 정서의 기준.
자연이라는 것은 그렇게 가치중립적, 정서중립적입니다.
숙소에 도착해 첫 저녁식사 때 시킨 맥주...
술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이 동네는 어디든 맥주가 맛있다길래 시켰는데 참 맛있었습니다.
물은 석회 성분이 많아서 끓여 먹는 물조차 사서 먹었는데 물 맛과 맥주 맛은 별개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정말 인상적이었던 엘리베이터...
저 한 쪽짜리 문은 미닫이가 아니라 여닫이... 사람 손으로 일일히 손잡이로 열고 닫아야 합니다. 정원도 네 명...
정말 고전적인-??- 그야말로 60년대 영화에 등장할 법한 엘리베이터였는데 좀 불편하긴 했지만 그나름 운치가 있습니다. 하하.
혼자였고 조인도 안 돼서 방을 혼자 쓰게 됐습니다.
이것도 꽤 그나름 감흥이 있는데 혼자 자유여행으로 다닐 때 혼자서 방 쓰는 것과 여럿이 다니면서 혼자서 방 쓰는 것은 애초에 혼자 사는 것과 가족과 살면서 내 방이 있는 것과 같은 느낌?? 하고 비슷합니다.
둘이 쓰는 방은 한집에서 형제 누군가와 함께 써야하는 때로 오붓하지만 때로 성가신 느낌하고 비슷하겠지요. ㅋㅋ
별로 춥진 않았지만 등이 따뜻하면 잠이 잘 올까 싶어서 전기 방석을 켜 놓고 동영상을 좀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깨보니 네 시쯤... 열두 시 넘어 잠들었으니 네 시간 정도 잔 것인데 그게 여행 내내 가장 오래 깊이 잔 시간입니다.
길게 비행기 타고 가는 여행이 그렇듯 첫날은 도착, 저녁식사, 잠자기입니다.
그리고 누가 뭐라든 나는, 첫날 호텔방에 들어서 짐을 풀 때의 감흥이 차~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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