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백혈병 투병기

이제 일 년...

오애도 2019. 2. 3. 00:55

2년 동안 하는 여덟 번의 유지치료 중 5차 유지치료...

별 건 아니고 그저 보름치 아트라 먹는 것.

이제 꼭 일년 남았다.

6주만에 검사에서 혈액수치는 더 좋아졌다. 

그 외로 혈액검사상으로 간이나 신장 같은 것도 더할 수 없이 좋은 상태다.

동시에 총콜레스테롤도 좀 올랐고 혈압도 좀 올랐다. 

모든 것이 좋아지는 상태에서 혈압도 오른 걸 보면 낮은 혈압이 반드시 꼭 최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물론 심한 고혈압은 문제가 되겠지만 적당히 높은 혈압은 반대로 활력과 건강을 의미하는지도...

울엄니 돌아가시기 직전의 가장 치명적인 징후가 혈압이 말도 안되게 떨어진 것이었다.

흠...   

어쨌거나 컨디션은 최고다. 피로하지도 않고 아픈 데도 없고 감기조차 걸린 적 없다.

체중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터라 몸도 많이 가벼워졌다.

다만 기관지가 별로라서 늘 엷은 가래가 좀 성가시지만 면역반응 짱짱한 거라고 믿고 있다.

늘 감사한 혈액 수치...




지난 번 샀던 데이빗 소로우의 책 <월든> 이래로  다시 문자 중독증 시전 중.

책꽂이에 있는 걸 하나씩 꺼내 다시 읽고 있다.

화장실을 비롯해 도처에 책들...이다. 그 중에... 


테네시 윌리엄즈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유리 동물원>

거의 30년 전에 산 책인데 맨 마지막 장에 써놓은 코멘트는 글씨체가 결코 내가 쓴 게 아니다. 내가 헌 책을 샀던가...

어쨌거나 저 책은 이제 버려야겠다. 너무 낡았고 다시 들추지 않아도 될 만큼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28년 전 처음 읽을 때는 영화에서 주인공 스탠리 역을 맡았던 말론 브랜도와 블랑세 역을 맡았던 비비안 리의 얼굴이 읽는 동안 계속 따라다녔었다. ㅋㅋ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고 있는 책.

빌린 책의 나쁜 점은 밑줄을 그을 수 없다는 것. 소설 아닌 책은 두고 두고 두 번 이상씩은 읽는 인간인지라  소설이나 머리 가벼운 책이거나 필요에 의한 것 아니면 도서관 책은 부담스럽다.

어쩌면 저기서 두 권 쯤은 다 읽고 나서 서점에 가서 사게 될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한 책.

 소설은 아니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의 소설이 안 읽혀졌다- 대담집인데 창작의 과정에 있어서 소설의 리얼리티에 대한 그의 태도가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꽤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나는... 일상에서는 상당히 신비주의적인 걸 신봉하는 인간인데 글에서는 절대로 극복되어지지 않는 것이 리얼리티인 탓에...

어쨌거나 탁월한 이야기꾼에 대한 선망이 퐁퐁.


나머지 두 권은 설화에 관한 책이다. 

어릴 때부터 민담이나 신화, 전설 따위의 책을 잔뜩 읽었더니 그만 이야기를 꾸미지는 못하고 이야기를 분석하는 것에 유능-??-해지고 말았다. 하하하



치료 기간이 이제 일 년 남았다. 아니 이제 2월이니 일 년도 안 남았다.

나는 유지치료 2년 동안 그저 날건달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살겠다고 생각했고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산 듯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이 충만한 시간이었다.  

하여 남은 일년도 건달 아닌 건달로 열심히 행복하게 살 생각.

예순의 나이가 되려면 4년. 흠...

그때까지 뭔가 아주 밀도 있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이것저것 손 내밀고 싶은 게 많아서 어떤 걸 해야할지 당최... 어렵다. 하하.

늘 감사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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