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 홈쇼핑에서... 만두를 팔길레 즉석에서 주문했다. 굉장히 많아서 냉동실 꽉 참.
잠시 후 김치 방송을 하길레 김치 주문... 다시 청국장 방송을 하는데 제법 맛있어 보여서 양이 너무 많아 인터넷 뒤져 소량 주문...
금요일 병원 다녀 오면서 잔뜩 고기랑 과일이랑 사서 들고 옴
어제도 마트에 가서 쥬스 과일 기타 음료수 즉석 육개장, 부대찌개 등등 배달시킴.
냉장고가 꽉 찼다.
2차 항암 일주일 지났던 금요일 진료에서, 이게 수치가 올라가는 거예요? 떨어지는 거예요? 물었더니 앞으로 더 떨어질겁니다... 했다. 별 일 없을 거 같긴 하지만 열이 38.4도 이상되면 응급실로 오세요...
더 떨어지면 위생관리가 좀 걱정이고 먹는 게 또한 걱정이다.
그럴 때는 완전 살균된 인스턴트를 먹는 게 안전하다... 는 핑계로 샀지만 어째 식욕 항진증에 걸린 것 같다.
주사 맞고 이틀 쯤 식욕이 좀 떨어졌지만 뭐 대충 이온음료랑 통조림 과일이랑 과일이랑 요거트만 먹고 금방 회복. 이후 미역국에 볶은 김치 얹어서 잘 먹음. 약 먹기 위해서...
천식약 받아온 것 중에 두 종류가 스테로이드 약. 하나는 정제고 하나는 흡입제... 정제는 애초부터 안 먹었는데 생각해보니 내 증세는 천식이라기보다는 항암에 의한 호흡곤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그날 진료 받고 돌아오는데 호흡곤란 증세 깨끗이 사라져서 전철 타고 오다가 시장봐서 올 정도로 멀쩡해졌기 때문이다. 그후 기침은 좀 났지만 숨쉬기는 아무 문제 없다.
게다가 베사노이드 군과 쟈벨스 씨 부작용에 호흡곤란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발견.
흡입제는 엊저녁까지 썼고 나머지 강력 항생제랑-이건 시작하면 끝까지 먹어야한다는 걸 안다- 항염제는 잘 먹고 있다. 그 흡입제가 소량의 스테로이드 라고 했으니까 식욕항진증이 그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스테로이드 부작용... ㄷㄷㄷㄷㄷ 무섭다. 특히 골수이식 후 숙주반응 때문에 쓰는 스테로이드의 무서움을 같은 병실의 환자로부터 듣고 또한 보면서 골수이식을 통한 백혈병 완치에서 삶의 질 얘기가 나오는 이유겠구나를 깨달았다.
어쨌거나 칩종류의 과자도 한봉지 사고 생전 안 사는 쥐포도 몇마리 사서 어젯밤부터 구워 먹는다. 흠...
일종의 요요인가...
사실 느닷없이 총각김치를 담가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좀 더 기운 나면 칼국수를 밀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수제비 반죽 해 놨다가 김치 익으면 김치수제비 끓여야지... 왼갖 요리 계획이 머릴 맴돈다. ㅋㅋ
거울 보면 창백하게 핼쓱해진 얼굴을 하고... 말이다.
자벨스 씨는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주사 맞고 사흘 지나니 얼굴이 아주 창백해졌는데 어째 피가 몽땅 빠져나갔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식욕은 삶의 의욕과 비례한다고 믿는데 이게 삶의 의욕인지도...
오전 중에, 미역국에 볶은 김치, 베사노이드 군을 비롯한 약들, 이후 사과 한 개, 쥐포 한 마리, 요거트 한 개. 꼬북칩 반 봉지, 그리고 지금... 정말 오랜만에 커피 한 잔.... 흠...
이제 점심시간이다. ㅋㅋㅋ 밥 먹고 약 먹어야 한다.
그래도 짐승스럽게 먹는 것에만 의욕 충만인 건 아니다 어제부터 문득 바느질과 수놓기를 시작해야겠군... 하는 결심도 했고 남는 시간에 영어 공부랑 일본어 공부라도 해야겠다는 결심도 불끈 들었다.
적어도 삼 개월은 온전히 병 님과 토닥토닥 두런두런 조근조근 하면서 지내야 할 테니 심심하지 않게 말이다.
그러면서 내 착한 백혈병은 내 몸안에서 앞으로 두어번 정도 자벨스 씨가 들어오면 가끔 열을 올리고 창백하게 얼굴색을 표백하면서 나와 타협을 하게 될 것이고 종국에는 얌전해 질 것이다.
아침에 문득 착한 제자에게 문자 메세지가 왔다.
추수감사주간이라고... 교회 와서 기도하다가 선생님 생각이 났다고...자기 위해 기도하다 보니 선생님 위한 기도를 많이 못 한 것 같다고... 잘 지내시느냐고...
엊그제는 다른 제자한테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 기도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기도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그 순정한 마음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부끄럽고 또한 몸둘 바 모르게 미안하고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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