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겨울 아침...

오애도 2017. 1. 10. 11:02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제법 파랗습니다.

작년 이맘 때쯤엔 엄니가 계셨고 이렇게 추운 아침이면 두툼하게 옷을 입으며 데이센터 가기위해 준비를 했었지요. 밤새 흠뻑 젖은 내의을 갈아 입히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힘들게 샤워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옷을 입히고 그렇게  간신히 엄니를 차에 태우고 나면 나는 온몸이 목욕한 듯 땀이 났었습니다.

추운데 안 가고 싶으면 가시지 마셔요...

그래도 가야지...

사실 준비하는 게 더 힘들 때가 있습니다. 집에서 삼시세끼 챙기고 화장실 챙기는 일이 그래도 마음은 편했지요.

 저녁에 엄니가 차에서 내리면 손이 냉돌처럼 차가울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땐 유난히 컨디션이 안 좋아서 오자마자 바로 쓰러져 누웠던 엄니...

헤어 드라이어로 엄니 손을 따뜻하게 덥힙니다. 그게 가장 빨리 손을 덥히는 방법이기도 했지요.

이제 다시는, 한번도, 절대로 만질 수 없는 엄니의 얇고 말랑했던 손.

추워요?

아니... 안 춰...

엄니는 안 계신데 착한 헤어드라이어는 지금도 침대맡에 늘 놓여 있습니다.

날마다 사실은 불쑥불쑥 엄니 생각이 납니다. 잘했던 일은 단 하나도 없는 것 같고 잘못한 것만 끝도 없이 생각나 미안하고 미안해서 때로는 혼자서 꺼이 꺼이 울 때가 있습니다. 미안해서 울고 괜히 엄니가 불쌍하고 안됐어서 울고... 개그콘서트를 봐도 전국노래자랑을 봐도 다시 엄니 생각이 납니다.

 냉장고 정리를 하며 엄니가 오래 전에 만들어준 검은콩가루를 발견합니다. 머리칼 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을 꺼내는 순간 만들어 보내주셨던 것이지요. 이젠 먹을 수 없지만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문득 목밑이 굳은 것처럼 딱딱해지며 눈물이 솟습니다.  사람의 눈에서 그렇게 3초도 안 걸리고 폭풍같이 눈물이 쏟아진다는 게 신기합니다.

한 해가 시작됐고 겨울은 한복판입니다. 나도 인생을 복판을 지나고 서서히 뒤쪽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 나머지 여정에서 엄니는 이제 기억과 추억으로만 존재하겠지요. 어쩌면 비로소 온전히 '혼자'라는 것을 실감하며 사는 날이 될지도 모릅니다.

엄니 안 추우세요? 엄마 안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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