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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꽃이 피었다!!

오애도 2012. 4. 17. 11:56

 한남대교 지나 402번 버스 타고 하얏트 호텔 앞에서 내리면 남산 초입이다. 명동이나 회현동같은 시내 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 굉장히 한가한 남산공원 입구...

 

100미터도 안 가 저런 테이블이 나온다. 나는 럭키상가 김밥 한 줄을 사 갖고 가서 점심으로 먹었다. 혼자 앉아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며...

 

 

 

옆에 있던 꽃나무가 매화나무인 듯... 개량종?? 은은한 향기를 반찬 삼아 나는 한참을 앉아 이런 저렁 생각에 잠겨 있었다.

 

향기에 잠깐 취하기도 했던 매화 나무군락...

그런데 벚꽃은 어째 그렇게 엄청난 양의 개채수를 매달고 있으면서도 향기가 거의 없는 걸까? 흠...  

 

 

 

제비꽃도 피었고...

 산수유도 있고...

 개나리도 물론...

 이건 홍매화-??-

언뜻 보면 자알 익은 가을 찔레나무 열매처럼 부풀어 있다.

 

 

어릴 때 동네 뒷산을 하얗게 수놓았던 싸리꽃. 구십 넘어 돌아가신 우리 고모는 저 나무로 빗자루 수십자루를 엮어 장에다 파셨다. -함께 살지도 않았는데 별 걸 다 기억하고 있다는.... - 어느 날 나는 고모집에 갔다가 빗자루 팔러 장에 가는 고모랑 버스 타고  오는데 버스비로 빗자루를 내밀 던 모습이 선명하다. 착한 운전기사는 그걸 웃으며 받았다는...

마당 쓸면 힘차게 자알 쓸렸다.

 

하여 나는 늘 감사한다. 내 여린 손으로 그런 걸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를 만난 것에 대해...

 

 

 

 

역시 개나리와 어울워진 진달래도....

 

 

 

혼자서 벌써 여린 이파리를 다아 내놓고 있기에...

엄니가 봄이면 뜯어와 나물로 무쳐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먹었던 홑잎나물이 아닐까?? 잠깐 궁금해서 들여다 봤지만... 모르겠다.

 

 

남산 순환도로로 내려와 도착한 남산 도서관 앞...

이것저것 아기자기해서 처음으로 가까이 가 봤다.

어스름 저녁...

 

 

저렇게 책도 있어서 잠깐 무신 태양광 산업 월간지 이런 걸 훌훌 넘겨 봤다.

 

 

 

어느 순간부터 책을 보면 쓸쓸하고 씁쓸해진다. 속에 품은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대인지라...

대부분의 책은 귀한 내면을 갖고 있지만 겉이 화려해서-??- 과시하지 않으면 그닥 선택받지 못한다.

인간이라는 것도 겉이 화려하지 않으면- 외모, 학력, 지위, 명성,  재력 따위의..- 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시대이므로 당연한 걸까? 흠...

 

 

지난 가을, 낙엽으로 만들어 놨던 하트가 저거였나 보다.

세 개 쯤 있었는데 화려한 꽃 말고 가장 소박한 꽃으로 된 걸 찍었다. 젊은이 들 서 넛이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는데 얘만 못 본 체 하길레...

 

 

이건 남산 관리소-인가??- 주차창 주위에 있던 화분에 심겨 있는 꽃이다. 저 목마가렛이라는 꽃이름 적은 패찰을 보며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저렇게 POP 글씨체로 꽃이름 적은 걸 꽂은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두툼하고 투박한  손을 가진 남자였을까? 거칠지만 그래도 섬세한 손을 가진 여자였을까?

꽃을 심는 마음은 그것이 단순한 일용노동이라도 가슴 어디 쯤 나른해지지 않았을까?

 

때로 현상만으로 추출해내는 정서는 대단히 몽환적이다.

 

아직 남산은 중턱 쯤은 꽃이 피려면 더 기다려야 할 듯 하다. 작년에 꽃 터널을 이루던 곳은 아직 덜 튀겨진 팝콘의 옥수수 알갱이 모양으로 봉오리가 매달려 있었을 뿐...이었다.

지난 금욜에 서울 대공원엘 갔더니 거긴 훨씬 늦을 거 같아서 남산을 먼저 가고 오늘은 과천엘 가야지... 했었는데 아무래도 거기도 시간이 좀 더 걸릴 듯...

 

그렇게 남산을 돌고 남대문 시장을 돌고 시청앞을 지나 종로를 거쳐 버스 타고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세 시간은 훨씬 넘게 걸은 듯...

 

내성이 생겼는지 그닥 피곤하지는 않다.

 

자아~ 오늘도 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