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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있어 참 좋구나!!!

오애도 2010. 4. 30. 10:40

오늘로 알라들 시험은 다아 끝납니다. 열심히 -??- 가르친 나도 신나지만 알라들도 신나겠지요.

목은 꽈악 잠겼습니다. 떠들지 말고 한동안 입 닫고 조용~~히 지내야 하는데 오늘은 뜨개 강습 가는 날이고 -여러 사람이 있으니까 친해진 사람들하고 사바사바, 새새, 떠든다-내일은 곗날이고... 뭐 이래저래 입닫을 일은 요원합니다.

 엊그제는 열 두시 쯤 온 알라가 '선생님 무지하게 늙어 보여요~' 하더군요.  엥???

'목소리가요. 엄청 힘들어 보입니다... '

힘들어 보이는 거랑 늙어 보이는 거랑 같냐? 어쩌구 하고 보니 과연 내 목소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임종 얼마 안 남긴 노인네 목소리라는...

아침에 전화온 학부형... 주무셨어요?

 느닷없이 새로 시작한 알라들도 여럿이고-게다가 일학년 알라들은 저엉말 못 알아들어 다른 수업보다 열 배는 힘주어 말했더니만... 다행이 시험은 대박!!! 사실 이럼 안 된다. 단 일주일만에 수업 다섯번 하고 암기 과목 네개를 대박치면 모두들 한 달만 할께요~~ 하는 사태가 일어날거고 이상한 건 늘 하던 애들은 또 늘 그대로라는... 흠... 갸들은 실수 안 하는게 대박이다- 학교간 시험 기간이 달라서 꼬박 일 주일 넘게 열 시간 이상 떠들었지요.

 여하간... 직업병입니다. 이렇게 직업병-??-이 생길만큼 내가 열심히 했나?? 는 상당히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니까 나름 선물-??-도 있네요. ㅋㅋ

 아무래도 힘주어 가르치는 걸 지양해야겠습니다. 수백, 수천명 놓고 떠드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목소리가 고장나는 것은 요즘 애들말로 에바-오바-인듯...

 사실, 선생은 목 아프게 얘기하지만 알라들은 딱!!! 자기 영혼의 키만큼, 혹은 욕심의 크기만큼 받아 들입니다.

 하여 종종 오래 된 아이들은 영혼의 크기가 커져서 선생님, 정말 알기 쉽게 얘기하십니다... 하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얘야, 그건 내가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니가 비로소 뭐가 뭔지 분간이 서서 받아들이는 힘이 있는 것이란다...   예전엔 아무리 중요한 얘길 해도 반은 흘리고 반은 담고, 그러다보니 구멍난 부분이 생기고 그게 선생이 잘 못 가르치거나 덜 가르치는 게 되는 것이지...

 아항!!

 

갈수록 알라들이 참 대견하고 이쁩니다.

새로 온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오래 된 알라들은 알라들대로...  그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내가 어른이라는게 감사하고. 편견없이 대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거짓말 안 보태고 내게 딱 눈높이 맞춰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감사하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 읽어낼 수 있는 아이들이라는 것도 감사합니다.

 

저는 투 에이엠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선생님이 더어 좋아요~~ 하는 녀석도 있고,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사람 중에 선생님이 최고로 똑똑하신거-??- 같아요. 화성인 바이러스에 나가 보세요. 아마 평정하실 거예요~~.

 선생님은 별로 안 똑똑해 보이는데-???!!!!- 어쩜 그렇게 똑똑하세요? -나 참!!!- 그게 욕이냐? 칭찬이냐?-

 선생님 ㅇㅇ 이가 선생님 도시락도 사왔어요. 

 선생님 배고플실 때 드시라고요...-옥수수 스프랑 종이컵 세개 내밀면서...- 아침 일찍 와서 내 목소리 듣더니 갑자기 다시 뛰쳐나가 홍삼 꿀물 두 병 사들고 와서 전자 레인지에 돌려서 내밉니다. -어떻게 하면 너같은 영혼을 가진 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 심히 궁금하구나!!-

선생님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어쩌자고 이번엔 그만둔 알라들한테도, 외국에서도 문자 메세지가 날라왔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한테 그렇게, 사랑한다고... 보고싶다고...멋있고 똑똑하다고... 하는 소릴 듣겠나 싶습니다. 내가 자식을 낳아 키워도 아마 어림 없을 것입니다. ㅋㅋ. -자식이란 건 내리 사랑이니까 사랑받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터라 부모는 부모라고 생각하겠지. -

 

더러는,  너는 집에서 비싼 밥 먹고 엄마 아빠한테는 귀한 아들인데 나한테 맨날 한심한 인간 대접 받는게 그리도 좋으냐? 그만 때려쳐라, 어쩌구 해도,  잘못했어요. 선생님... 다신 안그러께요~~. 그리고 요새 밥 별로 안 비싸요.... 너스레를 떨어가며 다른 덴 다아 그만둬도 나한테는 줄창 오는 녀석에게서도 그 나름 선생에 대한 '애정'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좋은 시험점수'가 좋은 선생의 기준이 되는 건 그렇다 쳐도 선생에게 좋은 학생의 의미는 달라야 할텐데 사교육 선생이라는 게 역시 '좋은 점수'가 좋은 학생-혹은 좋은 고객?-의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는 씁쓸함이 있습니다.

 

종종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가르치는 것이 즐겁고 알라들이 정말 이쁘고 좋은데 '직업적으로...' 오래 하는 것이 썩 멋있어 보일 거 같지는 않습니다. ^^;;

흠... 그럼 멋있어 보이려고 이일을 하는가...

 나중에 더 나이 먹으면 먹고 살기 위한 일은 그만두고 한가한 곳에 집 짓고 널럴하게 살자.. 가 목표이고 그 때 쯤은 지금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다아 커서 즈이 알라들 데리고 놀러오거나 하면  맛있는 밥이나 해주고 직접 만든 헝겁인형 같은 걸 쥐어주는 상상을 해 봅니다.

 뭐 물론 한낱 괴외 선생이었던 '나'를 기억해줄 인간이 얼마나 될까??에서는 갑자기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분명 구체적으로 꾸어지는 꿈은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있기 때문이거나 실재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에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하.

 

 오늘은 널럴하게 저기 시내라도 나가봐야겠습니다. 며칠 째 두툼한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서 노랠 불렀는데 갈빗살이나 감자탕 따위로 때웠지요. 혼자 어슬렁거리다 어딘가로 먹으러... 들어가기엔 뻘쭘한 메뉴지요? ㅋㅋ. 

체중도 꽤 내려서 몰골이 말이 아니라는...

 

아아!!

아아!! 목소리 테스트!!!

흑흑!!!   목이 아파 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