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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받았던 메일...

오애도 2010. 2. 4. 13:43


하루를 정신 없이 바쁘게 보내고
지친듯 컴퓨터를 켜고 깊숙이 앉아
당신의 글을 읽노라면 마음 속엔 어느덧 평화가 찾아오고
내게도 여유라는 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글은
내가 그날 누릴 수 있는 사치스런 시간이요
여유로운 시간이요
넉넉하고 고즈넉한 휴식이었습니다.
당신의 글이 나의 하루를 따뜻하게 마감하도록 도왔습니다.


때론
당신의 글을 기다리며 사는 것처럼
매일 별 일도 없으며 메일을 열어봅니다.

이렇게
며칠을 기다려도 안 올려지는 글에
당신이 나에게 차지한 자리를 느낍니다.

마치 당신이 나를 잊어 글을 쓰지 않은 양,
당신의 마음이 너무나 허하여 글을 쓰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와
내가 기다리는 것 조차 잊지 않았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오늘도
내일도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글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난 연말에 참 많이 여러 사람들의 글을 봐 줬습니다.

메일로 온 여러 종류의 글들... 입시용 자기 소개서가 가장 많았고 대학 레포트도 있었고 사업 계획서도 있었지요. 그때,  몇 줄 안되는 글을 완전히 뒤집어 새글로 써 주거나 잔뜩 써 놓은 글을 밭 갈듯이 뒤집어 엎어 정리를 해주거나 했습니다.

한 때 내게 배운 알라들한테 언제든 글 쓰고 도움이 필요하면 달려와라... 했더니 입시용 자기 소개서 혹은 지원서용 글쓴 것들을 보내와 손 을 봐 줬지요.

 

그 때 내입으로, 참 내게 이런 재주가 있어서... 주욱 한 편 글을 보면 머릿속에서 단숨에 좌악 새로 갈아엎어 기존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고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참 고맙다는 말을 여러 사람들에게 했었습니다.

 게다가 닳아 없어지는 재주도 아니고, 자꾸 하다보니 나름 기술도 더 쌓이는 것 같고 댓가를 바라고 하는 일도 아니어서 이런 재주로 누군가에게 덕을 베풀 수 있어서 고맙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건  양심에 한올 걸리는 거 없이 사실이기도 했구요.

 

 그리고는 느닷없이 블로그 문을 닫아 걸었습니다. 블로그 쓰면서,  분명 시답잖은 '내 글'을 정말 기쁘고 반갑게 읽어 주는 독자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뭔가 외로웠던 것입니다.

 그 외로움은 오래되고 다정한 친구라고 믿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질시 어리고 비틀린 말을 들었을 때의 실망감하고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되면 더이상 속 깊은 얘길 하는 게 뻘쭘해지고 만나는 것이 더 이상 즐겁고 기쁘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문 닫고 조심스럽게,

 별 일 있는 건 아니지??

 왜 닫았어요?

 재 충전하고 오세요...

하는 메일을 받거나 전화를 받거나 했습니다.

 종국에는,

 아니 아직도 왜 닫아논겨?? 하기까지...

 

뭐 그런... 젖먹고 싶어서 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일부러 모른 척 하는 시각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나는,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어주는 사람들이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지고 고맙고 마음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왜 그랬는데??  하는 사람들한테 미안하고 고맙고 부끄러웠던것도 사실이구요.

 

지난 가을에 글쓰기에 태만했을 때

'언니 글 왔다는 메일 없으면 검색해 들어가고,  들어갔는데도 새 글 안올랐으면 괜히, 뭐 하느라고 안 쓰는겨?? 하고 짜증이 났다고 속리산 길 오르며 얘기했던 친구의 오래 전 메일을 메일함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동안 400통 가까이 받았던 팬레터-?? 대부분 초창기에 받았다-를 읽어 보다가 말이지요.

 

2002년도라면 한참 칼럼의 초창기여서 으쌰으쌰 할 때였을텐데 그 때도 지금같은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요새 며칠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내가 나눌 수 있는 게 있어서 그것으로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 건방 떨지 않고, 오만하지 않으며, 투덜대지 않고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겨울  늦은 밤, 혹은 새벽까지 내게 날아오는 메일함을 열어 기꺼운 마음으로  글들을 첨삭해 줬듯 말입니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산다고 건방떨면서 정작 어줍잖은 재주로 같잖은 오만을 부렸던 것이지요.

 

 

하여 친구여!!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