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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고 감사한 날들...

오애도 2010. 2. 3. 09:43

벌써 3주 째 일요일 저녁이면 내려가 병원에서 이틀 자고 화요일 저녁이면 올라왔습니다. 이번 주는 월요일 아침에 갔다가 화요일 저녁에 왔지요.

엄니는 칠십 넷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으리만치 수술 경과가 좋아 지난 주말에 깁스를 하고 이번 주에 퇴원을 하십니다.

 다치고 수술했는디 그것도 안 아프냐~~? 하시며 아프다고 얼굴 찡그리신 적 없고, 호들갑스럽고 그악스럽고 수다스러운 다른 노인 환자들에 비해  조용하고 부지런히 나름 운동도 하셔서 어제 아침 마련한 목발도 즉시 연습하셔서 이제 슬슬 걸으십니다. 평생에 단 한 번도 병원에 입원하신 적 없어서 아마 엄마 평생 처음으로 그렇게 온전히 스물 네시간을 아무것도 안하시고-??- 보낸 게 처음일 것입니다. 

 생전 처음 울엄니 목욕시켜드리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얼굴 닦아드리는 일을 했었습니다. 무척이나 쑥스러워 하셨지요.

 이때 아니면 내가 언제 엄니 얼굴 닦아드려~~ 했더니 엄니 가만히 계시더군요.

 나이 먹을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내 어머니... 당신을 존경합니다. 아니 세상에 대해  건방진 나는 존경하는 사람이 딱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당신 딸로 태어난 게 감사하고 다시 태어나도 딱 이런 인연으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뭐라든 그렇게 내 어머니는 앞으로 별 일 없이 건강하게 사실 것을 믿습니다.

당신이 평생 베풀었던 사심없는 마음과 덕이 당신을 지킨다는 것이 영발좋은 딸내미의 '감'입니다. 

 

 심성 착한 큰며느리인 울 올케 언니 고맙고 감사해요. 큰 큰 오라버니도 수고 했고요.

 

 

지난 토요일 내게는 교통사고-??-가 났었습니다.

마을버스에 타고 있다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앞좌석 없는 맨 뒤 의자에 앉았다가 튕겨나가 버스 바닥에 나뒹굴었지요.전속력으로 달리다가 유턴을 하려는 택시와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피했습니다. 하여 봉 손잡이만 덜렁있는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순간적으로 몸이 튀어 올랐고 그 순간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어떻게 뒹굴었고 어떻게 부딪혔는지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잠시 입도 꾸욱 닫혀서 비명도 아프다는 말도 안 나올 지경이었지요. 타박상 때문에 여기저기가 아프긴 했지만 다행이 어디가 부서진 것 같지는 않더군요. 엉치뼈 종아리 양 쪽 팔, 머리 등등이 아팠지만 그건 그냥 아픈거였지요. 울엄니 말대로 넘어졌는데 그것도 안 아퍼?? 입니다. 운전기사와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오늘 밤 지나 봐서 더 아파지면 내일 연락하겠다고 절뚝거리며 내렸습니다. 심하게 놀란건 사실이었지만 약도 안 먹도 하룻밤 지났더니견딜만 했습니다.

 기사한테 전화가 왔더군요.

괘않으시냐고...

괜찮다고... 견딜만 하다고... 어디 부러지거나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왼쪽 팔이 힘줄이 늘어난 것 같은데 그건 어쩌겠냐고, 시간이 지나야 하는 건데 심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정 아프면 병원갈건데 다시 연락 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사 아저씨... 고맙다고... 다른 사람 같으면 그 즉시 입원해 병원에 누웠을 거라며 나중에 만나면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나... 아저씨 좀 거칠게 운전하시는데 천천히 좀 하세요.

 

 그리고는 며칠 왼쪽 팔이 병원 가봐야하나?? 할 정도로 아팠습니다.

 오래 전에 오른 쪽 어깨 힘줄이 늘어나 몇년 고생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다른 방법이 없고 안 쓰고 그냥 두면 낫는다는 걸 알고 있는터라 참으면 되겠지... 했는데 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어? 귀신이 가져갔나 싶게 나아서 거의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며칠 전 꿈에서 울아부지 전화왔었습니다.

그 전화를 받는 순간  꿈속에서 그냥 나를 걱정하셔서 했네...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는데 그 느낌이 뭐랄까 불길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울아부지가 내 걱정을 하시는 구나.. 하는 정도였습니다.

나는 아부지는 어떠시냐고 했더니 그만 감기가 걸렸다고 하시더군요. 하여 지난 주에 내려갔을 때 아부지 산소엘 다녀와야지 했었는데 못 가고 말았습니다.

 사고 나고 비로소 그 꿈을 이해했습니다. 아마 울아부지 추운데 선릉역사거리에서 딸래미 구하려고 오랫동안 부유하고 계셨을 것입니다. 아마 당신 혼자 이 무거운 딸 떠받쳐 버스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기엔 힘에 부치셨을테니까 분명 다른 영혼들의 힘을 빌리고 지금 쯤 그걸 갚으시느라 열심히 저쪽 세상에서 열심히 일하셔서 한 잔 술이라도 사시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지요? 아부지... 어쨌든 감사합니다. 감기 나으시구요... ^^

 

내가 지금 체중에서 십킬로그램만 가벼웠거나-알라들은 질량과 관성의 법칙은 비례한다길레 그래도 한계 질량이라는 게 있지 않겠냐? 내가 무거워서 그만큼만 튕겨 나간거다...라고 아픈 몸으로 갑론을박을 하기까지 했다는... -, 그렇게 전 속력으로 달리는 상황을 인식해 두려움에 떨며 긴장한 상태였더라면 100프로 나는 운전기사옆까지 튕겨나가 기둥에 머리 부딪혀 죽었을게 확실합니다. -내 얘기 듣더니 절친한 지인... 실재로 친척 중에 젊은 사람 똑같은 상황에서 죽었다고...-

  

 이쪽 마을버스 운전한지 이틀 됐다는 운전기사 말에다, 같은 일 하는 친구동생이 사고냈었다는 얘기도 떠오르고, 운전하는 일이 업의 70프로를 차지하는 내 동생도 있고, 큰 오라버니 작은 오라버니도 다아 승용차가 있는데다,  살아 있는 게 분명 기적인데 사-邪-한 마음으로 병원에 가서 엄살 떨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더군요.  아픈 거야 내 몫이니 시간 지나면 멍은 사라질 것이고 부은 것은 가라앉더군요.

 

울엄니 일이나 이번 사고에서  나는 정말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인간인지, 그리고 신으로부터 얼마나 사랑을 받는 인간인지를 깨닫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하나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울아부지...

범사에 감사하고, 착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