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늘 만나야지... 하고는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났습니다.
난 주말이면 바쁘고 그 친구는 주말에 쉬는 학교 선생님이고...
하여 내가 알라들 시험 끝나 한가해진 토요일에 강남역에서 만나 차마시고 밥먹고 저녁때까지 이바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신사동 가로숫길까지 가는 길에 아름다운 가게에 들러 그야말로 보물같은 스커트도 건지고-이건 친구에게 내가 사 줬음- 책 한 권을 사고 가로숫길에서는 주욱 서있는 옷가게에 들러 옷 구경을 했습니다. 충동구매로 초록색 니트코트를 샀는데 흠...
확실히 나일 먹는지 원색에 끌렸다는...
주인 여자의 상술에 넘어간 거 같기도 하고, 뭐 어쨌거나 언뜻 보기엔 모직코트 같지만 촘촘한 메리야스 조직의 니트입니다. 팔길이가 어중간하니까 속에다 목폴라를 입고 조만간 핸드워머라도 떠야겠습니다.
뭐 여하간... 입어보고 사라는 것을 굳이 그냥 들고와 집에서 입어봤더니 그런대로 봐 줄만합니다.
같이 매치되어 있는 머플러도...
언뜻 아크릴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울과 앙고라더군요. 사진보다는 훨씬 세련되고 이쁜데 불빛아래 찍었더만 색깔의 왜곡이 심한걸요. ㅋㅋ
아마 색의 디테일은 이것이 훨씬 근접할 것입니다. 저기에 좀더 어두운 정도인데 같은 녹색이라도 이렇게 미세한 차이가 있게 표현되는 걸 보면 언어의 분절성에 의해 왜곡되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친구가 사 준 원석 팔찌...
그러고 보니 한참 전에도 절에 갔다가 내 생각 나서 샀다고 나무로 깎은 팔찌를 줬던 기억이 납니다.초록색 스웨터에 검은색 이너웨어 입고 팔목에 차면 나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가로숫길은 한 삼년 전 쯤, 양재동에서 학원 끝나면 버스타고 신사역 정거장에서 내려 압구정동 미성아파트에 과외하러 한 시즌 정도를 열심히 걸었던 길입니다. 그 때만 해도 드문드문 개성 있는 옷가게라든가 소품이나 가구점-??- 같은게 있었고 보도블럭은 울퉁불퉁했고 가을이면 은행나무 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제법 운치있고 고즈넉한 곳이었습니다.
저녁 여덟시 쯤 그 길은 제법 한가했고 나는 바람에 휘휘 붐비는 머리채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지났었지요.
예전 영동호텔 앞의 횡단보도 건너기 전 떡볶이 포장마차에서 학원 끝나고 주린 배를 김치전이나 군만두에 오뎅국물로 채우고 길을 건너면 거기 그렇게 가로숫 길은 누워 있었는데 지금은 옴마나... 환골탈태를 했더군요. 자알 다듬어놓은 포도와 줄줄이 늘어선 옷가게들...-브랜드는 거의 없다- 작은 음식점들, 찻집들... 그리고 젊은이들로 꽤 붐볐습니다. 한동안 매스컴에서 띄워주는 것 같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분위기는 깔끔하고 휘황해졌거만 예전의 그 아기자기하고 아늑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는 싸악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뭐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와는 분명 다른 색깔을 갖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어쨌거나 뭔가 인도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다국적-??- 레스토랑인지 일본식 카레도 있고, 이태리식 크림소스 펜네에다가 스페인의 빠에야까지 있더군요. 나는 해물 넣은 빠에야를 시켰고 친구는 토마토 소스 뭔 볶음밥을 시켜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해물 빠에야가 유난히 고소했던 건 분명 버터 듬뿍 넣었다는 것이겠지요. 흠.... 칼로리 오바로군.
뭐 그래도 강남역에서 신사동까지 걸었고 거기서 다시 압구정 전철역까지 걸었으니까 모처럼 운동이 제법 됐을 것입니다. - -;;
어제는 마키노차야에서 용의주도하게-??- 자알 먹고-뷔페식당인데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먹는 것의 안배를 잘 해야 했다- 메뉴 바뀌면서, 기대했던 더덕 막걸리를 없애는 바람에 결국 '박씨 물고 온 제비'-한때 우리는 3040 혹은 7080으로 불렀다-로 이차를 가서 막걸리를 마시고 말았습니다.
쉰 목소리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목을 쉬어야하는데 오늘도 새새 떠들었고, 어제도 새새 떠들었던 탓에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두어 타임 수업이 있는 관계로 오미자를 마셔가며 목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모처럼 토요일의 번잡함을 잔뜩 누렸던 날이었습니다. 때로는 이렇게 사람들 속에 섞여 들어가는 것도 즐겁습니다. 아마 자주, 혹은 늘, 그렇게 주말만 움직일 수 있다면 분명 지겨울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확실하게.... 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십년 후 쯤...
하여 지난 봄에 주택마련저축 이란 것도 새로 들고 며칠 전 적금도 새로 들고 펀드도 새로 하나 넣었습니다. 한 푼 두푼 모아 한 평씩 땅 사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오늘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좋은 건축가 소개해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딴사람 필요없고 건축 전공했으니까 너가 직접 해달라고 했습니다. ㅋㅋㅋ.
집을 사야겠다.. 라든가 아파트를 장만해야겠다... 는게 아니라 그냥 내가 살 집을 시골에다 짓는 것이 목표지요.
타샤 튜더의 책은 감동적입니다. 그 감동은 분명 자신의 신념과 그 신념으로 온 삶을 살았고 생을 바쳤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가 뭐라든, 가식과 위선과 상업적 논리로 무장된 것들에서는 절로 거부감이 생기는 걸 보면 나일 먹는 게 나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분별과 안목이라는 것이 보너스로 주어지는 걸 보면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도 결국 하나의 트렌드로 형성되어 너도 나도 흉내내 봐? 하는... 그만 싸구려 가치로 전락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때로 트렌드라는 것은 분명 몰 개성적이고 다분히 순간적이고 지나고 나면 그 잔재는 쓸쓸하고 추레해지는 속성을 갖고 있으니까요. 신념없는 유행의 추종이 주는 악덕이지요.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확대된 유행-예를 들면 집꾸미기 사이트나 카테고리에 올라 있는 판넬 벽이나 하트장이나 철망장, 알루미늄으로 된 빈티지풍 캔, 비슷해 뵈는 포인트 벽지, 아트 월이라는 포인트 벽, 갤러리 장들.... -은 이미 너무 많아지고 흔해져서 더이상 개성이 될 수 없는 딜레마를 갖고 있습니다.
하긴... 누구나 다하고 너무 많은 사람이 하는 것은 당연히 개성을 빙자한 몰개성화라고 생각하는건 어쩌면 나처럼 게으른 인간의 변명에 불과할 지도... 뭐 시도도 안 해봤지만 당최 숨차서 그걸 따라가는 것도 힘들고 힘에 부치거든요. ^^;;
유행 지나면 벽은 또 뜯어내야하고 가구는 바꿔줘야 하고 그러면 쓰레기는 넘쳐날 것이고...
어쨌거나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미덕인 오늘 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행은 분명 미덕일텐데 뭔가 지극히 세기말적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얘기가 옆길로 샜습니다. ^^
어쨌든 어제도 바지 두 개를 샀으니까 연 이틀 돈을 물쓰듯-??? 했습니다. -난 물은 아껴쓰는 인간인데....ㅋㅋ- 살만 좀 빼서 새로 산 바지랑 스웨터랑 잘 맞춰 입고 어디 망년회라도 가야겠습니다.
낮에 거리의 매대에 쌓여 있는 손뜨개 넥 워뭐랑 목도리랑 스웨터등을 보면서 갑자기 내가 뜨고 있는게 확!!! 잠깐 염증이 밀려왔습니다. 이건 뭐 역으로 부화뇌동도 아니고 원....
남들 다 할 때 안하는 것도 용기라고 우기거나 혼자 하다가 남들 다 하니까 하기 싫어지는 것도 일종의 병이지 싶습니다. 하하하.
살아도 살아도 아직은 참 미숙한 인간일지어니....
'나, 일상, 삶,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엔 추운게 정상... (0) | 2009.12.21 |
---|---|
삶은 내 뜻대로 살아지는 것이다. (0) | 2009.12.14 |
우중충한 날에... (0) | 2009.12.11 |
이야~~ (0) | 2009.12.10 |
눈이 오시네... ^0^ (0) | 2009.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