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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추모하며...

오애도 2008. 3. 12. 11:13

아부지 돌아가시고 이태 쯤 지나서 꿈을 꾸었더랬습니다.

언젠가 쓴 적이 있는데 당신 살아 생전에 육체노동이라는 건 안 하셨던 울아부지가 푸른 색 작업복을 입고 그것도 롯데호텔의 경비원인지 청소부인지가 되셔서 열심히 일하고 계셨습니다. 얼굴은 밝았고, 건강해 보였으며 나는 어쩌자고 주방 옆의 직원 휴게실 같은 데서 식탁에 앉아 식사 대접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때 울아부지, 얘가 내딸 애도라고... 옆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한테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던 걸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그것도 양푼 가득한 냉면을 갖다 주셔서 내가 그걸 먹고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 딸... 애도... 그 '애도'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지요.

당신 말년에 바락바락 대들어 기운 빠지게 하기도 했던 못된 딸이기는 했지만 울아부지 늘 말씀하셨습니다.

'내 잘한 것 없지만 다른 자식들한테 미안한 거 없다. 하지만 너한테 정말 미안하구나... 내가 아부지 친구들한테 얼마나 니얘기를 하고 다니는데.. . 이눔의 지지배야 '

아마 나는 그 동네 유지였던 울아부지 친구들한테 분명 스타였을 것입니다.

 

한참 로또가 유행이었을 때 조상이 나타나 번호를 불러줬다는 이야기들이 횡행했었지요. 아마...

그때 그런 만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승이 아닌 저승에서 자식들 꿈에 나타나 로또 번호를 가르쳐 주려는데 옆에서 누군가 묻습니다. 그걸 정말 주겠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건 당신이 지금까지 고생한 모든 것이 쌓인 것 아니오...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흔히 자손들에게 복을 내리려면 당사자는 오랫동안 마음과 육체와 정신의 덕을 쌓아 그것을 모아 자손들한테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울아부지 기일입니다.

 

그 푸른 색 작업복 입은 아부지 꿈 이후로 울아부지는 분명 건강하고 힘차고 밝은 모습으로 이승인연의 손톱 밑 가시였던 딸내미 위해 열심히 덕을 닦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하.

 

거친 것 안 보이게 하고, 사악한 것에 눈감게 하고, 비틀린 것에 멀리 있게 하면서 말입니다.

누가 뭐라든 내 든든한 보이지 않은 후원자는 따뜻한 곳에 누워계신 울아부지의 영혼입니다.  

 

혹여 다음 생에 또다른 인연으로 만나면 그때는 이 생의 모양새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모습이겠지요.

내 아버지를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