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 가득한 봄 날...
남대문 시장엘 갔다왔습니다.
술안주로 먹을-??^^;;-육포 한 봉다리 사고 속옷 한 벌이랑 울엄니 분홍색 여름 자켓 따위를 사들고 왔지요. 혼자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보리밥 한 그릇도 먹고 말입니다.
어떤 부분에서 나는 굉장히 소심하거나 눈치를 보거나 맘을 상하기 쉬운데 또 어떤 일에는 황당하리만치 아무 생각 없는 경우처럼 보이는 게 이런 것인 모양입니다.
혼자 시장가서 어슬렁거리는 것이나 혼자서 여행 다니는 것... 따위 말입니다.
무엇이든 혼자 할 때 좋은 점은 온전히 '나'와 대화하고 '나'와 생각을 주고받고 '나'와 마음을 주고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 묘한 감흥은 분명 마약같은 데가 있습니다. 하여 늘 갈등하는 것이 누군가를 불러 같이 가자고 할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만 곰실곰실 혼자서 준비를 하고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친구 없어서 혼자 다닌다고 할까봐서리... ㅋㅋ-
그러다보니 혼자 다니면서 말 안하고 매서운 눈초리따위로 이것저것을 보자면 종종 뭔가 특수한 일을 하는 인간처럼 보이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하하.
흠... 예전에 경주로 여행 가서 혼자 다니는데, 불국사인가 기념품 파는 데서 '니혼징데스까-일본인입니까?-' 하길레 일초도 생각 안하고 '이이에. 간고꾸징데스-아뇨. 한국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했던 생각이 나더군요. ㅋㅋ. 지나고 생각하니 아뇨... 하믄 될 걸 잘하지도 못하는 일본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와서 나도 깜짝 놀랐다는...
어쨌거나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여자가 꽤 세심하게 이것저것 들여다보는 폼이 그냥 국내관광객처럼 뵈지야 않았겠지요.
남대문시장 가믄 종종 나이 지긋한 어르신네들 혼자 다니는 모습은 보입니다. 그걸 보면서 나도 저런 모습일까를 잠깐 생각하지만 뭐... 그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습니까? 남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돌아올 때는 남대문 시장에서 한남동까지 걸어왔습니다. 남산길-소월길이던가요?-을 따라 봄분위기 가득 받으면서 말이지요. 한남동까지 오니 한 시간 반 쯤 걸리더군요. 남산길을 걷다보면 저~ 밑으로 서울 시내가 가득 펼쳐져 보입니다. 중간중간 낮으막한 옷가게나 독일 문화원이나 길 밑으로 보이는 지붕 같은 것들이 꽤나 애틋하지요. 산 쪽으로는 벚꽃들이 만발해 있고 군데군데 분홍빛 복숭아꽃들도 보입니다. 복숭아 꽃 가만히 들여다보면 차암 이뻐요. 연분홍빛 색깔하고 그 밑의 푸른 잎까지 어울워진게 그야말로 '꽃'처럼 반듯하게 생겼겨든요.- 나 아주 어릴 때 볼이 발그레할 때면 누군가 복사꽃 같다고 했는디... 쿨럭!!!- 벚꽃의 경망함-??-과는 질적으로 다르지요.
다행이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우중충해서 햇빛 걱정도 없었습니다. -복도 많지!!- 집에 도착하니 녹초가 됐습니다.
저녁으로 먹으려고 고구마를 찌려려다가 대신 달걀을 삶고 있습니다. 저탄수화물식 훈련을 하려구요. . -그래도 밥이 좋다. 밥같이 맛있는 것은 없다. ㅠㅠ-
삶은 달걀과 다시마 넣고 장조림 해서 한 개만 먹고 기운이 남으면 양재천이라도 다시 갈까 어쩔까 생각 중입니다.
즐거운 저녁 보내십셔!!!
남산 꽃구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