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것은 어려버!!
내가 하는 일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중학생이 대부분이고 고등학생도 있고, 때로는 초등학생도 가르칩니다.
중고생은 학교 시험위주의 국어 과목과 논술이라 이름붙어 있는 글쓰기, 그리고 초등학생은 그야말로 글짓기입니다. -요즘은 초등학생 글쓰기도 논술이라기도 하지만...-
과목의 특성상 선생이 떠들기는 무지 떠드는데 배우는 학생들은 효용가치 따위는 우습게 여기는 과목이지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 안 나오는 경우도 있고, 또 별로 안 하고 설렁설렁 해도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없습니다.
이해력과 사고력만 있으면 뭐 어려울 것 없는 과목입니다.
그깟 국어를-??-무슨 과외나 학원을 다니냐 했던 인간이 그야말로 그깟 국어-??-를 가르쳐 밥을 벌고 있다는 것은 참 묘한 아이러니입니다.
어쨌거나 이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새로 논술을 시작한지 한 달 쯤 된 아이들이 엊그제 그만 해야겠다는 통보를 해 왔습니다. 물론 결정도 엄마들이 한 거고 통보도 엄마가 했지요.
표면적인 이유는 이러저러하게 시간이 안 맞는다는 것이었지만 그 이면엔 아마 내가 가르치는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이래뵈도 무지 명민한 인간. ^^;;-
엄마들이 선생한테 원했던 것은 시간을 좀 더 늘리고 따로 교재를 채택해서 뭔가를 그 교재에다 잔뜩 써오는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한 일이라고는 다섯 번 중에 세번은 방학 숙제였고-읽지도 않은 책을 갖고 독후감을 썼다!! 거의 내 입으로......- 한 번제대로 했다는 것이 몇줄 안되게 독후감 머릿글 연습이랍시고 해갔으니 가르친 것도 배운 것도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을 터입니다.
뭐 나야 쓰기 교재를 갖고 하면 당연히 일은 반으로 줄어듭니다.
교재에 맞춰 대충 쓰게 하고 틀린 글짜나 빨간펜으로 고쳐주고 날짜 체크나 하면 그만이니까요.
흔히 학원 갔다 오면 엄마들은 아이들의 교재를 들춰 보고 문제 몇 쪽을 풀고 선생님이 빨간 색연필로 날짜 적어준 것을 봐야만 공부를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학원에서도 알기 때문에 선생들은 당연히 그것만은 절대 빼먹으면 안되는 일입니다. ^^
나는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읽기 자료외에 쓰기 교재는 안 씁니다.
대신 공책 한 권을 준비해 거기에다 독후감이건 작품 분석이건 아니면 신문을 오려와도 붙여놓게 합니다.
어느 땐 단 몇 줄의 글 외에 쓰는 것도 없습니다.
대신 선생인 나는 끊임 없이 떠들고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말을 시킵니다.-말을 논리적으로 못하는 아이는 당연히 글도 논리적으로 못 쓴다. 말을 못한다는 것은 어떤 사실에 대해 제대로 볼 줄 모르거나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느끼지 못했거나 그도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의 말은 일상적인 대화같은 것은 아니다-
여하간 이런 방법이란 게 사실 보여지는 게 별로 없는 건 사실입니다.
당연히 수업하는 것을 보지 못한 엄마들은 얘가 비싼 돈 내고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배우는 것은 없다 생각할 것이구요. 후후
어쨌거나 내가 가르치는 방식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분명 그 나름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더 좋고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들이 학원가를 휩쓸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가르쳤고 지금도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 그것도 다년간 초등학교때는 글짓기 학원을 다니고 그룹과외를 했다는 아이들이 독후감 한 편, 기행문 한 편, 시 한 편, 논설문 한 편을 시원하게 써 내는 것을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한 명도 못 봤다는 사실!!!!!
독후감의 시작은 늘상 학교 숙제 때문에 책을 읽게 되었다는 초등학교 저학년 용 멘트로 시작하고 -반에서 5등안에 드는 중학생 고등학생들도 그 지경!!- 감상문은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지 감도 못잡고, 기행문은 당연히 들어갈 요소인 여정 감상 견문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모른다는 것!!
학교건 학원이건 국어시간에 시를 분석하고 화자의 정서니 주제니 소재니 운율이니 심상이니 따위를 가르치고 아이들은 또한 그것들을 배웁니다. 그럼에도 시 한편을 쓰려면 적어도 6박7일을 헤매고 있습니다.- 대체 배운 건 어디로 간겨?-
그렇다고 해서 가르친 선생님들이 잘못 가르쳤거나 안 가르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기 이전에 이미 정해진 느낌과 생각의 틀에 자신을 맞추고 거기에 맞는 글-이 아니라- 문장을 써내다 보니 자기 것이 하나도 없게 된 것이지요.
물론 나도 강요된 사고의 유형이나 솟아나지 않는 정서를 짜내는 법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
사실 논술이나 글쓰기는 아무것도 없는-??-머리에서 쥐어짜듯 생각이니 논리니 문장이니 하는 것들을 가르쳐야 하니까 국어책 갖고 시험용 지식 가르치는 일보다 열 배는 더 힘듭니다.
그럼에도 선뜻 교재나 대충 넘기면서 시간만 때우는 일을 하게는 안됩니다. -그래서 가끔 애들더러 교재 사서 보충으로 쓸려고 해도 시간 없어서 교재는 한번도 다 끝내 본 적 없다 .흐미 돈 아까버라^^;;-
어쨌거나 가르친다는 것은 역시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아마 그것은 내가 별무 능력인 인간이라서 그럴 것이구요.
엊그제 만난 친구가 나 고뇌하는 걸 보고 한마디 하더군요.
"니가 무슨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이라도 되는 줄 아냐... 적당히 해라!!"
적당히... 좋은 말입니다. 그 친구 말대로 내가 아직 프로패셔널한 인간이 못 되서 그런 모양입니다.
겨우 시험용 사교육 선생인 주제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덕분에 요즘 학원 수업도 그만 적당히가 되 가는 중입니다. -이러다 짤리는 거 아녀??-
어려븐 세상입니다.
어디가서 떡볶이 장사나 소신껏-??-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클클
그래도 사족:
국어 점수 80점 정도는 영어나 수학 60점과 같다는 구거선생의 말씀. ㅋㅋ. 그러니 구거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은 없나??-이 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