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동물원...
에 갔었습니다.
동물들을 보러 간 것은 아니고 그냥 운동삼아서 지인과 더불어 서너시간을 공들여 걷고 왔지요. 비는 오다가 말다가 했지만 챙!! 하고 맑아지진 않은터라 종일 우중충한 날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드문드문 보이거나 혹은 전혀 뵈지 않기도 했습니다. 추적거리는 빗속에서 동물들은 생기없는 얼굴로 비를 맞고 있었지요. 동물들한테도 마음이라거나 생각이란 게 있다면 이런 날 그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그래도 비 오는 날 동물원은 묘한 감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드물고-물론 그곳이 삼림욕장 경유하는 곳이라 그래도 제법 등산복차림의 중년이상을 사람들 있었음- 매점이며 벤치며 아이스크림 파는 기계며 접어놓은 파라솔 따위는 그저 조용히 운명에 순응하듯 비를 맞고 있습니다. 그 정지된 그림속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곤 투명한 빗줄기 정도...그렇게 한가하고 고즈넉한 장소에서 수 천의 동물들이 소리도 없이 지내고 있다니요. 그나마 시끄러운 곳은 인간하고 비슷한 원숭이사정도였는데 원래 인간이란 존재가 가장 시끄럽고 호들갑스럽고 번잡한 동물인 모양입니다. ㅋㅋ
나무들은 이제 막 싹을 튀우느라 작은 가지들조차 탱탱하니 부풀어 물방울을 매달고 있었지요.
물개며 물범 따위가 있는 해양동물사에도 비는 내리고, 내리는 비는 소리도 없이 물개들이 유영하는 물속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흔적도 없이 합쳐지는 빗물처럼 세상 어느 구석에서 나는 소리도, 흔적도 없이 살다가 가게 되겠지요.
매점에 들어 김 나는 국수와 어묵을 시켜놓고 못난이 김밥을 먹었습니다.
덜덜 떨리게 추우면 식물원에 들어가 선인장 따위를 구경하믄 됩니다. ㅎ
한가하고 평범하고 평화로운 물의 날... 그렇게 하루가 흘러갔습니다.
사람 하나 없는 한가한 길...
저렇게 손 들고 서 있는 나무들도 가지 끝까지 부풀어 살아내는 일을 하고 있으리라. 부지런한 계절, 봄의 입구다.
번잡하던 곳의 고즈넉함은 때로 쓸쓸함이다. 아이스크림 기계와 비오는 날 파라솔... 무시되거나 소외되는 풍경. 내 삶도 저렇겠지.
저 나무의 사방으로 각자의 우리 안에서 동물들은 소리도 없이 그렇게 살아지고, 살아내고 있다.
소리 없이 살아진다는 것. 침묵의 소리...
그것들에 귀기울이면 그것들은 얼마나 많은 말들을 하고 있는가.
행복하십셔!!!!
사족: 낼은 울아부지 기일입니다. 하여 시골 갑니다.
어릴 때는 다아 자라서 어른이 되면 다시 고향에 내려와 살겠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었습니다.
지금은??
때와 상황이 아니면 가게 되지 않지요. 그렇게 세상도 변하고 내 안의 세상도 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