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07. 3. 19. 21:59

주말을 너무 거하게 보낸 모양입니다.

토요일이면 늘 한 둘은 나가리가 되버리는 수업이 이번엔 어쩐 일인지 왕창 모여서리 무려 열 시간 가까이를 떠들고 말았습니다.

일요일엔 오늘 해야하는 수업이 옮겨져서리 아침부터 뛴데다가 멀리 사는 친구의 집들이까지 있어서 거의 광란으로 먹고 새새거리다 왔습니다. 돌아오는데 동네 친구가 잠깐 보자는 바람에 또 스케줄...

일상이 불가사의하게 몰려가거나 몰려온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버릇이 아니라 이젠 제법 주문이 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여!!!

오늘은 병든 닭 꼴이었습니다.

아픈 것은 아닌데 그냥 기분이거나 생각이거나 마음까지 추욱!! 늘어져서리 바느질만 곰실대며 하고 말았습니다. 밖에도 안 나가고 책상 앞에 앉아서 바느질 70프로, 먹는 일 10프로, 청소며 설거지 기타 잡무 10프로 그리고 유일하게 옛날 만화영화 캔디를 본 것이 5프로 나머지는 어영부영......

운동은 안 했습니다.

살다보면 이런 날 저런 날이 있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어깨 들썩일 만큼 세상이 만만해보이고 내편이었다가 어느 날은 뭐가 이래? 사는 게 별로야... 뭐 이런 지극히 조울증적인 증세가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흠... 뭐 그렇긴 하지만 멍청하리만치 낙관적인데다 재수없으리만치 자신만만한 오애도!!!  조울증 따위 안 걸릴 생각입니다. ㅋㅋ

가끔 우울하고 가끔 지극히 심각하고 또한 지극히 고뇌어린 우수쯤에 시달리는 것은 어쩌면 본능의 지배만을 받는 짐승과 다른 인간만의 차별화가 아닐런지요.

이건 아주 어릴 때부터 써 먹던 방법인데요...

기분이건 상황이건 아주 바닥이거나 나쁠 땐 이젠 좋은 일이 곧이어 오겠군... 하는 기대로 자알 지냈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그건 틀리지 않았구요.

하여 지극히 경계해야 할 일은 사실 뭐 이리 좋은 일만 자꾸 일어나는겨~~~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여 나는 오히려 별 이유없이 좋은 일이 꼬릴 물면 흠... 이건 뭐에 대한 선불공세여~~ 하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ㅋㅋ

결국 오늘의 우울은 내일의 조증증세에 대한 선불이라고 생각하지요. 후후

그리하여 내일은 당연히 쨍하니 맑은 기분이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바느질을 하고, 싸게 사온 한라봉 한 개를 까먹고 차 한 잔을 마시고, 친구와 전화를 하고 그렇게 저녁시간은 흘러가는데 내가 뭐하고 사는 인간인가가 궁금해서 갑자기 확 울증증세가!!!!

 

즐거운 저녁 보내십셔.

 

 

오늘 '나'를 위해 만든 필통입니다. 좀 흐리멍텅하게 나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