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07. 3. 10. 11:59

강릉이나 속초대신 갑자기 대구엘 갔다왔습니다.

오전에 약속이 있었지만 점심만 간신히 먹고 만나는 시간을 단축하여 부랴사랴 갔었지요. 소소한 일이었지만 마침 금요일 잡히기로 한 수업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빈 날이 된 터라 이래저래 움직였습니다.

아무 말도, 무엇 하나 신경 쓸일도 없이 혼자서 버스에 앉아 있자면 역시나 말할 수 없는 평화와 즐거움과 고즈넉함과 마음 가벼움이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말했지만 내 소원은 몇날 며칠을 달린다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혼자서 타 보는 것이다. 모든 꿈은 이루어진다니까 이것도 반드시 이루어지겠지-낯선 휴게소에 내려 컵 가득 커피 한 잔을 받아들고 멀리 보이는 산들을 바라보며 테이블에 앉아 마시는 것도 좋고, 여긴 괴산 휴게소야, 공기 죽인다 어쩌구 친구와 메세지 따위를 주고 받는 것도 즐겁습니다. 흠... 대구 갈 때 원래 영동고속도로 쪽으로 빠지는가요? 예전에 경주 갈 때 보니 경부 고속도로 쪽으로 간 것 같은데 이번엔 연동고속도로 쪽으로 빠져서 충주며 괴산 따위를 지나 산 사이를 헤집고 달려서 세 시간 반 만에 내려놓더군요.

여하간 제법 봄 기운으로 몽싯거리는 들이며 산 따위를 바라보며 창가에 앉아 있자면 내가 나인 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불쑥 들기도 합니다.

 

 사실 대구는 한참 전에 서울 오는 차 타기 위에 잠깐 들른 것 외에는 처음이었지만 거기서 만난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는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고무적인 이야기가 될 듯 싶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어떻게 눈에 보이는 결과로 드러날 것인지 지금부터 잘 보라고 하더군요. 

하여 돌아오는 차 속에서 괜히 가슴이 벅차기까지 하더군요.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흔히 두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나' 라는 인간에 대해 하나는 가진 건 없는데 가진 척-잘난 척- 한다고 보고싶어하거나 보려고 하거나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 또 하나는 보기-포장-에 비해 훨 많은 것을 갖고 있다고 믿어주거나 보아 주거나 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뭐 내가 바보는 아니니까 가진 거에 비해 가진 척 한다고 믿고 싶어하거나 그렇게 보는 사람들 알아보는 건 빨간 내복 있고 흰 블라우스 입은 것만큼이나 뻔하게 보여집니다.

어쨌든 나야 당연히 유치한 인간이니까 '그래 니가 보여지는 것보다 훨 많은 걸 갖고 있다는 걸 알아'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고맙고 감사하고 인간적으로도 괘않고 명민하며 열등감 없고 열린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

사실 그렇게 말 해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 하면 실재로 별볼일 없는 인간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분명 쟤는 눈이 크고 코가 반듯해서 이쁜데, 그건 싹 무시하거나 아는 척도 안 하고  발가락이 참 잘생겼구나... 하는 따위의 칭찬은 안 하느니 못합니다.

흠....

 

어쨌거나 이해관계나 정의적은 관계도 전혀 없는 사람에게서 들은 객관적인 평가가 고무적이라면 그건 진짜로 고무적인 바...열심히 노력해서 이루어야지요.

 

저녁에  돌아와 친구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착한 친구가 한마디 합니다.

짜샤, 내가 너한테 늘 하는 얘기잖아...

 

자... 수업 많은 토요일입니다.

하지만 뭔가 날아갈 듯한 기분입니다.

밥 해먹고 일이나 해야겠습니다.

 

행복하십셔...

 

 

사족:: 좀전에  말입니다. 샤워하는데 벌겋게 피가!!! 쏟아지길레 깜짝 놀랐습니다. 보니까 그야말로 코피...

이게 몇년만의 코피인가!!! 아마 한 이십년도 더 넘었을 것입니다. 요새 며칠 낮밤으로 사람들 만나 이야기 들어주느라 무리를 했더만...

오랜만에 코피 터진 게 하도 신기해서리...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