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버리며...
엊 저녁에 친구가 닭튀김을 사들고 왔습니다. 바삭바삭하게 튀긴 닭과 함께 소스 두 가지 그리고 무 절임, 양념소금 등이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닭튀김은 다아 먹었고, 남은 소스가 싱크대 위에 돌아다니길레 아까 그걸 버리면서 심히 곤혹스러웠지요.
이걸 물에 흘려 버릴 것인가 아니면 종이로 닦아내어 쓰레기 통에 버릴것인가...
사실 우리 집 싱크대 어느 구석 쯤, 유통기한 지난 케찹이랑 마요네즈 따위가 병째 들어 있습니다.
누구 말처럼 아까워서 못 버리는 것도 아니고 게을러서 안 치우는 것도 아닙니다. 종종 정리를 하기 위해 뒤집었다가 그걸 보면 이걸 어떻게 버려야할 지 고민하다가 그만 어느 구석엔가 다시 집어 넣습니다. 싱크대로 흘려 버리자니 정말 저게 흘러 들어가면 얼마나 많은 양의 물, 혹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정화가 될 것인가가 심히 걱정스럽기 때문입니다. 유통기한 지난 우유는 그리하여 버리지 못하고 냉장고에서 며칠 씩 있다가 들고 나가 정원의 나무 밑에다 붓고 옵니다.
하여 그것들을 휴지로 닦아서 쓰레기 통에 넣기는 했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하수구로 흘러들어갈까요. 또한 쓰레기 통에 버려지는 저 쏘스들은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인지......
요즘 부모들은 사실 자식들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아끼지 않습니다. 나 안쓰고 모자라도 자식들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다 해줄 각오가 돼 있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식, 내 새끼 혹은 그 자식의 자식이 살아야 할 이 위태로운 땅에 대해서는 별 걱정을 안 하는 듯 보입니다.
이런 속도로 더러워지다가는 몇 십년도 지나기 전에 내 새끼가 썩은 땅, 상한 물, 더러워진 공기 속에서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데 말입니다.
그런 의미로는 참 ... 별 게 다 자식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나란 인간은 지극히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며 낙관적인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내가 받은 성향 중에 가장 큰 미덕이라고 믿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미래의 환경에 대해서는 지극히 절망적이고, 부정적이며 비관적인 시선을 거둘 수 없습니다. 그것에 대해 지극히 주술적인 무서운 예감까지 드는데 종종 내가 받은 자연적인 수명을 다아 살아내기 전에 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
사람들의 이기심과 편리함에 대한 추구는 더 강해질 것이고 당연히 점점 오염은 가속도가 붙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엔 흔히 영화에서 예견되는 것처럼 몇 십년 혹은 몇 백년-왠지 천년 이상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후엔 모든 것은 다아 파괴되고 원시 형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어쨌거나 혼자 사는데도 어찌하여 쓰레기는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신기합니다.
재활용을 한다해도-그러기 위해 드는 돈도 막대하단다- 결국엔 어느 구석엔가 쌓이고 버려질 것입니다. 망가진 샤프연필이나 다 쓴 볼펜, 플래스틱 용기들, 낡은 신발이며 이젠 쓸모 없는 디스켓이나 카세트 테이프 따위들...
넘쳐나는 물질문명의 시대에 늘 새로운 것, 유행 따위에 대한 미덕은 끊임없는 소비일테니 이것은 사실 나하나 따위가 붕붕댄다 해도 구우일모 정도의 꿈틀거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나하나 쯤이야... 하지 않고 나 하나라도... 해야겠지요?
이상한 말이지만 정말 자식 없기 다행입니다.
이렇게 더렵혀 놓고 나 죽고 나서 귀한 내 새끼 살으라고 하기엔 너무 미안할테니 말입니다.
흠...
사족:: 여전히 바느질에 심취해 있습니다.
몇 개 만든 것은 지인에게 주고, 다시 또 곰실곰실 바느질 중입니다.
이틀 째 우중충한 날씨입니다. 이런 날... 커피를 잔 한가득 끓여놓고 음악 들으면서 책상 앞에 앉아 사부작사부작 바느질을 할 때의 한없는 평화에 대해 깊이 감사해 하고 있는 중입니다.
행복하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