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구조인류학] 서문을 통과하고...
한참 전에 읽다만 에드먼드 리치의 '성서의 구조인류학'을 읽고 있는데 이게 대단히 재밌다. 대체 구조주의나 인류학적으로 성경을 읽어서 뭘 어쩌겠냐만서도 덕분에 성경을 다시 꼼꼼히 읽는다. 성경을 신화로 보느냐 역사로 보느냐는 당연히 기독교에 대한 신앙의 유무가 관건이 되겠지만 솔직히 내가 보고 잇는 것은 신화적인 관점이다.
옮긴이는 해제에서 리치의 관점을 성서의 진리는 신화적 진리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성서의 진리가 신화적 진리라고 해서 그것이 단순한 허구의 논리는 아니라는 것인지 아니면 지극히 중립적인 입장이란 얘기인지 그 색깔을 못 알아낸 것은 분명 나란 인간이 설렁설렁 읽은 탓이리라.
어쨌거나 성경에 드러나는 수많은 모티프는 다른 신화에 혹은 설화에 등장하는 모티프들과 대체된다.
소금기둥이 되는 롯의 아내는 용소와 며느리바위에 며느리와 다를 바 없다. 그저 초월적 질서를 대변하는 존재가 스님과 천사라는 신분 바꿔놓기가 있을 뿐...
그 외에 기이한 탄생-인간의 몸에서 태어나 인간도 아니고 신도 아닌...-, 비범한 능력-오병이어의 기적에서 부터 시작되는 수많은 기적들-, 성장 후의 고난과 시련-영웅은 늘 고통 받는다!-으로 이어지는 영웅 설화의 구조 역시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따위의 '다이아몬드와 숯은 같은 탄소다'하는 맥가이버식 논리와 지식으로 나는 새로운 책에 접근하긴 하지만 그것은 아주 즐거운 시도다.
어떤 것들을 이해함에 있어서 확산과 수렴적 사고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이 사실을 보고 이해하고 깨닫는 것에 대한 속도와 깊이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고 대체 얼마큼 깨닫는지가 중요하다.
어떻게 퍼지고 어떻게 모아지는지 종종 나는 나 자신에게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