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술, 그 씁쓸함과 낭만성에 대하여...
오애도
2001. 11. 12. 02:32
이렇게 슬슬 찬바람이 불면 누구 말대로 따끈한 김치찌개, 혹은 생선 매운탕 뭐 이런걸 앞에 놓고 소줏잔 기울이는 그림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엄청 술꾼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 나는 술 마시는 것보다 술자리를 더 좋아합니다.
그것도 마음 맞고, 얼굴도 맞고-???- 그리고 얘깃거리도 맞고 뭐 기타등등...그런 사람들과 함께 말입니다.
늦게 들어간 대학에서 술을 배우고, 술자리를 즐겼는데 졸업할 때까지 내 주량은 소주 한 잔 가지고 두시간 이상 앉아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술 취한 알라들 뒷처리가 내몫이 되었었지요.
돈 없는 인간은 택시비 집어주고, 취한 놈은 내 집까지 끌고 와 재워주고-나는 주인 집 딸내미 방으로 가서 새우잠-, 술값 모자라면 그것도 대충 해결하고... 겨우 막걸리나 소주 한 잔에 두부김치 몇 개 집어먹은 댓가로 말입니다.
그때 몇몇의 인간은 나보고 그 술 못먹는 거 내숭 아니냐구 수상쩍어 하더군요. 그들이 보고 느끼기엔 내가 엄청 잘 먹을 거 같았던 모양입니다 -나 참 내숭 떨께 없어서 그런걸? 내숭 잘 떨었어봐라... 벌써 시집갔지...-
그럼 울 아부지 술 못하는 거 열심히 예 들어가며 내숭 아님을 강조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떤 의미로는 내숭에 가까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술마시면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몰러 하는 마음도 있었으니까...
한 때 눈치 이상했던 넘씨하고 만나고 다닐 때, 만나기만 하면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꼭 3차까지 갔는데 그때까지 나는 소주 한 잔도 다 못 비우고 알딸딸해져가는 상대방 보는 재미가 더 좋았습니다. 허지만 생각해 보니 그 상대는 내가 얼마나 지겨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상당히 열린 마음을 가진 여자처럼 보이는 걸걸한 여자가 술자리에서까지 마알짱한 얼굴로 인생과 세계에 대해-????-마알짱한 대답만 하고 있었으니... 그때 술 한 잔 하고 팍 가서 그넘이 하고 싶은대로 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지도..-엥 무신 소리?-
나중에 그러던데요. 니가 이 술 한잔 다 마시믄 뽀뽀해 주겠다...흑흑
결국 그 술 한 잔 다 못해서 뽀뽀두 못해 봤지 뭡니까.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작정하고 취할 생각으로 술을 마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꽤 자신있게 냈던 신춘문예 작품이 예선 통과도 못했다는 소식을 비공식적으로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종일 거지같은 기분으로 보내고 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노련한 술꾼처럼 슈퍼에서 소주 한 병을 사들고 왔습니다. 그리고는 술 취하면 어떤 이상한 짓을 할지 몰라 방문을 꼭꼭 잠그고는-혹시 옷을 벗고 돌아다닌다거나 고성방가를 한다거나 그도 아니면 주인 댁에 무슨 짓을 할지 자신이 없었으니까-소주를 머그잔에 쫄쫄 따랐습니다. 그리고는 엄마가 갖다주신 김장김치를 안주 삼아 반 컵쯤 마셨습니다. 닥치면 독약도 마셔야 할텐데 즐거우라고 마시는 술 못 할게 뭐가 있어 하는 맘으로 꿀꺽 삼켰는데 거 굉장히 쓰더만요. 그야말로 너무 쓰고 맛없어서 마시다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웅크리고 있다가 일어나서 화장실 가려니까 비틀 했습니다. 그 순간 혼잣말로 그랬습니다. '이게 취하는 거네...'
이히히 하고 약간 과장되게 웃었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 추억하자니 참 치기 어린 작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어쩌면 최초로 내가 제대로 술 맛을 느꼈던 때가 아니었을까요... 인생도 쓰다. 내 삶도 쓰다. 술도 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예선 통과해서 막판에 당선작하고 오랫동안 경합했노라고 신문에 대문짝-아니고 코딱지만하게- 났더군요.-
그 후로 술이 조금씩 늘었습니다. 물론 한 잔을 원샷 하는 것은 아직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술자리는 참 좋습니다. 기껏해야 생맥주 1500cc, 소주 반병이 맥시멈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아직 취해서 토하거나 필름 끊기거나 하는 일도 못 해 봤는데 그거 한 번 해보고 싶답니다^^.
그럼 인생이 뭔지 좀 더 확연히 알 거라고 예날 그 넘이 그랬거든요^^
그러나 사실 고백하자면, 그런게 물리적으로 싫고 괴로워서 많이 마시지 말아야지 할 만큼 자신을 터억 내려놓지 못하는 못난이 기질 때문이란 걸 어찌 모르겠습니까?
어쨋거나 술자리의 즐거움은 새삼 뭐가 어떻다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들하고 술을 마시고 조금씩 목소리가 커진다는 걸 느끼며 내가 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참으로 좋습니다. 정신은 말짱한데 어디 나사하나 풀린 척 하는 것도 쑥스럽지 않고, 세상과 삶과 일과 사람에 대해 느낀대로-생각한 것 말고- 말 할 수 있는 용기도 생깁니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술 마실 수 있다는 거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마시면 안 될 만큼, 그리고 기분 우울하거나 더러울 때 술생각이 먼저 날 정도는 아니지만, 혼자 살면서 좋은 점은 이런 늦가을 밤에 가끔 친구들이 소주 한 잔하자...하고 불러내도 오잉, 기러지 뭐 하고 밤 열시건 새벽이건-그런 적은 없지만- 슬리퍼 질질 끌고 터벅거리며 나가서 포장마차에 앉아 오뎅국물에 쫄쫄거리며 청하를 마실 수 있는 자유가 아닌가 하고 억지춘향격인 위로를 해 봅니다. 후후
이렇게 쓰고 보니 엄청 술꾼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 나는 술 마시는 것보다 술자리를 더 좋아합니다.
그것도 마음 맞고, 얼굴도 맞고-???- 그리고 얘깃거리도 맞고 뭐 기타등등...그런 사람들과 함께 말입니다.
늦게 들어간 대학에서 술을 배우고, 술자리를 즐겼는데 졸업할 때까지 내 주량은 소주 한 잔 가지고 두시간 이상 앉아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술 취한 알라들 뒷처리가 내몫이 되었었지요.
돈 없는 인간은 택시비 집어주고, 취한 놈은 내 집까지 끌고 와 재워주고-나는 주인 집 딸내미 방으로 가서 새우잠-, 술값 모자라면 그것도 대충 해결하고... 겨우 막걸리나 소주 한 잔에 두부김치 몇 개 집어먹은 댓가로 말입니다.
그때 몇몇의 인간은 나보고 그 술 못먹는 거 내숭 아니냐구 수상쩍어 하더군요. 그들이 보고 느끼기엔 내가 엄청 잘 먹을 거 같았던 모양입니다 -나 참 내숭 떨께 없어서 그런걸? 내숭 잘 떨었어봐라... 벌써 시집갔지...-
그럼 울 아부지 술 못하는 거 열심히 예 들어가며 내숭 아님을 강조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떤 의미로는 내숭에 가까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술마시면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몰러 하는 마음도 있었으니까...
한 때 눈치 이상했던 넘씨하고 만나고 다닐 때, 만나기만 하면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꼭 3차까지 갔는데 그때까지 나는 소주 한 잔도 다 못 비우고 알딸딸해져가는 상대방 보는 재미가 더 좋았습니다. 허지만 생각해 보니 그 상대는 내가 얼마나 지겨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상당히 열린 마음을 가진 여자처럼 보이는 걸걸한 여자가 술자리에서까지 마알짱한 얼굴로 인생과 세계에 대해-????-마알짱한 대답만 하고 있었으니... 그때 술 한 잔 하고 팍 가서 그넘이 하고 싶은대로 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지도..-엥 무신 소리?-
나중에 그러던데요. 니가 이 술 한잔 다 마시믄 뽀뽀해 주겠다...흑흑
결국 그 술 한 잔 다 못해서 뽀뽀두 못해 봤지 뭡니까.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작정하고 취할 생각으로 술을 마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꽤 자신있게 냈던 신춘문예 작품이 예선 통과도 못했다는 소식을 비공식적으로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종일 거지같은 기분으로 보내고 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노련한 술꾼처럼 슈퍼에서 소주 한 병을 사들고 왔습니다. 그리고는 술 취하면 어떤 이상한 짓을 할지 몰라 방문을 꼭꼭 잠그고는-혹시 옷을 벗고 돌아다닌다거나 고성방가를 한다거나 그도 아니면 주인 댁에 무슨 짓을 할지 자신이 없었으니까-소주를 머그잔에 쫄쫄 따랐습니다. 그리고는 엄마가 갖다주신 김장김치를 안주 삼아 반 컵쯤 마셨습니다. 닥치면 독약도 마셔야 할텐데 즐거우라고 마시는 술 못 할게 뭐가 있어 하는 맘으로 꿀꺽 삼켰는데 거 굉장히 쓰더만요. 그야말로 너무 쓰고 맛없어서 마시다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웅크리고 있다가 일어나서 화장실 가려니까 비틀 했습니다. 그 순간 혼잣말로 그랬습니다. '이게 취하는 거네...'
이히히 하고 약간 과장되게 웃었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 추억하자니 참 치기 어린 작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어쩌면 최초로 내가 제대로 술 맛을 느꼈던 때가 아니었을까요... 인생도 쓰다. 내 삶도 쓰다. 술도 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예선 통과해서 막판에 당선작하고 오랫동안 경합했노라고 신문에 대문짝-아니고 코딱지만하게- 났더군요.-
그 후로 술이 조금씩 늘었습니다. 물론 한 잔을 원샷 하는 것은 아직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술자리는 참 좋습니다. 기껏해야 생맥주 1500cc, 소주 반병이 맥시멈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아직 취해서 토하거나 필름 끊기거나 하는 일도 못 해 봤는데 그거 한 번 해보고 싶답니다^^.
그럼 인생이 뭔지 좀 더 확연히 알 거라고 예날 그 넘이 그랬거든요^^
그러나 사실 고백하자면, 그런게 물리적으로 싫고 괴로워서 많이 마시지 말아야지 할 만큼 자신을 터억 내려놓지 못하는 못난이 기질 때문이란 걸 어찌 모르겠습니까?
어쨋거나 술자리의 즐거움은 새삼 뭐가 어떻다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들하고 술을 마시고 조금씩 목소리가 커진다는 걸 느끼며 내가 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참으로 좋습니다. 정신은 말짱한데 어디 나사하나 풀린 척 하는 것도 쑥스럽지 않고, 세상과 삶과 일과 사람에 대해 느낀대로-생각한 것 말고- 말 할 수 있는 용기도 생깁니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술 마실 수 있다는 거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마시면 안 될 만큼, 그리고 기분 우울하거나 더러울 때 술생각이 먼저 날 정도는 아니지만, 혼자 살면서 좋은 점은 이런 늦가을 밤에 가끔 친구들이 소주 한 잔하자...하고 불러내도 오잉, 기러지 뭐 하고 밤 열시건 새벽이건-그런 적은 없지만- 슬리퍼 질질 끌고 터벅거리며 나가서 포장마차에 앉아 오뎅국물에 쫄쫄거리며 청하를 마실 수 있는 자유가 아닌가 하고 억지춘향격인 위로를 해 봅니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