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06. 12. 17. 00:21

서울엔 퍼붓듯이 눈이 내립니다.

여덟시 쯤 수업 끝내고 오는 길에 아는 이를 만나 창넓은 커피집에 앉았다가 창밖으로 푸슬거리며 내리는 눈과 만났습니다. 처음에 머릿비듬처럼 푸슬거리던 것이 문닫을 시간 됐다고 나가라는 말에  거리로 나섰을 때는 제법 송이가 커졌습니다. 십분 쯤 걷다가 동행은 먼저 가고 나는 차병원 앞에서부터 쏟아지는 눈과 함께 동무하고 걸었습니다. 그때부터 눈은 퍼붓듯이 내렷고 나는 한적한 거리를 한없이 한없이 쏟아지는 눈과 걸었습니다. 머리위로 어깨위로 가죽 핸드백위로 눈은 쉴 새 없이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물 호텔 어쩌구 하는 곳을 지나고 커피빈이라는 커피집도 지나고 엘지 아트센타도 지나고 역삼역이며 스타빌딩 앞을 혼자서 혼자서 걸엇더랫습니다. 눈은 소리도 없이 아니 가만히 귀 기울이면 아사아사사사사 하면서 쏟아졌지요. 나는 눈 사람 형상을 하고 걸었을 터입니다. 한 밤중이 아니면 혹은 어쩌다 운좋게 날씨는 푸근하고 집은 걸어서 갈 만큼의 거리고 다행이 하이 힐 대신에 방수 가죽으로 덮인 등산화를 신고 있었습니다. 거리는 훨씬 고즈넉하고 한가했습니다.

일부러가 아니면 그렇게 눈을 맞으며 걷는 일도 드물겟지요. 스타빌딩 앞 쯤 왔을 때 나는 비로소 어!!! 축복처럼 눈이 내린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머릿비듬이나 떡가루나 송이송이나 펑펑이 아닌 축복처럼 내린다는 말이 불쑥 맘속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출근해야하는 사람이나 자동차를 운전해야 하거나 미끄러운 길에 공포를 갖고 있는 사람들한테야 뭔 말라비틀어진 축복이냐고 할 지 모르지만 그건 내맘입니다. ^^

하여 쏟아지는 눈처럼 축복이 모두에게 함께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골목에 들어서자 누구하나 지나다니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늘 밟으며 난 현관에서 탁!!탁!! 눈을 털고 들어왔습니다.

눈 내리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