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결국...
어제는 운동을 못 갔다. 점심 약속이 생겼었지만 그게 이유는 아니었다. 계획은 물론 점심을 먹고 들어와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거나 양재천을 가는 거였다. 집에 들어와 일단 30분 쯤 지난 번에 산 명품-??- 배낭을 바꾸러 갈까를 고민했다. 일단 집 근처라서 들고 나섰다가 다시 들어왔다가를 반복했는데 어쩐 일인지 바꾸기가 망설여졌다. 15리터짜리 배낭으로 색깔도 이쁘고 싸게도 샀는데 아무래도 노멀하게 쓰기에는 싸이즈가 작다는 것이 여러친구들의 중론이었다. 하여 당연히 그럼 바꾸야지... 해놓고 벌써 한 달 쯤 되지 않았나 싶다. 하여 지난 토요일엔 과감히 가슴에 끌어안고 갔었는데 아뿔싸!! 죄 퇴근을 하는 바람에 똑같은 포즈로 가슴에 안고 돌아오고 말았다. 하여 어제는 시간도 널럴하고 이제 산에 열심히 다니기로 결심했던 바, 바꿔야지... 했다가 또 주저 앉았다. 바꾸기 위해 이리저리 살펴 보는데 아무래도 너무 이쁘고 잘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 이건 여름용으로 쓰고 싸이즈 큰걸로 하나 더 사지 뭐..'
결론을 냈다. 물론 하나를 더 살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냥 갖고 있기로 했다. 하나 더 산다해도 어차피 원래 가격으로 따져도 하나 가격이다.
좋다!!!
생각 많은 오애도의 결정 방법이다. 안 바꾸기로 하고 보니까 더 좋다. ㅎㅎ
처음 바꾸라는 말이 나왔을 때 한 친구가 그랬었다.
'결국 넌 안 바꿀겨~~'ㅋㅋ
보일러가 고장이 났는지 온수가 제대로 안 나온지가 꽤 됐다.
한 번은 친구가 와서리 샤워를 하겠다고 들어갔다가 '이런 환경에서 샤워 못해!!!!' 하고 툴툴대며 그냥 나오기도 햇다. 물론 그것도 그런 지가 한 달 쯤 됐다.
그동안 그럼 나는 샤워를 안 하고 살았는가...
물론 아니다. 난방으로 돌려놓고 미지근한 물로 덜덜 떨며 샤워를 하곤 했는데 때때로 기계란 그냥 두면 저절로 고쳐지는 수가 있는지라 그냥 버틴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자가치료가 안 되길레 결국 에이 에스 센타로 전활 걸었다. 대충 증세를 설명했더니 뭐 난방과 온수를 컨트롤하는 기능이 정신을 잃은 탓이라고 햇다. 에이에스맨은 당장 그날로 왔다. 수리비 사만 오천원....물론 지금은 더운 물 콸콸이다.
어떤 면에서 나는 대단히 게으르고 미련하다는 걸 인정안 할 수가 없다.
하여 어제는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보일러가 베란다에 있는 터라 대대적으로 베란다 청소를 했다. 아마 이사와서 처음이 아닐까 싶다. 뜯지 않은 책 박스가 세 개 나왔는데 어느 박스에선 연극팜플렛하고 묵은 일기장 같은 게 쏟아져 나왔다. 열심히 필기했던 노트하고... 그걸 실실 넘기며 보다가 시간은 흘렀고 결국 아이들이 공부하러 오는 시간이 됐다. 대충 때려넣고 이따 해야지 했다가 친구가 불러내는 바람에 오늘까지 이어졌다. 하여 결론은 아직도 베란다 정리를 하는 터라 운동을 못 갔다는 얘기다. 하하하.
사실은 오늘은 필히 반드시 꼭 절대로 가겠다고 결심했었는데 말이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