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비가 온단다...
오애도
2006. 10. 19. 10:05
산엘 가기로 해놓고 일찍 일어나 어슬렁...
가을 가뭄으로 말이 아닌듯...
단풍 들어야 할 나뭇잎들은 바삭거리며 볼품없이 말라가고, 계곡물도 간신히 웅덩이에만 고여있다.
아직 여물기를 기다리는 들의 곡식들도 다대하게 지장이 있을 터...
다행히 비가 온단다.
오겠지.
그렇게 비가 오고 나면 계절은 잔뜩 무르익어 터질듯 할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은 제 바퀴를 굴려간다.
변하지 않고, 사그라지지 않고, 닳아 없어지지 않는 것들이 어디 있으랴.
계절도, 사랑도, 미움도, 기쁨과 슬픔으로 대표되는 감정의 희로애락, 그리고 우리네 삶마저도...
비슷한 시기에 사서 열심히 입었던 옷들이 후들거리며 낡은 것을 보며 나는 낡아가는 내 몸과 삶을 실감한다.
그래 그렇게 자연이겠지. 그런 무기물들조차 낡고 삭아가는데 저절로 태어나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유기물질로 이루어진 몸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정신과 마음의 그릇인 몸이 그모양이라면 당연히 거기 담겨진 것들도 따라서 변하는 법.
하여 스스로 빌고 있다. 가을 가뭄에 말라비틀어지는 콩 꼬투리가 아니길...
실한 열매가 열렸다 하드래도 마지막에 말라 비틀어진다면 그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마음과 정신에 물을 주는 날들이 됐으면 싶다.
바삭하게 말라가는 계절의 복판에서, 아니 내 삶의 가을 문턱에서 나는 생각한다.
비가 온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