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날...

쟁반같이 둥근 달!!!

오애도 2006. 9. 7. 01:30
 

드디어 훌라우프 돌리기가 제법 된다. 이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믄 짧은 순간에도 이루어지는 게 있구나를 실감한다. 그렇게 삶이나 일상도 지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날씨 선선함에 중독처럼 기쁘다구??  그렇다고 한들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아주 똑똑한 아이를 가르치는 날.

가르치는 게 오히려 축복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오리는 같은 오리를 알아보듯 어떤 말을 해도 우리는 서로 꽥꽥대며 즐겁다.

너를 가르치기 전엔 몰랐단다. 우리가 오리라는 걸.... 좋은 사람, 좋은 인격이 되려므나. 그리하여 너를 가르친 내가 기쁨으로 충만하게 되리라는 걸 알아주지 않더라도 말이다. ^0^

 

 

수영장에서 몇번 얼굴만 익은 어떤 아줌씨가 좋은 얼굴로 웃으며 차 한잔을 사 줬다.

엊저녁에 수업 끝나고 아이들 돌려보내는데 학모 한 분이 잘익은 복숭아 네 개를 아무 말없이 내밀었다.

어제는 자알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전화를 두 통이나 받았는 걸!! -나는 정말 그런 인사를 들을만 한 인간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하여 나는 왜 이리 지지리 복이 많은 인간인가 말이다. 하하하

 

친구와 술 한잔을 했다. 자꾸 볼수록 오래 지낼수록, 길든 구두나 묵은 포도주처럼 좋고 향기롭고 편안한 몇 안되는 친구... 네가 있어서 좋구나!!!

그저 놓다. 이렇게 맑은 가을 날 어떻게 말하든 어떤 목소리로 말하든 다아 알아들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기쁘단다. 친구야!!

잘 살라구!!!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집을 다시 읽어야지. 요샌 당최 읽은 이야기들이 기억나는 게 없는 걸.

 

오래 전에 읽었던 '드레퓌스 사건과 지식인'을 다시 읽다!! 언제 읽어도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는 가슴을 울린다.

정의와 신념과 용기에 관해 새롭게 깨달은 책, 특히 신념의 아름다움에 경배한다. 에밀 졸라여~~

 

 

 

느즈막히 돌아오는 길에 나는 보고야 말았다네. 길 저저편에 떠오른 쟁반같이 둥근달!!!

그저 순수한 직유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말, 쟁반같이 둥근달...

 

 

나이 먹어가며 많은 것을 이해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고맙구나.

더불어 맘에 안 내키거나 형편없는 일에는 모른 척하거나 떨쳐버릴 수 있는 자유에 대해서도 감사한다.

모든 것을 다아 받아들이거나 이해하는 것이 너그러움이 아니라-그건 너그러움이라기보다는 일단의 우유부단함이나 두려움, 아니면 잘 다듬어진 자기방어의 담장일는지도 모르거든- 아닌 건 아니고 옳지 않거나 내키지 않는 일에 도리질 할 수 있는 게 바로 진정한 이해와 너그러움과 용기라는 걸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그러다보면 세상일에 투덜댈 일이 별로 없는 걸.

뭐 그렇긴 해도 그게 아주 자알 되는 것은 아니다 ^^;;

 

나이 먹어 점점 편안해지는 내가 좋다. 아둥바둥, 동동거리지 않고 잘 살다가 잘 죽고 싶구나를 생각한다.

이렇게 선선한 가을 바람부는 저녁이면 말이다. 

나 죽을라나??

 

 

황진이를 다시 읽어야겠다.

그리하여 가슴 밑바닥에서 오는 설움과 슬픔과 사랑과 인연의 아름다움을 실감할 수 있다면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