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날...

냉장고 정리... 아듀!! 여름....

오애도 2006. 8. 24. 00:28

금욜날 쯤 오겠다던 냉장고가 어제 배달됐다. 오전 중 오겠다는 말에 새벽부터 일어나 물건 정리도 했고 미리 냉장고 빼서-힘도 좋아!!-바닥도 깨끗이 닦아놓고 기다렸다. 아무리 버리는 냉장고이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다시 손길이 닿지 않을까 싶어 열심히 락스 풀어 닦고 매직 블럭 수세미로 닦았더니 배달온 아저씨 왈, 그냥 두십셔~ 원래 가지고 가서 폐기처분합니다...

아니 이렇게 멀쩡한 걸요? 하고 보니 사실은 뭐 성한 선반 하나 없고, 겉은 이사다니며 부딛혀 도장이 벗겨지고 찌그러지고 가히  볼만한 꼴이었다.  새것 사서 들고 오면 이전의 것은 늘 상상할 수 없을만큼 낡고 초라하다.

"그래도 창피하잖아요~~" 했더니

"밖에 차에 실려있는 거 보시면 놀라실 겁니다. 하하"

뭐 그소리 듣고 귀얇은 나 당장 닦는 걸 그만뒀다 ^^;; 그래도 어디로 갖고 간들 심히 망신스럽게 더럽진 않을 것이다.

여하간 쓸 수 있는 것을 버린다는 건 심히 죄악스럽다. 부엌을 확 뒤집었으니 당연히 구석구석 버리지 못한 빈 통들이 수도 없이 나온다. 하여 또 고민하고 있다. 저걸 다 어쩌란 말이냐. 그리고 대체 오늘 날 물건들은 어찌 그리 내구성이 강하단 말인가!!

종종 오래된 소스며 유통기한 지난 인스턴트들도 나오는데 이건 정말 더 고민스럽다. 하수구에 버리자니 그걸 정화하기 위해서는 수백리터의 물이 필요합니다. 하는 캠페인성 수치가 떠오르고 그렇다고 영원히 끌어안고 있을 수도 없는데다 이제는 슬슬 깨에끗한 냉장고에 맞춰 깨에끗한 부엌을 지향하는 바, 대단히 곤혹스럽다. 다만 먹다 남은 술이 꽤 여러 종류가 나왔는데-소주, 청주, 맥주, 와인-그건 뭐 가차없이 버렷다. 적어도 알콜이니까 뭔가를 정화하긴 하겠지.

대체 다 먹지 않고 유통기한 지난 마요네즈나 돈까스 소스 따위는 어디다 버린단 말이냐!!!

하여 지금 생각해낸 건데 싱글용 소형 포장따위를 더 많이 만들면 괘않을 듯... 마요네스, 케찹, 돈까스나 스테이크 혹은 생선튀김용 소스 따위를 소량씩 한 팩으로 포장해 팔면 되지 않을까? 흠... 좋다!!

 

여하간 새것은 그러나 나름의 설렘때문에 좋다. 새 냉장고라는 것이 석자짜리 장롱만큼이나 커서 부엌이 듬직해졌는데 사실 혼자 살면서 저따위로 큰 냉장고를 사용한다는 것도 괜히 죄악스럽다. 저걸 채우기 위해 혹은 채워지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묵어 버려질런지.... 잘, 별로 거리낄 게 없이 산다는 것은 어렵다.

 

어쨌거나 냉장고 입주를 위해 다대하게 애써 주셨거나 경향각지에서 축하멘트를 날리셨던 분들-??-을 위해 입주기념 파티를 계획 중인데 생각해보니 먼데 있는 친구는 빼고 일단은 다섯번은 해얄 것 같다. ㅋㅋ. 흠....과감하게 곗돈을 양보한 계팀을 제외하면 다 나홀로 손님들이다. 얼음 넣은-!!!!- 열무국수거나 감자넣은 수제비가 메뉴다. 굳이 원한다면 시원한 맥주와 골뱅이 무침이 추가될지도...

 

 

아직도 더위는 머뭇머뭇 주춤거리지만 올여름엔 오지게 더위와 싸웠던 듯 하다.

지나고 나면 그러나 모두 지난 일이다. 아무리 힘들었거나 괴로웠거나 또한 고통스럽거나 환희로웠거나 행복했더라도 말이다.

이 더운 여름에 그러나 난 참 치열하게 살았던 듯 하다.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가르쳤고, 또한 열심히 사랑했다. 그 속에서 들끓었지만 평화로웠고, 고요했지만 환희로웠다. 물론 늘 그렇듯 물리적으로 대단한 성과따위는 없지만 그렇게 나는 내게 주어진 날들을 살아가게 되겠지.

가을엔 그리하여 새 계절의 기쁨과 슬픔과 환희와 고뇌가 또한 함께 할 것이다.

 

누가 뭐라든 여름은 갔다.

 

아듀!!

아디오스!!

아우프 비더젠!!

짜이지엔!!

사요나라!!

굳 바이!!

안녕히...!!

-또 뭐가 있더라. ^^;;-

2006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