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날...

우째 이런일이!! ^^;;

오애도 2006. 6. 27. 12:19

엊저녁에 어느 학부형이 맛있는 티라미스케잌 한 롤을 보내셨더랬습니다.

난 파운드케익인 줄 알고 이따가 간식으로 머억자~~ 햇었지요.

"근데 선생님 이게 푸슬푸슬 초콜릿 가루같은 게 떨어지고 그러니까 선생님 혼자 드시래요~"

"기래?" 하고 열어봤더니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입자 고운 카카오파우더랑 슈가파우더랑 교차로 나란히 뿌려진 아주 고급스런 티라미슈더란 말입니다.

아마 아주 좋은 거니까 더풀더풀 알라들한테는 제 맛을 느끼며 먹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하셨거나 귀한 거니까 선생님 혼자 맛있게 드시라는 뜻이었겠지요. ^^;; 괜히 맘이 짜안...

뭐 일단은 냉장고에 넣어 놓고 끝나고 먹자 생각해 놓고 아뿔싸 돌아간 후에야 생각이 난 것입니다.

흠.....  

하여 슈퍼에 가기 전에 한 조각을 덥썩 베어 접시에 담고 무지방 우유 한 잔 하고 먹었습니다.

내가 썩 뚱뚱한 인간이긴 해도 초콜릿이나 케익이나 아이스크림같은 서양식 디저트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터인지라 그런 게 들어오면 상당히 곤혹스런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싫어한다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니까 실실 먹어치우다 보면 늘 하고 있는 다이어트 전선에 이상이 생기고 말기 때문입니다. ^^;;

어쨌거나 티라미스나 농도 짙은 치즈케익 같은 것은 라리같은 커피집에서 한 조각에 오 천원쯤 하는 걸 커피 사이드로 시켜 놓고 눈물겹게 포크로 찍어 먹어야 제 맛인데 이건 덜커덕 주먹만하게 잘라서 저지방 우유 팩에 입을 대고 꿀꺽꿀꺽 마셔가며 먹자니 참... 게다가 낮에는 무려 세 시간 쯤 운동하고 왔는데 말입니다.  

그렇겐 해도 정말 맛이라는 건 아주 환상입니다. 아주~~~ 촉촉하고. 아주~~ 부드러우며, 전혀 달지 않고, 또한 느끼하지 않고 말입니다. -그동안 먹어봤던 어떤 케익 보다 맛있었다-

먹을 때 전혀 느끼하다고는 생각 못했는데 한참 후에야 그것이 대단히 느끼하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친구 만나서 이바구를 하는데 열무 물김치를 세 그릇이나 먹어 치운 것을 보면 말입니다.

입맛이란 게 그러고 보면 얼마나 속이기 쉬운 것인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 보면 거친 음식을 입맛을 속여 먹으면 괜찮다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어차피 들어가면 다아 비슷한 찌꺼지가 될테니 말입니다.

거친 음식을 속이는 것은 그럴만 하지만 부드러운 음식도 속이다니!! ㅋㅋ

뭐 여하간 아침에도 커다랗게 한 조각을 잘라서 저지방 우유를 파트너로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었는데 역시 느글느글... 얼큰한 김치찌개 한 그릇하고 밥이나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건드리지 말고 이웃한테 주었다면 좋았을 것을...흠... 그런데 그건 또 보낸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처사라 아니 되겠군요.

내일이나 되야 알라들은 공부하러 올 것이고. 학원에 싸들고 가자니 5C냉장보관 어쩌구 써 있으니 들고 가는 사이에 곤죽이 될듯 싶고...

하여 아직도 명품 티라미스 케익은 냉장고에서 그 깊은 맛을 품고 김치냄새와 어울워져 있습니다. 하하하.

고당질 식품으로 식사를 했으니 수영 가야겠습니다. 에효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