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에 관한 소고!!
친구 만나서 술 한잔을 하거나 한없이 이바구를 하고 들어올 때면 늘 멈춰서서 가만히 들여다보는 곳이 있습니다.
늦은 시간인지라 다니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나는 불꺼진 쇼윈도 앞에 혼자 서서 물끄러미 들여다보곤 하지요. 거기엔 다분히 드레쉬한 드레스며 화동용 턱시도 따위가 걸려 있습니다. 말하자면 의식용 드레스 대여점 같은 곳인데 그곳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은 보라색 자잘한 꽃무늬가 박혀 있고 허리엔 좀 더 진한 테이프로 리본이 매어져 있는 이제 일곱살 쯤 된 아이가 입으면 딱 맞을만한 민소매 원피스입니다.
피부가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유난히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던 나 어릴 때 입었더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지요. 그 때 쯤은 나, 아주 납작한 가슴을 하고 있었을 것이며 뱅스타일의 앞머리와 90도 각도로 자른 옆머리와 함께 희고 가느다란 팔과 다리를 한 채로 검은 스트랩 슈즈를 신었으면 아주 잘 어울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한 번도 입어보지 못했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울엄니 먼 데서 장사해 사가지고 온 원피스가 작았는데 바꾼다고 장롱안에 숨겨논 것을 몰래 입고 돌아다니다 죄 튿어져 혼났던 기억입니다.
그 원피스는 어떻게 햇는지 기억에 없습니다.
늘 그렇지만 돌아고 싶고 돌아갈 수 없는 시절 때문에 쓰린 통증은 어떤 것으로 치료 불가능합니다.
혹여 나 죽어 다시 태어나믄 지금의 나로 태어나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하나 둘 한-?-을 풀어보고 싶은 걸요.
나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때때로 그렇게 돌아갈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해 쓸쓸해 하는 것은 지금이 행복한 것이겠지요?
잔뜩 가진 것 많은데 언제나 툴툴대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들에 비하믄 난 가진 것 따위는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감사한 것 투성이인걸요.
나 아주 날씬 해져서 흰색 플랫 칼라에 자잘한 꽃무늬가 아플리케로 수 놓아져 있고 두터운 리본 테이프로 허리를 묶은 연분홍색 원피스 입어 보는 게 소원입니다. 하하하
그렇게 망상에 사로잡혀 물끄러미 쇼윈도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방금 헤어진 친구에게 전화가 옵니다.
잘 자그라 ... 내친구. 고맙다...짜샤...
그렇게 가끔 산다는게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