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대함과 미세함 사이의 초라
못난이 김밥, 그리고 움베르토 에코... 먹는 것과 읽는 것은 즐거워!
오애도
2001. 8. 30. 10:25
쌀을 씻어 삼십분 쯤 담가 둡니다.
그리고는 포실포실하게 밥을 지어 참기름과 소금을 넣고 간을 해서 한김 나가면 볶은 참깨를 듬뿍 넣습니다.
그리고는 통째 구워서 파는 김을 여섯 등분해 꾹꾹 밥을 뭉쳐 김위에 밥을 얹고 꾹 눌러 접시에 담습니다.
그렇게 싼 김밥은 정말 제멋대로 생겼습니다. 내가 이름 붙이길 멋대로 김밥입니다.
그걸 접시에 수북이 담아 놓고 젓가락과 물김치 혹은 볶은 김치만 놓고 설렁설렁 집어 먹으면 오케이입니다.
만들기도 간단, 먹기도 간단, 영양도 그런대로... 맛도 그런대로... 설거지도 간단한 요리입니다.
-주의: 순전히 밥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잘못하면 양이 많아져 다이어트엔 최대의 적-
게다가 그것은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 김밥에 비하면 스물 일곱배쯤 맛있습니다.
적당히 자유스럽기도 하고 적당히 고급-?-스럽기도 한 음식이지요.
여행을 갈 때도 아침에 후닥닥 만들어 차안에서 먹으면 캡입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따닷한 커피 한 잔 빼서 같이 먹으면 완벽하기까지 합니다.
여행가서 다음 날 산행을 하거나 할 때도 아침에 만들어 비닐 봉투에 담아가면 얼마나 요긴한데요.
원래 못생겨서 그냥 척 비닐봉지에 집어넣기만 하면 됩니다.
짜부러질수록 맛이 더 나는 것 같습니다. -엥 또 요리 강좌네^^;;-
오늘 낮에 그렇게 못난이 김밥을 만들어 먹으며 책상 앞에 앉아 움베르토 에코의 수필을 읽었습니다.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바람이 들어와 머리칼을 흔듭니다.
그러다가 실금슬금 구름 색깔이 변하고는 후둑거리며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나더니 잠시 후에는 제법 거칠게 비가 쏟아졌습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입에 넣은 김밥을 씹다가 창 밖을 봅니다.
아침에 맑은 바람과 빛나는 햇빛 어쩌구 했던 것이 무색하게 갑자기 비는 굵은 줄기를 자랑하며 쏟아졌습니다.
호랑이가 시집을 가는겨... 여우들이 무신 대행진을 하는겨... 궁시렁 거리며 입에 넣은 김밥을 슬로우모션으로 천천히 씹어 삼켰습니다.
에코의 책은 읽은 지가 꽤 오래 됐습니다.
그의 책이 한참 유행-?-했을 때였는데 처음 읽은 것은 당연히 가장 유명한 장미의 이름이었지요. 뭐 처음 그걸 읽을 때는 그야말로 입이 벌어질만큼 박학다식함에 괜히 좌절감만 생겼었습니다.
따라서 추리 소설 읽을 때 느끼는 긴장감보다 거기 등장하는 기타등등의 백과사전같은 지식의 나열에 더 감탄을 하며 봤습니다.
두 번 째 읽은 책은 푸코의 추였습니다. 참 아는 것-?-도 많은 양반이더군요.
그리고 세 번째 우연히 읽게된 그의 얄팍한 수필집이 바로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입니다. 이 책은 정말 포복절도할 지적 유머로 가득합니다.
가끔, 멀뚱이 앉아 머리나 벅벅 긁을 만큼 일상이 지루하다거나 마음을 끄는 일이 없을 때 펼쳐 보면 내멋대로의 김밥이 주는 간단함에서 오는자유와 조금은 고급한 취향-?-만큼 맛이 있습니다.
옆길로 새는 이야기같은데 나는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는 탓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습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어느 부분에서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백이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건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흥인데 그런 부분이 있는 책들은 그러나 드뭅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굉장한 대접을 받는 고전이나 대단하게 선풍적인 인기가 있는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금언만 잔뜩 모아놓은 탈무드나 공자나 맹자 같은 책도 절대로 아닙니다. 어느 땐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소설들에서도 그런 부분들은 발견됩니다.
어쨋거나 햄릿(세익스피어)과 이문열과 무라카미 하루키같은 작가들의 책이 열심히 씹어 읽었던 책들입니다.
다시 에코의 수필로 돌아가서 문화비평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다양한 문화들에 대한 유머넘치는 분석과 비평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그 기발함과 전환적인 발상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음... 대할 때의 마은 가짐은 내멋대로의 김밥과 같이 쉽고 간단하지만 내용물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섞인 모듬 김밥 같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먹는 방식이나 대하는 방식은 김밥인데 내용은 풀코스의 프랑스요리처럼 품위가 있다고 할까요?- 참고로 풀코스의 프랑스 요리는 못 먹어봤음-
하여 오늘 한 나절은 그렇게 묵은 책을 꺼내 읽는 걸로 보냈습니다.
자 이렇게 또 하루가 갔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모여 삼백 예순 다섯 날을 이루고 그 삼백예순 다섯 날이 모여 십년을 이루고 그 십년이 열 번 모여 백년을 이루겠지요.
그러나 그 백년을 다 산다해도 겨우-??????????- 삼만 육천 일이라는군요.
하루 하루를 마지막인 듯 살자는 말이 실감됩니다.
사족: 음 다음 칼럼엔 에코의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을 그냥 베껴서 올려 볼라구 하는데...어떠신지...
1. 괜찮다
2. 말두 안된다
사족: 사족: 아님 이 밑에 이어 죽 베낄까요? 너무 길면 읽는데 부담스러울 까봐^^...
그리고는 포실포실하게 밥을 지어 참기름과 소금을 넣고 간을 해서 한김 나가면 볶은 참깨를 듬뿍 넣습니다.
그리고는 통째 구워서 파는 김을 여섯 등분해 꾹꾹 밥을 뭉쳐 김위에 밥을 얹고 꾹 눌러 접시에 담습니다.
그렇게 싼 김밥은 정말 제멋대로 생겼습니다. 내가 이름 붙이길 멋대로 김밥입니다.
그걸 접시에 수북이 담아 놓고 젓가락과 물김치 혹은 볶은 김치만 놓고 설렁설렁 집어 먹으면 오케이입니다.
만들기도 간단, 먹기도 간단, 영양도 그런대로... 맛도 그런대로... 설거지도 간단한 요리입니다.
-주의: 순전히 밥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잘못하면 양이 많아져 다이어트엔 최대의 적-
게다가 그것은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 김밥에 비하면 스물 일곱배쯤 맛있습니다.
적당히 자유스럽기도 하고 적당히 고급-?-스럽기도 한 음식이지요.
여행을 갈 때도 아침에 후닥닥 만들어 차안에서 먹으면 캡입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따닷한 커피 한 잔 빼서 같이 먹으면 완벽하기까지 합니다.
여행가서 다음 날 산행을 하거나 할 때도 아침에 만들어 비닐 봉투에 담아가면 얼마나 요긴한데요.
원래 못생겨서 그냥 척 비닐봉지에 집어넣기만 하면 됩니다.
짜부러질수록 맛이 더 나는 것 같습니다. -엥 또 요리 강좌네^^;;-
오늘 낮에 그렇게 못난이 김밥을 만들어 먹으며 책상 앞에 앉아 움베르토 에코의 수필을 읽었습니다.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바람이 들어와 머리칼을 흔듭니다.
그러다가 실금슬금 구름 색깔이 변하고는 후둑거리며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나더니 잠시 후에는 제법 거칠게 비가 쏟아졌습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입에 넣은 김밥을 씹다가 창 밖을 봅니다.
아침에 맑은 바람과 빛나는 햇빛 어쩌구 했던 것이 무색하게 갑자기 비는 굵은 줄기를 자랑하며 쏟아졌습니다.
호랑이가 시집을 가는겨... 여우들이 무신 대행진을 하는겨... 궁시렁 거리며 입에 넣은 김밥을 슬로우모션으로 천천히 씹어 삼켰습니다.
에코의 책은 읽은 지가 꽤 오래 됐습니다.
그의 책이 한참 유행-?-했을 때였는데 처음 읽은 것은 당연히 가장 유명한 장미의 이름이었지요. 뭐 처음 그걸 읽을 때는 그야말로 입이 벌어질만큼 박학다식함에 괜히 좌절감만 생겼었습니다.
따라서 추리 소설 읽을 때 느끼는 긴장감보다 거기 등장하는 기타등등의 백과사전같은 지식의 나열에 더 감탄을 하며 봤습니다.
두 번 째 읽은 책은 푸코의 추였습니다. 참 아는 것-?-도 많은 양반이더군요.
그리고 세 번째 우연히 읽게된 그의 얄팍한 수필집이 바로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입니다. 이 책은 정말 포복절도할 지적 유머로 가득합니다.
가끔, 멀뚱이 앉아 머리나 벅벅 긁을 만큼 일상이 지루하다거나 마음을 끄는 일이 없을 때 펼쳐 보면 내멋대로의 김밥이 주는 간단함에서 오는자유와 조금은 고급한 취향-?-만큼 맛이 있습니다.
옆길로 새는 이야기같은데 나는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는 탓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습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어느 부분에서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백이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건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흥인데 그런 부분이 있는 책들은 그러나 드뭅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굉장한 대접을 받는 고전이나 대단하게 선풍적인 인기가 있는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금언만 잔뜩 모아놓은 탈무드나 공자나 맹자 같은 책도 절대로 아닙니다. 어느 땐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소설들에서도 그런 부분들은 발견됩니다.
어쨋거나 햄릿(세익스피어)과 이문열과 무라카미 하루키같은 작가들의 책이 열심히 씹어 읽었던 책들입니다.
다시 에코의 수필로 돌아가서 문화비평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다양한 문화들에 대한 유머넘치는 분석과 비평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그 기발함과 전환적인 발상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음... 대할 때의 마은 가짐은 내멋대로의 김밥과 같이 쉽고 간단하지만 내용물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섞인 모듬 김밥 같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먹는 방식이나 대하는 방식은 김밥인데 내용은 풀코스의 프랑스요리처럼 품위가 있다고 할까요?- 참고로 풀코스의 프랑스 요리는 못 먹어봤음-
하여 오늘 한 나절은 그렇게 묵은 책을 꺼내 읽는 걸로 보냈습니다.
자 이렇게 또 하루가 갔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모여 삼백 예순 다섯 날을 이루고 그 삼백예순 다섯 날이 모여 십년을 이루고 그 십년이 열 번 모여 백년을 이루겠지요.
그러나 그 백년을 다 산다해도 겨우-??????????- 삼만 육천 일이라는군요.
하루 하루를 마지막인 듯 살자는 말이 실감됩니다.
사족: 음 다음 칼럼엔 에코의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을 그냥 베껴서 올려 볼라구 하는데...어떠신지...
1. 괜찮다
2. 말두 안된다
사족: 사족: 아님 이 밑에 이어 죽 베낄까요? 너무 길면 읽는데 부담스러울 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