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날...

오늘은...

오애도 2006. 6. 2. 10:01

내 생일이다.

며칠동안 몸컨디션이 엉망이었던지라 모처럼 운동 스캐줄 올스톱하고 늦게까지 잤다.

늘 그렇듯 빈 집안에서 곰실곰실 일어나 가스레인지에 불을 댕겨놓고 이걸 두드리고 있다.

어릴 때를 생각해서 계란 한 줄을 사고-계란찜 할려고 ^^- 계란을 입혀 부쳐먹으면 정말 맛있는 소세지라는 정말 긴 이름의 소세지도 한 개 사왔다.

생일이면 울엄니는 계란 풀어 밥솥에 얹어 계란찜을 해주셨다. 내 생일날 쪄주시는 계란찜엔 형제들이 연속 세 번 수저가 가도 별로 안 째려 지고 괜히 맘이 흐뭇해지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하여 혼자 살게 되믄서 난 생일 때는 약간 딱딱하게 중탕을 해서 계란찜을 해 먹는 것이다. 소세지부침은 그냥 어릴 때 가장 맛있고 황홀한 반찬이었던 기억때문인데 노란 계란 옷 입은 분홍색 싸구려소시지는 언제 봐도 황홀하다. ^0^ 

기분을 내서 소불고기나 뭐 이런 것도 좀 해볼까 하다가 안하던 짓 하믄 죽을 때가 가까워진 거라는 소리를 들은 거 같아서 참았다. ㅋㅋㅋ

 

아침 일찍 '미역국은 끓여 먹은겨?' 하고 전화 하시던 울엄니, 전화 없는 거 보니 잊으신 모양이다. 작년에도 그랬었다. 그리하여 생일은 점점 어딘가로 사라지거나 녹아 없어져 가는 내 어머니의 총기가 가장 아프게 다가오는 날이 되 가고 있다.

그렇듯 나도 언젠가는 누구에게든 그렇게 많은 것에서 잊혀져버리는 날이 오겠지.  

 

일 주일 전부터 이러저러하게 왁자하게 세리머니를 해 왔던 터라 정작 오늘은 고즈넉하다. 몇몇 전화 축하메세지 외에는...

닭고기 넣은 미역국이 끓고 있다. -이것도 어릴 때 먹던 것이다-

뭐 일상은 늘 그렇게 흘러간다.

흰 쌀밥과 스페셜 반찬이 두개 쯤 있는 아침을 먹고 설렁거리고 있다가 나는 곰실곰실 일하러 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별 다를 거 없는 나날들에 나름의 의미가 있는 날들은 박제된 것처럼 박혀 있을 터이고 그것은 결국 시간을 가늠하는 단위가 될 것이리라.

나는 남아 있는 날이 더 많은 걸까 아니믄 살아낸 날이 더 많은 걸까?

후반기에 접어들면 무엇이건 가속도가 붙는다. 그 쯤이야 누군들 모르랴...

하여 물리적으로 느끼는 시간도 당연히 뒷쪽이 짧겠지.

배 고프다. 밥 묵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