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날...

주저리 주저리...

오애도 2006. 5. 15. 00:13

굳이 뭘 해서 바쁜 것인지를 꼽으라면 뭐 별로 한 건 없는것 같은데 여하튼 바빴습니다.

시골엘 다녀왔었고, 집에서 뒹굴거렸고 겨울 쉐타를 정리해 넣었고 일주일 내-하루 빼고- 친구 만나 이바구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했습니다. 몇가지 사소한 일들을 처리했고 그리고 하루도 안 빠지고 피곤에 지칠 때까지 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이들도 열심히 가르쳤고 말입니다.

생각해 보니 밥을 지어먹은 지가 꽤 된 듯 합니다. 매식을 하거나 대충 다른 것들로 때우거나 해서리 말입니다. 매일 마셔야 하는 콩가루 탄 우유도 밀렸고 집에서 가져온 상추며 나물 등도 아직 그대로 있습니다. 하여 어제는 당분간 비빔밥을 해 먹겠다가는 야멸찬 꿈으로 말린 고사리도 사다가 삶아 놓고 당근이며 오이 콩나물 따위를 사다 냉장고에 쟁여 놓았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나물을 만들어야겠습니다. ^^

 

내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비록 사교육이긴 하지만 선생이라고 불려지는 일을 하는 터라 종종 감격적인 선물-??-이 들어옵니다.

어제는 미리 스승의 날이라고 한 녀석이 한 아름 장미꽃다발을 들고 문앞에 서 있었습니다.

카네이션도 아니고 장미꽃을 그것도 멀쑥하니 키가 180cm에 가까운 녀석이 말입니다.

 

때때로 너를 가르친다는 게 고맙고 기쁘고 보람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시답잖은 한마디에도 눈이 빛나고 사소한 것에서조차 쭉쭉 맛있는 수액을 흡수하는 것처럼 느껴지지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 내가 공교육의 40명 가까운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르칠 수밖에 없는 학교 선생이 아닌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눈높이를 같이 한 채 진지하고 다정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상호교통이 이루어질리 없을테니 말입니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잘 배우려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잘 가르쳐야지... 아니면 정말 잘 가르치고 싶단 생각을 합니다.

내가 선생인 게 좋고 감사합니다. 그것도 무엇이든 다아 얘기해도 좋은 논술 선생이어서 더 좋습니다.

하여 세월이 흐르고 흘러 그 아이들이 삶의 어느 길목에서 쯤 그래 그때 그 선생님 만난게 행운이었어, 하고 생각하는 제자가 한 명 쯤 있겠지요? 없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세상이란 게 막 되 먹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을 다 한 일에는 늘 결과가 있는 법이니까요. 마음을 다 한다는 것. 보여지거나 드러나지 않아도 나만은 내마음을 믿거든요.

 

미리 받았던 스승의 날 꽃다발과 카네이션 화분.

남자한테 받았다 한들 그렇게 감동적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