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단상...
과한 주말 스캐줄-외박, 과한 수업, 약속- 덕분에 입술에 물집이 잡혀서 어제 오늘 쿤테킨타 입술이 되었다.
무엇이든 세 번 이상 계속되면 징크스라고 믿는데 결국 주말 징크스가 되고 말았다. 이번 주말도 잠정적인 약속이 잡혀 있고 다음 주엔 또 시골행이다. 이렇게 되면 벌써 두 달째가 아닌가...
운동 많이 해도 씩씩하게 몸이 비명지르지 않는다고 좋아했더니만 입술 부르트기는 오랜만이다.
지난 토요일 외박을 하면서 잠을 못 잤는데 여러가지가 겹친 모양이다.
늘 긍정적인 나. ^^;;
이거 지나고 나면 한결 가벼운 몸과 맘이 될 거라고 믿고 있다. ㅋㅋ.
아침에 신김치 쫑쫑 썰어 들기름에 볶아 멸치넣고 김칫국을 끓였다.
수영 끝나고 종종 김밥 한 줄로 점심을 때우는데 며칠 전에 국물로 순두부 넣은 김칫국이 나왔었다. 멀겋긴 했지만 맛이 좋길레 불현듯 집에서 끓여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걸 끓이고 있자니 어릴 적 엄니가 끓여주던 것이 생각난다. 우리 다섯 남매들은 종기종기 밥이 되길 기다리며 아랫목에 앉아 있는 겨울 아침 나절에 부엌에서 풍겨오던 냄새 같은 것...
다신 돌아가 맡을 수 없는 인생의 쓸쓸한 향수 얹힌 그림들...
어제는 지난 주말 그만뒀던 곳에 다시 나가 아이들을 가르쳤다. 선생을 못 구했다고 연락이 왔는데 어쩌랴~~ 덕분에 피로가 더 했다. 그래도 날 보자 배시시 혹은 화들짝 웃는 녀석들을 보니 반가웠다.
수업 중에 언 녀석이 야구봐야 한다고 일찍 끝내달라고 하길레 글케 호들갑 떨면 될 것도 안된다... 질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했었다.
그럼 선생님은 안 보세요?
내가 보믄 지거덩. 게다가 과한 기대가 걸려 잇는 것은 더 그래... 그러니 맡은 바 일에 충실하고 남은 힘을 쏟아라.. 했었다.
오는데 여러 애들한테 문자가 왔다.
에고 선생님 보지 마세요~~
왜?
5:0으로 지고 있어요~~
안 보고 있는디...
이찌로 정말 짱나~~ㅠㅠ
야구는 끝을 봐야 하는 거 아니냐..
안 봤으면 좋았을 걸 집에 와서 잠깐 채널 돌렸더니 6:0 이 되었다. 애국적인 마음으로-??-얼른 끄고 밀린 빨래를 햇다.
내가 무당적인 데가 있는겐가... 별 생각 없이 드는 예감은 늘 맞아떨어진다. 그렇게 드는 예감이란 건 알고 보믄 오랜-??- 삶에서 통찰로 얻은 것이다.
늘 무엇이든 그렇다. 시작이 과하고 호들갑스러운 것은 끝이 지리멸렬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늘 좋은 시작을 경계한다. 그건 나쁜 결과의 복선처럼 느껴지는데 대부분 -열에 아홉 쯤-맞아 떨어진다. 하여 스스로 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홀로 나는 종종 고소를 금치 못하는 것이다.
삶이나 인생의 굴곡진 부분을 곧게 펴면 더 함도 덜 함도 없이 평평하지 않을까??
내 생각이다.
지난 주말 내가 아끼는 푸른 색 머플러를 잃어버렸다.
오래 전에 잃어버린 썬그라스 두 개도 지금 생각해보니 구하기 힘든-내 얼굴에 잘 맞는-것들이었다. 뭔가를 잘 잃거나 흘리거나 망가트리는 인간은 아닌데 이상하게 아끼는 것들만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허긴 아이들도 그렇다. 이유없이 이쁘고 맘이 가는 아이와는 의외로 금방 헤어지는 일이 많았었다. -지금은 그것은 극복이 됐는지 이쁜 아이들이 훨 많다-
어쨌거나 결론은 무엇이건 지나치게 애착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이건 물건이건...
나란 인간이 원래 일단 한 번 맘이 간 것에는 집착이 심한 터라-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집착하거나 애정을 품지도 않는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도 만만찮다. 어쩌면 평생 갈 지도... 오죽하면 그럴 때를 대비해서 똑같은 걸 두 개씩 사고 싶어하겠는가??!!
다른 건 쿨하기 때문에 오히려 너그러울 수 있는데 사소한 물건같은 것에는 과하게 뜨거워서 오히려 옹졸해진다.
입술에 물주머니 하나를 달고 수영을 갈 생각이다.
으쌰으쌰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고 아무 일도 없는데 어딘가 모퉁이를 돌아서면 반갑고 좋은 사람과 맞닦뜨리는 기쁨처럼 그렇게 좋은 일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월요일 모퉁이다.
행복하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