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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여섯번째... [굿 윌 헌팅] 천재가 되고 싶어라!

오애도 2001. 7. 26. 00:56
아무도 안 믿어 주겠지만 어려서 나는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지금은 갱년기 초기인지 아니면 한 때 마신 연탄가스 덕분인지 금방 들은 이름조차 가물가물 해질 정도로 쇠퇴해가는 기억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지난 주에 들었던 학원 신입생 이름 같은 것은 그 다음 주엔 절대 기억 못하는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때는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거나 익히면 천재적인 능력이 생긴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서야-?- 천재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만약 천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교육열 높은 우리나라 엄마들 극성에 지금쯤 천재들 홍수 났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각설하고 영화 굿 윌 헌팅은 바로 이 선천적인 천재이야기입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청소원으로 일하는 날건달인 윌(맷 데이먼)이 가진 천재성은 그 대학의 교수들을 훨씬 능가합니다. 수 십년을 연구해 받은 권위있는 수학상이 무색하게 윌은 교수가 내 놓는 문제를 너무나 쉽게 풀어버립니다. 그러나 그가 가진 천재성은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 인해 비틀리고 오만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심리학자인 로빈 윌리엄스와의 교류가 이 영화의 중심입니다.
이 과정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진정으로 안다는 것이 무엇이고,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로 하여금 깨닫게 합니다.
안다는 것과 느낀다는 것의 차이가 젊은 천재역인 맷데이먼과 원숙하고 편안한 배우인 로빈 윌리엄스 두 사람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원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미숙함이 주는 신선함, 현학성과 단순성, 나이 든 자의 여유와 어린 자의 조바심, 깨달음에서 오는 겸손함과 모든 것을 다 안다는 것에서 오는 오만함까지...
차세대 헐리웃의 촉망받는 배우이자 이 영화의 시나리오까지 썼다는 맷 데이먼의 매력도 볼만합니다. 그리고 아마겟돈의 젊은 영웅 벤 에플렉도 나오는데 존재감이 희미하더군요.
어쨌거나 영화 보면서 그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말입니다.
나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비 제도권 교육을 받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지요. 나도 그런 환경이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인간이 되 있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으이고...괜히 씰데 없는 핑계는...-
각설하고 여하간 천재는 한 번 되보고 싶은 캐릭터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갖고 싶었던터라 한때 닥치 대로 책을 읽었었습니다. 외국어도 괜히 이것저것 건드려보고, 볼링을 배울때조차도 책 먼저 사고...수준에 안맞는 어려운 책 읽는 것을 자랑삼았는데 그런 책들은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 써 놓은 글들을 지금 읽어 보면 되먹지 않은 현학에 애매모호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어 읽어내기가 낯 뜨거울 정도입니다. ^^;;
그리고 지금까지도 괜히 오만잡다하고 잡학적이고 수박 겉 핧기식의 얕은 지식으로 설렁설렁 살아간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가을에는 뭔가를 다시 배울 생각입니다.
외국어를 배울지, 아니면 본격적으로 전문적인 기술-뭐가 좋을까?-을 배울지 고민중입니다.
아무래도 달가닥거리는 머리에 기름칠-?-을 좀 해야겠어서요. 천재가 못되면 부지런하기라도 해야겠지요.
굿 윌 헌팅을 보고 얻은 생각입니다.

자 그렇게 천재성이 선천적인 것이라면 바보성-?-도 선천적인 것이겠지요. 나한테는 그 바보성이라는 것이 있는데 바로 노래 부르는 것입니다. 음치말입니다. 나는 내가 들은대로 부른다고 하는데도 그것이 영 이상한 모양입니다. ^^;;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