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대함과 미세함 사이의 초라

영화 이야기... 다섯번째... 옛날 영화들이 좋다

오애도 2001. 7. 19. 01:50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을이 아니라도 사춘기 시절에, 영화 한편을 보고 얼마나 긴 사색-?-의 시간을 가졌는가를 생각합니다. 아니 아니지요. 그건 엄격히 사색이라는 단어보다는 시달림이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본후에 게리 쿠퍼의 마지막 대사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곧 나야. 당신이 가면 나도 가는 거야"
흑백 영화-내가 처음 볼 당시 흑백 시대였습니다-의 마지막 엔딩 장면과 스톱 모션. 지금 와서 생각하면 쬐끔 유치하기 조차 한 대사였지만 그것이 가슴을 흔든 건 나이 탓이었을까요?

'마음의 행로'나 '마이 페어 레이디'같은 걸 보고 얼마나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는가를 생각해봅니다. 종류가 다른 시달림이긴 하지만 '이 세 사람' '제 7의 봉인' 같은 걸 보고는 며칠 동안 얼마나 마음이 쓰였는지...
우스운 야기지만 이렇게 옛날 영화들 본 걸 떠올리면서 나이 먹었음을 실감합니다.
지금은 그렇게 뻔한 이야기구조로 영화를 만들면 진부하고 유치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 -제 7의 봉인은 제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영화들에 향수가 느껴진다는건 나이를 먹은 탓일 것입니다.
비디오와 텔레비젼이 전국 가정의 구석구석까지 보급되기 이전, 그리고 케이블 방송까지 생겨나 화면에 난무하는 영화의 홍수 속에서 살기 이전의 주말 텔레비젼 극장은 얼마나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는지요.

정영일씨의 영화 소개는 그대로 일반 시청자의 영화 지식쌓기의 교과서 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괜찮은 영화는 괜찮은 영화대로, 신통찮은 영화는 신통찮은 영화대로, 방송에서 선별된 방식으로 우리는 영화를 봤었지요. 그때야말로 영화가 제대로 대접을 받았던 영화들의 요순시대가 아니었을까요.
지금 가끔 해주는 고전 영화들을 보면서도 그때 느끼는 감정들이 안 느껴지는 것이 참으로 쓸쓸합니다. 젊은 말론 브란도나 제임스 스튜어트, 게리 쿠퍼같은 사람들을 보다가 새로 나온 동시대의 배우들을 보면서 참 낯설어 했는데.......
옛날 영화가 좋습니다. 늙은 탓이라고 해도 좋습니다.30대 중반에 말입니다.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