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대함과 미세함 사이의 초라

영화 이야기... 첫번째

오애도 2001. 7. 10. 11:47

언제부터인가 영화를 보는 기준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어릴 적에는 질보다는 양이라는 생각으로 어떤 장르건, 닥치는 대로 봤었지요. 그리고 무엇을 보든 그것에 한참을 빠져있는 성격인지라 영화를 보고 나면 별 시답잖은 내용들도 곱씹고 곱씹어 국물맛 다 빠진 소뼈같은 꼴이 될 때까지 되새김질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영화 분석하고 비평-?-하는데, 조금 쯤 소질이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대학 때 영화담당하는 평론가 교수님의 진짜 촉망받는 제자-^^;;-였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영화를 낱낱이 쪼개 분석하라고 하면 A4용지 열 장 쯤은 문제 없이 할 수 있습니다.-웬 잘난척?-
 각설하고, 그렇지만 지금은 영화를 보는데 지극히 인색합니다. 취향에 안 맞는 영화는 공짜로도 안봅니다.
옛날에 많이 보던 영화잡지나 신문에 나오는 영화평도 잘 안 읽습니다. 무엇이든 그것이 생활을 이어가는 수단이 아닌 경우는 이런 꼴인 모양입니다.
 그래도 내게 영화를 보는-읽는-눈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약간 선천적인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며, 또한 노력과 열성이 90퍼센트를 차지하는데 그 노력과 열성을 미리 바쳐 놨기 때문에 아마 그 밑천으로 나머지 영화인생을-?-살게 될 것입니다.
단순히 재미있다와 재미없다, 혹은 감동적이다와 감동적이지 않다라는 얘기 말고 주저리 주저리 얘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기쁨.
영화를 보는 또다른 기쁨입니다.